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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의 무기가 되는 글들] 윤석열 탄핵 광장의 청년 여성은 어디로 갔냐고?

2026.06.16 06:00

[이슬기의 무기가 되는 글들]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심미섭 지음, 반비 펴냄
지난 3일 서울 동작구 상도4동주민센터에 마련된 2026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윤석열 탄핵 광장의 청년 여성은 어디로 갔는가?'. 지난 8일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에서 연 토론회 제목이다. 토론회장에는 묘한 열패감이 감돌았다. 지방선거에서 내란에 책임이 있는 정당의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에 대한 당혹감이 토론회 제목과 연결된 탓으로 보였다. 그러나 당연히, 탄핵 광장의 청년 여성들은 어디 가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같은 거대 양당서부터 정의당, 여성의당 등 원외 정당들까지 골고루 '찍었다'. (그리고 이후 수정 발표된 출구조사의 성별·연령별 데이터에서 드러나듯, 서울의 '2030' 여성들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보다 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6·3 지방선거 후보들의 성평등 공약을 모아 제공한 여성신문의 성평등공약.zip ©여성신문 ⓒ반비


지난해 대선 때부터 해당 질문을 붙들고 있었던 내 입장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청년 여성들이 주도한 광장 이후에도 선거라는 대의 정치의 장에서 성평등 의제와 여성들이 삭제됐다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에 역대 첫 여성 당선인이 배출됐지만 단 한 명에 그쳤고, 기초자치단체장은 여성이 4%를 넘기지 못했다. 여성신문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성평등공약.zip'에서 보듯 성평등 공약이 없는 후보가 3명 중 1명이었으며, 그나마 나온 공약 중에서도 70%가 임·출·육(임신·출산·육아)에 쏠렸다. 이러한 양상들을 보면 선거라는 중요한 정치적 국면에서 여성은, 특히나 청년 여성은 '있었으되 없었다'. 유권자로는 있었지만 정책 대상자나 피선거권자로는 거의가 지워졌다. 그 와중에 페미니스트 정치인은 더더욱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이처럼 '탄핵 광장의 청년 여성은 어디로 갔는가'에 관한 양가적인 자아분열을 안고 있다 보니, 솔직히 '참정권 침해'를 비롯한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들은 도통 눈에 안 들어왔다. 뭔가 더 뜨거운 것이 필요했다. 그러던 찰나 만난 것이 심미섭의 에세이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이다.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반비


책은 '낮에는 여자 대통령을 만들고 밤에는 레즈비언 데이트를 한 117일'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심미섭은 낙태죄 폐지 운동을 벌였으며 박근혜 탄핵 광장에서 '페미존'을 만들었던 페미당당의 활동가이다. 책은 지난해 7월에 나왔으나, 저자가 여자 대통령을 만드느라 분투하던 시기는 지난해 열린 6‧3 대선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해 대선에는 여성 후보가 없었다.) 윤석열이 당선되던 2022년의 20대 대선이다.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해외로 떠난 연인으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은 직후 느닷없이 ○○당 대선 캠프에서 일하기로 결심한다. '탈조선'을 꿈꾼 적이 있지만 '너'를 사랑하면서는 이곳에서도 투쟁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던 '나'와 달리 늘 "한국 밖에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던 연인이었다. ○○당의 대선 후보 S는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천명한 동시에, 지난 대선 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을 바로잡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 인물이다. 그렇게 치면 대선 캠프에서 일하겠다는 작정은 그냥 날아든 것이 아니다. 네가 떠난 곳이자 네가 떠난 내가 사는 이곳을 이롭게 해보겠다는 작정인 것이다. '탈조선' 플로우를 딛고 "망가진 나라를 고쳐 쓰겠다"며 거리로 뛰쳐 나온 탄핵 광장의 여성들과 비슷한 귀결이다. 대선까지는 100일 남짓, 무작정 지원서를 들이민 끝에 저자는 당 청년위원회의 공보국장이 된다.

여기서부터 책은 청년 여성들이 대의 정치와 진보 정당에 갖는 각종 의문과 실망들에 저자가 온몸으로 부딪히는 과정들을 그린다.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아닌 청년위 소속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 구워 놓은 케이크 위에 뿌리는 스프링클 같은 역할'을 부여받은 저자는 언제 페미니즘 의제와 기발하고 창의적인 투쟁이 곁다리가 아닌 진지한 정치적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를 질문한다. 내 이름으로는 나가지 못하는 수많은 글을 쓰고, 노동 인권을 중시하는 정당에서 노동권을 지켜가며 일하기 위해 부득불 '칼퇴'를 지키고 주말 노동을 거부한다. 그의 질문은 정당 내 역학 관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당 밖으로도 외연을 넓힌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표를 받는 것이 목표인 선거판에서 소수자 의제에 집중하는 정당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는 어찌할 것이며, 퇴근 후 데이팅 앱으로 만나는 여자들과 가장 오래된 숙제인 엄마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13일 서울 중구 우정국로 일대에서 열린 2026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이 \'세상을 구하는 퀴어페미니스트 용사가 되어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그가 만들고자 했던 페미니스트 대통령은 끝내 탄생하지 못했다. 그러나 저자는 대선 캠프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연대'의 의미를 다시 쓴다. 그가 줄곧 S에게 가졌던 빚진 마음의 실체는 S가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니란 데서 왔으며, 그러나 연대란 품앗이나 편들기가 아닌 '옳은 일을 함께하는 행위'이기에 S에게 갚을 빚은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리고 이후로도 그의 '옳은 일을 함께하는 행위'는 순항 중이다.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는 소수자 혐오를 금하고 안전하게 퇴진을 외칠 권리를 주장했으며,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는 행진 참여 단위인 '줌마퀴어'의 기획자 '중 한 사람이다. 그가 말한 도그마에 저항해 판단을 지속하는 상태를 뜻하는 철학적 개념인 '에포케(epoche)'는 그렇게 작동 중이다.

지난 13일에 있었던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수많은 이들의 후기를 봤다. 윤석열 탄핵 광장의 청년 여성들 중 상당수가 거기 있었다. 그들도 저자처럼 자기들만의 에포케를 품고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다.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연대하면서. 그리고 당연히 정치의 기본은 연대이기에, 선거 하나로 실망하긴 이르다는 말을 여기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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