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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은 달라진다…금리 메시지 과감하게, 지급결제 힘 실어

2026.06.16 05:51

ECB 포럼서 '결제 혁신' 비전 제시…환율 이슈에 역외결제시스템 영향 강조
'시끄러운 한은'에서 본연 임무 무게…관행 깬 인사로 조직문화 손질 예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지 두 달여가 지나며 조직 내부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난 4년간 구조개혁을 강조하며 '시끄러운 한은'을 표방했던 이창용 전 총재의 유산을 뒤로 하고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신 총재는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선명한 통화정책 메시지를 내놓고,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지급결제 구상을 담은 논문을 발표하는 등 지급결제 생태계 격변기에 한은의 역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준비된 답변 대신 과감한 금리 인상 메시지…'돌다리' 스타일과는 거리 16일 한은에 따르면, 신 총재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출신답게 물가안정, 금융안정 등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을 거친 이창용 전 총재가 한국 경제 구조 개혁 의제를 띄우면서 노동·교육·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과 상반된 기조로 평가된다.

그렇다고 역대 총재들처럼 '한은사(寺)'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용한 한은을 표방하지도 않는다.

신 총재는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부터 선명한 메시지를 통해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예고하고 나섰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에서 비교적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운 '학자'의 면모를 보인 것과 달리 금리 인상 신호를 발신하기 위해 과감한 표현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 총재가 뚜렷한 긴축 메시지를 낸 데는 중동 전쟁으로 물가가 뛰고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 전망이 크게 개선되면서 정책 여건이 급변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주관이 확실하고 실행력이 강한 신 총재 개인의 성향도 일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 총재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때도 실무 부서에서 미리 작성한 예상 답변을 거의 참고하지 않고 평소 소신대로 답변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간담회를 지켜본 한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면서 "역대 총재들이 과하게 신중한 태도로 '돌다리도 두드리고 안 건넌다'는 말을 듣기도 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신 총재가 BIS에서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쌓은 탄탄한 인맥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정책 흐름을 파악하거나 대외 공조를 확대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미 이달 초 열린 한은 국제콘퍼런스에서 미국, 일본,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과 깊은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안정적 지급결제 관리, 핵심 역할로 부각…고환율 해법도 방향 전환 신 총재는 다음 달 1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리는 ECB 포럼에 참석해 차세대 지급결제 구상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다.

한은이 추진해온 '프로젝트 한강' 성과를 소개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반 예금토큰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신 총재는 BIS 국장 시절인 지난 3월 초 '토크노믹스와 블록체인 분절화'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통화 시스템의 취약점을 지적했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의 논문을 선보이는 것이다.

현직 한은 총재가 직접 집필한 논문을 국제 행사에서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신 총재의 최대 관심사를 드러내는 이벤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BIS에서 CBDC 연구를 주도하고 '프로젝트 아고라'를 이끈 신 총재는 한은 수장에 오른 뒤로도 지급결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금리 결정과 성장·물가 전망뿐 아니라, 실제 돈이 오가는 결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기술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중앙은행의 핵심적인 역할이라는 그의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이와 관련한 업무를 맡은 금융결제국, 금융안정국 등의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로운 관점은 외환시장 관련 입장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신 총재는 역외에 제대로 된 원화 결제 시스템이 부재한 가운데 실제 통화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점을 거듭 지적해왔다.

과거 외환당국이 주로 외국인과 내국인의 달러 수급 쏠림을 고환율 배경으로 지목한 것과 다소 다른 시각이다.

이에 신 총재는 NDF 거래 수요를 역내 선물환(DF) 거래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원화 국제화'로 외환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스페셜리스트' 육성 의지…신임 부총재 인선 주목 한은 조직 운영이 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총재가 최근 하반기 인사를 앞두고 인사경영국장과 인사팀장에 기존 '인사 라인'이 아닌 이들을 전격 기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관행과는 배치되는 결정이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도록 독려하는 분위기도 짙어지고 있다.

신 총재는 내부에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제너럴리스트'보다 대체 불가능한 '스페셜리스트'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다음 달로 예정된 정기 인사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은은 그동안 일회성으로만 이뤄지던 임직원 대상 근무 만족도 조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신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기념사에서 "취임 이후 조직문화와 내부 경영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오는 8월 이후 발표될 신임 부총재 인사에 따라 '신현송 표' 한은 정체성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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