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정청래의 상처뿐인 '마이웨이'
2026.06.16 07:01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
| ⓒ 남소연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6·3 지방선거 책임론이 거세게 일면서 그의 당대표 연임 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정 대표는 8월 전당대회 재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막판 고심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당내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여당을 향한 쓴소리와 민주당 지지세 급락 등으로 정 대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정 대표가 믿고 있는 당원 여론이 식어가는 추세여서 출마를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연임 강행과 포기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당선 가능성입니다. 정 대표가 아무리 정면돌파를 하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당선될 확률이 적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재출마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정 대표가 출마가 예상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주 공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정 대표는 지방선거 전에 비해 10%P 이상 지지율이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출마가 예상되는 송영길 전 대표는 김 총리와 손을 잡을 거라는 게 기정사실로 알려져 있어 정 대표는 승산이 희박합니다. 비슷한 결과의 여론조사가 잇따른다면 정 대표가 출마를 접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 발언, 거센 역풍
이 대통령의 일련의 메시지가 정 대표에게 연임 포기를 압박하는 말로 해석되는 상황도 정 대표가 출마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요인입니다. 이 대통령의 여당 지도부 '비토' 의사 표명은 "이겨야 할 곳에서 졌다면 최소한 승리는 아니다"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유럽 순방 출국 때 정 대표 환송 배제, 해외 순방 중 "해결책 없는 편가르기는 선동"이라는 SNS 글 등 세 차례나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각자가 원론적 성격으로 보이지만 당무 개입 논란을 의식해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냈다는 게 여권 내부의 공통적 견해입니다.
재출마를 저울질하는 정 대표에게 최악의 상황은 '이 대통령 대 정 대표'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집권 2년차 대통령과 맞서는 당대표 이미지로는 어떤 경우든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 대표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으로 거센 역풍을 맞은 게 대표적 예입니다. 이 대통령이 정청래 지도부를 향해 불신임을 드러냈는데 정 대표가 출마를 불사하면 '맞짱을 뜨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판세를 읽는 촉수가 뛰어난 정 대표가 그 후폭풍을 감당하려 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커지는 기류도 정 대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선거 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당지도부 책임론에 70% 가량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 시작한 정 대표 책임론이 점차 지지층 전반으로 퍼져가는 양상입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당원 1인 1표제' 등 개혁적 성향을 전면에 부각해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하려는 정 대표 계산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입니다. 15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에 역전된 것도 악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간 정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호남을 강한 지지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정 대표가 작년 당대표 선거에서 친명핵심인 박찬대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데는 호남의 지지세가 바탕이 됐습니다. 이번 선거 후 정 대표가 첫 현장 최고위 장소로 호남을 택한 것도 출마를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거 기간 호남에서 정 대표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등 지지가 이전 만큼 견고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최근에는 호남 지역 당원들이 정 대표에게 불출마를 촉구하는 SNS를 적잖게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권에서는 정 대표가 처한 현 상황이 마이웨이를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반대하는 당권 도전을 강행하다가 실패하면 자신이 설 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후년 총선에서 5선을 향한 공천장을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 존재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지지층에서 가장 걱정하는 건 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당대표 경쟁이 계파주의를 부추겨 극단적 분열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현재 정 대표는 선거 책임론과 명예로운 불출마 명분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단계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 개요
-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36명대상 조사 (무선 전화 자동 응답(ARS) 방식. 응답률 2.7%, 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0%p)
- 오마이뉴스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응답률 7.9%) 대상 실시한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조사방법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 리얼미터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0%p. 조사방법 무선(100%) 자동응답)
- 위 세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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