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전
‘금괴 팔고 기술주 사자’… 안전자산 金, 이란전 개전 후 20% 폭락
2026.06.16 15:11
“전쟁 발발엔 금” 통념 깨져
美 금리 인상 공포, 금 시장 강타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료를 위한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했다. 15일(현지시각) 미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권으로 뛰었지만, 전쟁 초반 안전자산 수요를 빨아들였던 금값은 6개월 만에 최저권으로 밀렸다.
이날 대형주 중심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9% 오른 5만1671.03으로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3.1% 오른 2만6683.94, 우량주 중심 S&P500지수는 1.7% 오른 7554.29로 마감했다. 세계 경제를 짓누르던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소식이 위험자산 매수를 이끌었다.
반면 금값은 차갑게 식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금값은 지난 11일 장중 온스당 4022달러까지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란전이 시작된 2월 초 고점과 비교하면 20% 넘게 내린 수준이다. 금은 최근 10년 만에 최악의 분기 실적을 낼 처지에 몰렸다.
전쟁이나 위기가 터지면 통상 금값은 오른다. 금은 발행 주체가 부도날 위험이 없고, 화폐 가치가 떨어져도 실물 그 자체로 가치를 지킨다. 주가가 무너지고 통화 가치가 흔들릴 때 투자자들이 금을 사 모으는 이유다. 이런 성격 때문에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위기에 가치를 보존하는 자산)으로 꼽힌다.
이번 이란전은 이런 통념과 반대로 움직였다. 전쟁터가 글로벌 원유 공급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 일대였던 탓에 국제 유가가 급격하게 뛰었다. 유가 상승은 생산·운송 비용을 밀어 올려 물가를 자극했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돈)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
FT는 금값 하락의 핵심 요인이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에 있다고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68% 이상이라고 봤다. 금은 주식의 배당이나 채권의 이자 같은 정기 수익이 없는 ‘무수익 자산’이다.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가 없는 금을 들고 있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다른 자산에 넣었다면 받을 수 있는 이자)이 커진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금 대신 이자를 확정적으로 주는 채권으로 자금을 옮기는 경향이 뚜렷하다.
수급도 금값을 끌어내렸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글로벌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55톤 규모 자금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말부터 금값 강세장을 주도했던 투기성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피터 킨셀라 유니온방케르프리베(UBP) 투자서비스 책임자는 FT에 “이란전이 시작했을 무렵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금을 사들였다”며 “그때 거둔 차익을 기반으로 부진했던 다른 자산에 자금을 대기 위해 금을 팔았다”고 했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초대형 기업공개(IPO)와 앤스로픽·오픈AI 등 AI 기업의 상장 기대도 금 투자자들 자금 운용에 부담을 줬다. 톰 프라이스 팬뮤어 리버럼 애널리스트는 FT에 “투자자들은 파티를 이어가기 위해 금 대신 스페이스X 같은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신흥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이어진 매도세도 가세했다. 튀르키예는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약 200억 달러 규모의 금을 팔거나 스와프에 동원했고, 러시아도 재정을 메우기 위해 금을 내다 팔았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금값이 단기적으로 등락이 크게 움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씨티은행은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직후 브렌트유 전망치를 낮췄지만, 금값 6개월 전망치를 온스당 5000달러로 제시했다. 이들은 이제 금값이 전쟁 뉴스보다 유가나 금리, 미국 달러화 가치 향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은 전 세계 공식 외환보유액 기준 27%를 차지해 미국 국채(22%)와 유로화(15%)를 앞질렀다.
실제 15일 합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금값은 도리어 올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현물 금은 2.6% 뛴 온스당 4327.82달러, 미국 금 선물은 2.7% 오른 4351.6달러에 거래됐다. 16일에도 4340달러 선을 유지했다. 전쟁 종료로 유가가 내려가면 물가와 금리 인상 우려도 함께 낮아진다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합의 이후 시장이 보는 미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이 약 70%에서 58%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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