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월드컵 틀어준 교사, 색출하라" 교장에, 성명서 낸 학생 "살아있는 교육" [어떻게 생각하세요]
2026.06.16 08:18
|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샐성한 이미지./사진-챗GPT |
[파이낸셜뉴스]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경기 관람을 위해 수업 시간 일부를 할애한 교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는 학생의 글이 온라인에 올라온 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교 교장, 체코전 관람 허락한 교사 파악하라 지시
해당 학교 재학생이 '성명문'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이 글에는 "교장이 수업 중 월드컵 경기를 보여준 교사 색출에 나섰다"고 적혀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시험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월드컵 시청 실태 파악을 하려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해당 고등학교 재학생인 A군이 쓴 성명문이 공유됐다.
A군은 "최근 월드컵 기간 동안 선생님들께서는 학업에 지친 우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고자 수업 시간을 할애해 경기를 보여주셨다"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교사와 학생이 값진 정서적 유대를 쌓는 '살아있는 교육'이었다"며 글을 시작했다.
A군이 말한 경기는 지난 12일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말한다. 이날 한국의 축구대표팀은 체코를 2대 1로 꺾고 역전승을 거뒀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경기 특성상 전국 각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과 경기가 겹쳤다.
성명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은 수업 중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도록 한 교사들의 행위를 두고 "학교에서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이라고 언급한 뒤 교사들을 호출하고 중계를 틀어준 교사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학교장이 강조하는 본교 교훈은 어디갔냐" 반발
이를 두고 A군은 "학교장이 평소 그토록 강조하는 본교 교훈의 가치는 어디로 갔나. 교사를 위압적인 태도로 대하고 통제하려는 모습이 과연 학교장이 말하는 올바른 교육관이냐"고 물었다. 이어 "수업 시간에 본교 생활 규정을 어기며 월드컵을 시청한 일부 학생이 아닌, 우리가 존경하는 존경 받아 마땅한 선생님들을 향한 이런 처사에 저를 비롯한 전교생은 끓어오르는 울화통을 감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군은 교사들을 비판하고 '색출'하려는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교사의 자율성과 권위를 무시하고 교육 현장을 경직시킨 점을 사과하고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 달라고 요구했다.
|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장이 수업 시간을 할애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게 한 교사 색출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해당학교 학생이 알린 성명문./사진=X 캡처 |
실태 파악 중단한 학교 "시험 2주도 안남아서"
이에 지난 15일 학교 측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지난 12일 월드컵 경기를 보는 일부 학생들이 (응원 등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교장 선생님이 시청 실태를 파악하도록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실태 파악을 하려다가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교장 선생님은 오는 25일부터 기말고사 기간이기 때문에 시험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월드컵 경기를 수업 시간에 보는 것은 수업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다.
"좋은 추억" vs "수업권 보장해야" 팽팽
온라인에는 해당 사연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불이익이 두려웠을 텐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낸 학생이 대단하다", "월드컵은 전 국민적 관심사인데 잠시 함께 보는 것도 교육의 일부"라거나 "학생과 교사가 함께 추억을 만드는 시간까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 등 학생의 행동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2시간 공부 안 한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저도 월드컵 때 교실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응원한 기억이 아직도 가장 좋았던 추억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수업 시간에 수업을 안 하면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 등 교장의 대응을 옹호하는 반응도 나왔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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