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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왕좌를 버린 인재들, 중국 AI 역사를 다시 쓰다

2026.06.16 11:56

[중국AI미래지도] 알리바바·바이트댄스·화웨이의 대표 개발자, 모델 전쟁이 끝난 자리에서 시작되는 진짜 혁명
 왼쪽부터 알리바바 큐웬(Qwen) 전 기술 총책임자 린쥔양, 화웨이 노아의 방주 연구소 전 소장 왕윈허, 바이트댄스 시드(Seed) AI4S 전 책임자 구취안취안. 세 사람은 2026년 상반기 중국 3대 빅테크를 잇따라 떠나 창업 전선에 섰다.
ⓒ 바이두백과

진정한 인재는 연봉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세상을 바꿀 챕터의 첫 장이 되는 것입니다. 2026년 상반기 중국 AI 신화를 만든 세 명의 인재가 잇따라 빅테크의 왕좌를 내려놓았습니다. 알리바바 큐웬(Qwen)의 설계자 린쥔양(林俊旸), 바이트댄스 시드(Seed)의 과학자 구취안취안(顾全全), 화웨이 판구(盘古)의 총책임자 왕윈허(王云鹤). 중국 AI 모델 전쟁의 최전선을 이끈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이들이 아직 회사 이름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세쿼이아 차이나(红杉中国), 가오롱 캐피털(高榕创投) 같은 최상위 VC(Venture Capital)들이 돈을 싸들고 줄을 섰습니다. 마치 창업 맛집 오픈런처럼 제품도 매출도 없는 팀에 수십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먼저 제안한 것입니다.

왜 그들은 초고속 승진, 수십억대 연봉의 안락한 임원직을 떠나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을까요. 그리고 왜 자본은 그 항해의 목적지도 모른 채 승선권을 사려 했을까요. 이 두 질문의 답이 교차하는 지점에 지금 중국 AI 산업의 진짜 변화가 있습니다.

중국, 실리콘밸리의 10년을 2~3년으로 압축하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을 봐야 합니다.

오픈AI 전 CTO 미라 무라티(Mira Murati)는 2024년 9월 오픈AI를 떠나 2025년 2월 씽킹머신스랩(Thinking Machines Lab)을 창업했습니다. 창업 5개월 만에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주도하고 엔비디아, 아셀(Accel),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 등이 참여한 20억 달러(약 3조 500억 원) 씨드 라운드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20억 달러(약 1조 8,30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2025년 11월에는 기업가치 500억 달러(약 7조 6,25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 협상에 돌입했습니다.

오픈AI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는 세이프 수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SSI)로 독립해 누적 30억 달러(약 4조 5,75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20억 달러(약 4조 8,80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메타(Meta) FAIR 창립자 얀 르쿤(Yann LeCun)은 2025년 말 메타를 떠나 파리에 AMI 랩스(AMI Labs)를 설립하고 2026년 3월 10억 3,000만 달러(약 1조 5,700억 원) 씨드 라운드를 유치했습니다.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의 씨드 라운드였습니다.

그런데 이 패턴이 실리콘밸리에서 완성되기까지는 10년이 걸렸습니다. 딥마인드에서 구글로, 오픈AI에서 앤트로픽으로, 다시 씽킹머신스랩으로 인재가 빅테크를 졸업하고 새로운 판을 여는 생태계 순환이 한 세대에 걸쳐 서서히 형성됐습니다.

중국은 이것을 2~3년으로 압축했습니다. 알리바바·바이트댄스·화웨이가 기반 모델 전쟁을 치른 기간이 채 3년이 되지 않습니다. 그 짧은 기간 안에 인재를 육성하고, 기술을 검증하고,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제 최고 인재들이 동시에 독립하는 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한 세대에 걸쳐 만든 구조를 중국은 한 번의 모델 전쟁 주기 안에 완성했습니다. 속도의 차이가 아닙니다. 밀도의 차이입니다.

세 명의 이탈, 세 개의 미래

2026년 3월, 알리바바 큐웬(Qwen) 기술 총책임자 린쥔양(林俊旸)이 팀을 떠났습니다. 알리바바 최연소 P10급 책임자였던 그의 이탈은 조직 재편이 직접적 계기였습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CTO 저우징런(周靖人)이 큐웬 팀을 사전학습·후학습·텍스트·이미지·음성 등 수평 조직으로 분리한다는 계획을 전달한 다음 날 린쥔양은 "더 이상 여러분을 이끌 면목이 없다"라는 한 문장을 남기고 퇴직을 선언했습니다. 퇴직 후 처음 쓴 글에서 그가 제시한 개념은 에이전틱 씽킹(Agentic Thinking)입니다.

