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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본 아이들의 예상 밖 반응...교사를 당혹케 한 한마디

2026.06.16 06:51

[아이들은 나의 스승] '참교육'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와중에 나온 한 아이의 '대안'최근 장안의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을 소재로 설문 조사하듯 몇몇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교육>은 선을 넘는 학생부터 갑질하는 학부모, 비리를 조장하는 교사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무너진 학교 현장을 배경으로 했다. 국내외 반응도 뜨겁다.

당장 드라마를 시청한 아이들의 소감과 또래 친구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자연스럽게 각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며 서로 공감이 되는 부분과 억지스러운 설정을 비교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학생들과 나눈 대화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아이들의 평가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스틸컷
ⓒ 넷플릭스

"'빌런'들을 '참교육'시키는 모습에 보는 내내 통쾌하고 후련했어요."
"외부 기관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몇몇 선생님들께라도 '참교육'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봐요."
"'참교육'이 절실해요. 현실적으로 체벌을 부활시키지 않으면 교육이 이뤄질 수 없어요."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숱한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이 이제야 나온 듯해요."
"'교권보호국'에 취업하고 싶어졌어요. 제가 대학을 졸업할 때면 조직이 구성되었겠죠?"

'다큐'에 가장 근접한 '예능'이라는 건 아이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자극적인 소재일지언정 학교의 삭막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드라마라는 호평 일색이었다. 대개 뉴스에서 듣고 쇼츠를 통해 본 뒤 본편 드라마에 '중독'됐다는 경우가 많았다. 수능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고3도 화제가 된 장면은 쇼츠를 통해 꼬박꼬박 시청하고 있었다.

다만, 아이들의 시청 소감은 솔직히 놀라웠다. 예상했던 것과는 아예 딴판이어서다. 그들 모두 예외 없이 교사의 편에 섰다. '교권이 바로 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고 말하는가 하면, 소수의 '빌런'들을 응징하지 않으면 애꿎은 대다수 선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강조했다. 교사 앞에서 눈치 보며 내뱉는 '입바른 소리'는 아니었다.

그들도 종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친구 중에 누가 '빌런'인 줄은 대충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모르는 척할 뿐 누가 부모의 위세에 기대어 거들먹거리고 있는지 눈치를 채고 있다. 담임교사는 아이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는 게 철칙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흔들림을 그들은 기가 막히게 포착해 낸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잖아요.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데, 아무리 애써 봐야 안 되는 아이는 안 되어요."

한 아이가 자기가 겪은 경험을 소개하며 푸념하듯 말했다. 중학교 시절 '빌런 짓'을 일삼았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와서도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학부모가 느닷없이 학교를 찾아와 소란을 피웠는데, 공간과 교사만 바뀌었을 뿐 그들의 모습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거다.

아이들은 '일부'와 '극소수'라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빌런'들의 행태가 학교의 보편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뜻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시냇물을 흐리듯, 일부 극소수의 목소리 큰 '빌런'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마치 일반적인 학교의 풍경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나날이 수위가 높아만 가는 그들의 막장 행태를 제어하는 유일한 방법이 '참교육'뿐이라는 데엔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들이 말하는 '참교육'이란, 드라마에서 그려낸 허구처럼 '법적으로 보장되는 체벌'을 의미했다. 굳이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참교육'을 담당하는 곳이 '교권보호국' 같은 외부 기관이냐, 학교의 교사냐일 뿐이었다.

아이들 입에서 '체벌 없이 교육 없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또한 일부 극소수의 아이들에게 체벌이 필요하다는 뜻일 테지만, 영어 속담인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까지 되뇌며 체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체벌 당하는 입장인 아이들조차 교권이 무너진 현실에선 '교육'보다 '훈육'이 더 절실하다고 말하는 게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과거 교사의 체벌이 법적으로 전면 금지되었을 때, 소수 되바라진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여론의 지지 속에 반발은 이내 잦아들었고, 교사의 체벌 행위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됐다. 당시 학교마다 '체벌 대신 사랑으로'라는 글귀가 나붙었고, 그렇게 '체벌'은 '사랑'과 반대말로 굳어졌다.

외견상 지금 전국의 교사들은 '강제 태업' 중이다. 아동 학대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방임을 택하고, 법적 책임을 떠안지 않기 위해 체험학습 인솔도 거부한다.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에도 화해시키려는 노력 대신 상급 기관에 법적 해결을 요청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걸 몸소 실천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아이까지 버린 꼴"

 드라마 <참교육>
ⓒ 넷플릭스

"만시지탄이지만, 베냇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린 꼴이 된 거죠."

한 동료 교사의 토로에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묻어있다. 그는 악성 민원으로 대표되는 우리 공교육의 붕괴가 '감정적 체벌'이 우려된다고 '교육적 체벌'까지 금지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묵살 당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체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일률적인 금지 조항이 교사의 손과 발을 묶고, 심지어 입조차 봉인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과거로 되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든, 아동 학대 신고든, 생활지도든, 학교폭력이든, 지금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교육이 교사의 손을 떠나고 학교의 울타리가 허물어지면서, 학교에서 벌어진 숱한 사건들이 죄다 사법적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거다.

더욱 얄궂은 건, 이른바 '교육의 사법화'는 교사의 잡무를 줄여주겠다는 정부의 '배려'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교육을 교과 수업과 동일시하면서 정작 고갱이인 생활지도 영역을 잡무로 분리한 게 패착이었다. 교사가 잘 가르친다는 건, 수능 점수를 올리는 게 아니라 올곧은 심성을 지닌 시민으로 육성해 내는 일이라는 점을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었다.

정부를 향해야 할 악성 민원이 되레 비수가 되어 현장의 말단 교사들을 쓰러뜨리고 있다. 열정적인 교사일수록 그 칼날에 먼저 베이게 된다.

드라마에서의 '교권보호국'이 현실화한다면, 장담하건대, 드라마를 능가하는 볼만한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이미 교육의 전반이 사법화한 상황에서, 교육의 본령이라는 생활지도조차 외부 기관에 위탁할 게 불 보듯 환하다. 교사가 스스로 가르치는 아이를 체벌해 달라고 다른 사람에게 요청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이게 과연 교육일까.

"교실에 '빌런'이 있으면 '히어로'도 있고, 나쁜 학부모가 있으면 좋은 학부모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학급회든, 학부모 모임이든, 자기들끼리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빌런'들을 응징하는 법적 장치보다 차라리 학생 간, 학부모 간 모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먼저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참교육'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목청 돋우는 분위기 속에 한 아이가 던진 이 말은 울림이 컸다. 교실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자기들끼리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느껴져서다. 당신 자녀밖에 모르는 학부모들도 같은 처지의 다른 이들을 만나다 보면 모난 생각들이 둥글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어쩌면 이는 파편화한 교직 사회에 던진 죽비소리이기도 했다. 동료 교사로서 서로의 교육 행위에 대해 조언하고 비판하며 성찰을 유도하는 곳이라야 건강한 학교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민망한 고백이지만, 동료 교사의 반교육적 행태를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비판의 목소리에 경청하기보다 참견하지 말라며 눈을 부라리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학생이든, 학부모든, 교사든, '자정 작용'이 핵심이다. 스스로 해야 할 성찰과 변화를 외면하고 외부의 힘에 해결을 의존하는 순간, 교육의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이 교사의 법적 처벌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진 몰라도 정작 학교 교육이 교육의 본령을 회복하는 데엔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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