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늑장 국회' 오명
2026.06.16 07:00
22대 후반기 국회가 이달 초 국회의장단 선출과 동시에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각 당 지도부가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후반기 원 구성을 이끌 양당 원내대표는 새로 선출돼 협상 진용은 갖춰졌다. 이제 남은 과제는 17개 상임위원장 배분을 포함한 원구성을 마무리하고 국회를 정상 가동하는 일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법제사법위원장 등의 상임위 배분을 놓고 여야간 신경전이 연일 고조되고 있어서다. 역대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반복돼 온 익숙한 풍경이지만, 여당이 수차례 '독식' 가능성까지 거론해왔던 만큼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대립이 또다시 국회 공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원구성 협상 때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시간을 허비해 왔다. 13대 국회부터 22대 전반기까진 평균 42일이 소요됐고, 가장 최근인 21대(54일)에선 평균치를 넘겼다. 최장 125일(14대 국회 전반기)이 걸린 적도 있었다. 늑장 원구성이 관행처럼 굳어진 셈이다.
현재의 대치 국면만 놓고 보면, 이번 국회도 언제 업무를 개시할 지 가늠하기 어렵다. 여야 모두 중요 상임위원장을 확보해야 한다며 각자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논리가 국민 삶보다 앞설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원 구성은 어느 정당의 승패를 가르는 정치 행사가 아니라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이기 때문이다. 어느 당이 핵심 상임위를 가져갈지는 협상의 영역이지만, 그것이 국회 운영 자체를 멈춰 세우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국회 앞에는 미룰 수 없는 현안들이 쌓여 있다.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부터 국무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 민생경제 대책 등 처리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원구성 협상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또 한 달, 두 달을 허비한다면 '일 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던 다짐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늑장 국회'라는 오명을 남길지, 협치의 국회로 나아갈지, 선택은 여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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