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전
[헤럴드비즈] 공급망 재편의 시대, 우즈베키스탄에서 답을 찾다
2026.06.16 11:22
최근 글로벌 산업 경쟁력은 완제품의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방산 등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광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지정학적 갈등, 자원민족주의 확산은 특정 국가와 지역에 편중된 공급망의 위험을 다시 확인시켰다. 한국이 공급망 다변화를 국가적 과제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물류·에너지 요충지이자 핵심광물의 보고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오랜 경제협력 경험을 축적해 온 신뢰 가능한 파트너다. 양국은 2024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핵심광물의 탐사·개발부터 정련·상용화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금, 우라늄, 구리 등 전통 광물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며 최근에는 텅스텐, 몰리브덴, 리튬, 티타늄, 희토류 등 전략광물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3월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대통령 주재 보고를 통해 향후 3년간 28종 희소·전략광물을 대상으로 76개 프로젝트, 총 26억 달러 규모의 채굴·가공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주요 광업기업인 TMK도 약 17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2027년 몰리브덴 4000톤, 2029년 텅스텐 8000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핵심광물 분야에서 이미 협력의 접점을 마련해 왔다.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추진된 한-우즈베키스탄 희소금속센터 구축 지원사업은 분석 장비 지원 등을 통해 초기 인프라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접점을 실질적 공급망 협력으로 확대하는 일이다. 앞으로는 장비 지원을 넘어 탐사·분석·선광·제련·소재화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협력으로 발전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이 원하는 것도 단순 원조나 원석 수출이 아니라 자국 내에서 광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진정한 파트너가 되려면 광물 구매에 그치지 않고 인력 양성, 분석·가공 기술, 설비 공급, 정책금융, 민간투자를 묶은 패키지형 협력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출범한 한-우즈베키스탄 핵심광물 민관협력위원회도 이러한 전환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이 위원회는 수시 협의와 분기별 점검을 통해 협력 과제를 구체화하고, 금융·기술·수요기업·현지 광업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고부가가치 사업 모델 발굴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국의 협력은 광물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방식에만 머물 필요가 없다. 더 큰 가능성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원료를 활용해 중간재와 부품을 생산하고, 이를 유럽·중동·CIS 시장으로 수출하는 모델에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풍부한 자원과 젊은 노동력, 주변 시장과의 연결성을 갖고 있고, 한국은 기술, 설비, 품질관리,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의 강점이 결합한다면 핵심광물 협력은 단순한 원료 확보를 넘어 공동 제조와 제3국 수출로 확장될 수 있다.
공급망 안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부 간 협력이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민간 기업이 현장에서 사업 모델을 구체화할 때 실질적 공급망이 완성된다. ODA가 양국 협력의 초기 접점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이를 상업적 프로젝트와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 공급망 다변화의 대상이자 유라시아 시장을 향한 새로운 생산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안승훈 코트라 타슈켄트무역관 차장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금 수요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