모델은 내부에서 정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위해 사고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세계의 피드백으로 계획을 갱신해야 한다.

창업 방향은 월드 모델(World Model)과 피지컬 AI(Physical AI). 정식 회사도 제품도 매출도 없는 상태에서 약 20억 달러 기업가치로 투자 유치를 시작했으며, 접촉한 펀드는 세쿼이아 차이나(红杉中国)와 가오롱 캐피털(高榕创投)입니다.

같은 달, 화웨이 노아의 방주 연구소(诺亚方舟实验室) 소장이자 판구 대형 모델 책임자 왕윈허(王云鹤)가 창업에 나섰습니다. '90년대생 젊은 리더'로 불리던 그가 내린 판단은 단호했습니다.

대형 모델 기반 인프라 경쟁은 거의 끝났다. 가치의 다음 층은 애플리케이션이다.

그가 세운 지위안뤼둥(基元律动)은 AI 에이전트 전문 기업으로, 엔젤 라운드 기업가치 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6월 2일, 이 세 사람 중 가장 과소평가된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바이트댄스 시드(Seed) 팀 AI4S(AI for Science, 과학 분야 인공지능) 책임자 구취안취안(顾全全)이 퇴직을 알렸습니다. 그는 "오늘이 바이트댄스 시드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는 짧은 글로 3년을 마무리하며, AI 신약 연구와 대형 모델 사전 학습이라는 두 개의 AI 최전선을 동시에 개척한 보기 드문 경력을 회고했습니다.

알파폴드를 넘어섰지만, 바이트댄스는 상업화하지 않았다

구취안취안의 이탈이 갖는 함의는 다른 두 사람과 차원이 다릅니다. 그의 팀이 개발한 씨드폴드(SeedFold)는 광범위한 벤치마크와 능력 평가에서 알파폴드3(AlphaFold3)를 전면 초과한 세계 최초의 생물 분자 구조 예측 모델이며, 씨드프로테오(SeedProteo)는 단백질 결합제 설계 분야에서 알파프로테오(AlphaProteo), RFdiffusion, Chai-2를 포함한 주요 경쟁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을 기록했습니다. DPLM 시리즈 단백질 언어 모델의 최신작은 ICML 2026에 채택됐습니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2가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의 기반이 된 성과임을 감안하면 씨드폴드가 그 후속작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중국 AI4S가 세계 생명과학 최전선에 조용히 도달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바이트댄스는 이 자산을 상업화하지 않았습니다. 더우바오 유료화와 AI 자본 지출 2,000억 위안 확대가 우선순위였으며, AI4S 팀은 조직 논리상 단기 성과가 불분명한 방향으로 분류됐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신약 개발 역량이 조직의 상업화 논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창업이라는 형태로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된 구조입니다.

미국이 만든 비전, 중국이 먼저 실행한다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는 AI 진화의 경로를 6단계로 제시했습니다. 1단계 대형 언어 모델(LLM), 2단계 멀티모달(Multimodal), 3단계 에이전트(Agent), 4단계 피지컬 AI(Physical AI), 5단계 사이언티픽 에이전트(Scientific Agent), 6단계 우주 AI. 그리고 이 여정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습니다.

1단계, 지능을 풀어라. 2단계, 그것으로 나머지 모든 것을 풀어라(Step one, solve intelligence; step two, use it to solve everything else).

현재 글로벌 빅테크의 경쟁은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빅테크가 치열하게 다투는 코딩, 멀티모달·에이전트 경쟁이 바로 그 구간입니다. 이른바 모델 전쟁은 이 구간에서 일어났습니다.

빅테크를 떠난 세 인재가 향하는 곳은 정확히 그다음입니다. 린쥔양의 월드 모델과 피지컬 AI는 허사비스 로드맵의 4단계, 모델이 물리 세계를 이해하고 몸을 갖는 단계입니다. 허사비스가 2026년을 "월드 모델과 지속적인 자기강화 학습 프로토타입의 해"로 규정한 바로 그 좌표에 린쥔양이 뛰어들었습니다. 왕윈허의 AI 에이전트는 3단계의 심화이자 4단계로의 진입입니다. 모델이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실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레이어입니다.

