현상금 100억 걸렸다…김정은 위해 헬기까지 산 '어둠의 은행가' 정체

미 연방수사국(FBI)이 공개한 북한 자금세탁원 심현섭의 수배포스터. 사진 FBI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법무부의 기소장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자료 등을 토대로 해외에서 북한 정권의 불법 자금 공급을 담당하는 ‘어둠의 은행가’가 5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그 가운데서도 ‘심 알리’ 또는 ‘심 하짐’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주로 중동 국가에서 활동한 심현섭에 대해 조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공개한 북한 자금세탁원 심현섭 수배포스터 한국어 버전. 사진 FBI
심현섭은 류 전 대사대리에게 자금세탁 수법을 설명해줬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먼저 북한 IT 노동자들과 암호화폐 해커들이 수익을 암호화폐 형태로 심현섭에게 송금한다. 이후 심현섭이나 그 측근들은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여러 디지털 지갑을 거친 암호화폐를 UAE나 중국 등에 있는 브로커에게 보낸다. 암호화폐를 받은 브로커는 이를 현금화해 위장 회사의 은행 계좌로 이체하는데, 심현섭이 이를 활용해 북한 정권을 위한 물품들을 구매한다. 북한 정권과 심현섭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돈이 북한 정권을 직접 거치지 않게 돼 제재를 피하기 용이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심현섭이 북한 정권을 위해 구매한 물품은 말보로 등 유명 브랜드의 위조 담배 제조에 필요한 담배 원료에서부터 통신장비, 심지어 헬리콥터에 이른다고 한다. 심현섭은 그 대가로 호화생활도 누린 것으로 보인다. 류 전 대사대리는 “심현섭은 중동 지역에서 ‘자금 세탁을 잘하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며“두바이를 방문하면 심현섭이 토요타 랜드크루저를 몰고 마중을 나왔다”고 회상했다.

지난 2023년 4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은행사기와 자금세탁, 대북제재 회피 혐의 등으로 지명수배 중인 북한 국적자 심현섭(왼쪽부터), 중국 국적자 친궈밍, 한린린의 포스터를 놓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UAE는 2019년 심현섭의 거주 비자를 취소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실제 출국 조치는 약 3년 뒤 이뤄졌다.
FBI는 심현섭을 체포하기 위해 현상금을 700만 달러까지 올렸다. 은행사기 공모, 자금세탁, 대북제재 회피 등의 혐의다. 그러나 그의 소재는 묘연하다. 미 재무부는 심현섭이 UAE에서 추방된 뒤 중국 단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으나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심현섭의 활동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미 재무부의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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