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헌 넥슨 대표 “AI는 도구일 뿐… 차이는 이용자 공감에서 나와”
2026.06.16 15:58
“구현 쉬워진 시대, 게임의 해답은 ‘맥락’”
넥슨이 인공지능(AI) 시대 게임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맥락’을 제시했다. AI가 제작 비용을 낮추면서 누구나 쉽게 게임을 구현할 수 있게 됐지만, 이용자와 함께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신뢰는 AI가 대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16일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2026′ 환영사에서 “AI가 잘하는 것은 답이 정해진 일”이라며 “게임 안에는 이용자 간에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교감을 읽어내는 것은 AI가 아닌 사람”이라고 말했다.
NDC는 넥슨이 주최하는 게임 산업 지식 공유 행사다. 2007년 사내 소규모 발표회로 시작해 올해 19회째를 맞았다. 이번 NDC에서는 게임 기획부터 프로덕션, 운영, 프로그래밍 등 게임 개발 전반을 아우르는 총 51개 발표 세션이 진행된다.
이 대표는 최근 AI 도입으로 게임 산업의 기술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거부할 수 없는 확장적인 흐름의 변화이자 창작과 연산의 혁명”이라며 “정보와 콘텐츠 자체를 생성하고 분석하는 한계 비용을 제로(0)에 가깝게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AI를 인간의 경쟁 대상이 아닌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AI가 구현과 분석의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풀거나 사람 사이의 공감과 감동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모두가 같은 도구인 AI를 손에 쥐게 된 시점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안목과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판단의 기준이 이용자에게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용자가 무엇에 관심을 갖고, 게임 세계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기꺼이 지불할 가치를 느끼게 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기술로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도 이날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하는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강 대표에 따르면 2015년 스팀에 출시된 게임은 약 2800개였지만, 2025년에는 약 2만개로 늘었다. 10년 만에 약 7배로 증가한 셈이다. 반면 2만여개 게임 가운데 리뷰 1000개를 넘긴 게임은 608개로, 전체의 약 3%에 불과했다.
AI와 상용 엔진, 디지털 유통의 확산으로 게임을 구현하고 출시하는 장벽은 낮아졌지만, 시장에서 선택받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공급은 폭발하는데 유저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라며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유저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곳에 머문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런 환경에서 게임의 경쟁력이 단순한 그래픽이나 구현 수준을 넘어 ‘맥락의 깊이’로 이동한다고 봤다. 여기서 맥락은 개발자가 다져온 노하우와 감각, 이용자들이 맺어온 관계와 추억, 커뮤니티의 문화처럼 게임을 둘러싸고 오랜 시간 축적된 자산을 뜻한다. 강 대표는 이를 ‘맥락 자본’이라고 부르며, 맥락이 서로 연결될수록 불어나는 ‘맥락의 복리’를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의 경쟁력도 결국 이 맥락을 얼마나 두텁게 쌓아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유저와 함께 보낸 삶의 총합은 그 어떤 경쟁사도, 그 어떤 AI도 복제할 수 없다”며 “누구나 사서 쓸 수 있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위에 또 하나의 AI인 축적된 지능(Accumulated Intelligence)을 두텁게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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