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활황에 ‘곱버스 ETF’ 100원 안팎으로 추락
2026.06.16 00:37
코스피가 1년 넘게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코스피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이른바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2배)’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급락했다. 일부 상품은 가격이 100원 미만의 ‘십원주’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현행 국내 규정상 ETF는 액면 병합이 사실상 불가능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코스피200 곱버스 ETF 5개 가운데 4개가 100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장 가격이 낮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주당 74원 수준이다. KIWOOM 200선물인버스, RISE 200선물인버스2X와 TIGER 200선물인버스2X 등도 모두 70~80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곱버스 ETF 수익률은 크게 악화됐다. 인버스 2배 상품 특성상 지수가 오를수록 손실이 발생하는 데다 장기간 상승장이 이어질 경우 ‘음의 복리’ 효과까지 겹치며 기준 가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코스피200 곱버스 ETF들의 수익률은 -90%에 달한다.
일부는 상장폐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규정상 상장 후 1년이 지난 ETF의 신탁 원본액과 순자산 총액이 50억원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며, 관리 종목으로 두 차례 지정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RISE 200선물인버스2X의 순자산 총액은 36억원, KIWOOM 200선물인버스2X는 24억원, PLUS 200선물인버스2X는 16억원으로 모두 50억원을 밑돌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일부 곱버스 ETF도 다음 반기 최초 매매 거래일인 7월 초 관리 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ETF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작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100원 안팎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1원만 움직여도 가격 변동률이 1%에 달한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적은 자금으로도 호가 창이 흔들릴 수 있고, 시장 가격과 순자산 가치(NAV) 간 괴리도 확대될 수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지금처럼 최소 호가 단위가 1원인 상황에서는 100원짜리 ETF의 1틱 변동이 약 1%에 해당해 기초 지수의 미세한 움직임을 시장 가격이 세밀하게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액면 병합이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실제 미국에서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액면 병합을 통해 거래 가격을 조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나스닥100 지수 하락에 3배로 베팅하는 인버스 ETF인 SQQQ(ProShares UltraPro Short QQQ)는 가격이 낮아질 때마다 액면 병합을 실시해 왔다. 2010년 상장 이후 현재까지 총 8차례 액면 병합을 진행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코루(KORU)로 잘 알려진 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Shares ETF도 지난해 초 1대 10 액면 병합을 실시했다.
반면 국내 ETF 시장에서는 액면 병합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ETF가 법적으로 주식이 아닌 집합투자증권(수익증권)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상 액면 분할·병합 대상은 주식으로 한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코스피 강세가 이어질 경우 일부 곱버스 ETF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가 현재 8500선에서 연내 1만 선까지 상승할 경우 단순 계산상 74원 수준의 곱버스 ETF는 50원 안팎까지 하락할 수 있으며, 실제로는 음의 복리 효과로 손실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접근성과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ETF에도 별도의 분할·병합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가 도입될 경우 초저가 ETF 거래에 따른 불편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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