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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이란전쟁 이후 불확실성에 대비하자

2026.06.16 22:58

장기 목표 세워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줄여야
외교·통상전략 강화하고 트럼프 리스크 주의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은 끝났다. 물론 이번 종전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이기에 정식 협상을 통해 타결되기 전까지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일단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풀리면서 원유와 석유제품의 수급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국내 기름값도 내려가면서 내수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한국 경제에 절체절명의 위기가 끝났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될까? 다시 한국 경제가 셧다운될 위기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이번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은 실수이지만 반복되는 실수는 나태이다. 즉 중동 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하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중동산 원유에 특화된 국내 정유처리시설을 하루아침에 다른 유종에 맞도록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중동산 원유에 대한 수입 비중은 반드시 축소되어야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또한 석유 의존적인 산업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경제의 원유의존도(GDP 대비 원유소비량)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코스타리카는 통계의 미비로 분석에서 제외)를 기록할 정도로 석유에 대한 의존성이 극단적이다. 이는 다른 요인보다 석유가 많이 사용되는 중화학공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구조가 중후장대(重厚長大)형에서 고기술 제조업과 고부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둘째, 이번 미국·이란전쟁이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배경이 세계 경제 전반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장기간 저성장에 따른 궁핍함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전쟁, 트럼프 노믹스 2.0, 그리고 이번 이란전쟁까지 모두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만약 세계 경제가 과거 1950~60년대나 2000년대 전반기와 같은 황금시대(Golden Age)에 있었다면 그러한 충돌이 있다고 하더라도 곧 해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이 3%를 간신히 넘는 수준에 불과한 초저성장 국면에서 전체 파이가 제한되면서 모든 나라가 어떻게든 서로의 것을 뺏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즉, 이란전쟁과 같은 공급망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지정학적 분쟁은 앞으로도 자주 등장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철저히 핵심 원부자재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통상전략의 강화이다. 이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경학의 대두와 국정운영의 기술, 또는 정책 우선순위의 재조정이라 표현할 수 있다. 즉 이제는 우리 몫을 지키기 위해 외교·통상에서 철저한 실용주의 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트럼프 리스크가 더 커지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관세전쟁도 이란전쟁도 패배하였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제적 위상과 국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다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새로운 터무니없는 관세율이 적힌 급조된 널빤지를 들고나올 수도 있다. 아니면 교역 상대국에 거센 투자 압박을 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차 통상전쟁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일단 현실화되면 상당 기간 고통받을 수 있는 그레이 스완(Gray Swan)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 경제위기는 연이어 온다는 경험에서 보면, 이란전쟁 이후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좋아지는 방향으로만 갈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어디선가 우리가 모르는 위기의 단초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그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이란전쟁이 끝나는 상황에서도 빨리 내려가지 않는 원·달러 환율에서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다. 혹시 절체절명의 리스크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실물 섹터와 금융시장에서의 건전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항상 위기는 금융·자산시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경제와 시장이 과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히 살피고 비상상황에서의 정책적 제동장치를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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