그리고 구취안취안의 AI4S는 허사비스가 5단계로 명명한 사이언티픽 에이전트의 정면입니다. 허사비스는 알파폴드 이후 "앞으로 수십 개의 알파폴드급 혁명이 소재·물리학·수학·기후 분야에서 일어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씨드폴드가 알파폴드3를 넘어선 순간 구취안취안은 이미 그 예언의 한 지점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허사비스의 로드맵이 예측의 언어였다면, 세 인재의 창업은 그 예측을 실행의 언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자본은 제품이 아닌 인재에 투자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동시에 관찰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제품도 매출도 없는 팀에 수십억 달러 기업가치를 부여하는 자본의 행동 변화입니다. 이것은 과열이 아니라 '대기업이 검증한 인재'를 새로운 자산 클래스로 보는 밸류에이션 문법의 전환입니다.

무라티가 오픈AI를 떠난 지 5개월 만에 기업가치 120억 달러를 획득한 구조와, 린쥔양이 회사 이름도 정하지 않은 채 20억 달러 기업가치로 세쿼이아를 접촉하는 구조는 동형(同型)입니다. 자본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만들어온 사람의 판단력과 생태계 독해력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빅테크 재직 시절의 실적은 이제 이력서의 한 줄이 아니라 독립적인 밸류에이션의 근거가 됩니다.

중국 AI 혁명은 지금부터다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4월 30일 둘러본 중국 항저우의 '휴머노이드 전시관'.
ⓒ 이한기

한 가지 사실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모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빅테크 자체가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없던 것을 처음 만들어보고, 실제로 운영해보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쌓고, 실패를 반복하며 구조를 다듬고, 마침내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어본 경험 — 바로 그 노하우가 한 국가 안에 축적된다는 것, 이것이 진짜 중요한 일입니다.

기술은 복제할 수 있습니다. 논문은 공개됩니다. 오픈소스로 코드도 공유됩니다. 그러나 수천 번의 실험을 거쳐 몸에 새겨진 판단력, 어디서 막히는지 알고 어떻게 뚫는지 아는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생태계 안에 밀집되는 것은 복제되지 않습니다. 중국이 지난 3년간 기반 모델 전쟁을 치르면서 진짜로 얻은 것은 벤치마크 수치가 아닌 그 전쟁을 통해 국가 단위로 축적된 집단적 노하우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순히 기술만 성장시키지 않습니다. 인재는 더 날카로워지고, 자본은 더 정교해지며, 시장은 더 깊어집니다. 모델을 만들어본 인재는 다음 판에서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 인재에게 베팅해본 자본은 다음 세대의 기술을 더 일찍 알아봅니다. 그 자본이 만든 기업들이 시장을 키우면, 시장은 다시 더 큰 인재와 자본을 불러들입니다. 생태계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순환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국 AI가 지금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강력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순환입니다.

중국 AI 생태계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을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빅테크는 인재를 잃은 것이 아니며 빅테크는 처음부터 인큐베이터였다" 라는 것이죠.

알리바바가 큐웬으로, 바이트댄스가 씨드로, 화웨이가 판구로 대형언어모델 전쟁을 치르는 동안 그 전쟁의 최전선에서 단련된 인재들이 핵심 노하우를 체득했습니다. 그 노하우가 이제 피지컬 AI, AI 에이전트, AI 신약이라는 수직 영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빅테크는 기반 인프라를 담당하고, 독립한 인재들은 수직 돌파를 담당하는 생태계 분업이 완성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가 한 세대에 걸쳐 쌓아온 인재 순환의 문법을 중국은 단 한 번의 모델 전쟁 주기로 압축해 냈습니다. 그리고 이 세 인재의 뒤에는 독립을 준비하는 수십 명의 후속 인재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습니다.

모델 전쟁이 끝난 자리에서 진짜 AI 혁명이 시작됩니다. 그 혁명의 최전선에 린쥔양, 왕윈허, 구취안취안이 서 있습니다. 허사비스의 지도 위에서 이들이 각자 선택한 좌표 - 피지컬 AI, 에이전트, 사이언티픽 AI -는 우연히 겹치지 않았습니다. 중국 AI 생태계의 2막은 이미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그 막이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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