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보 걸으면 500원… ‘건강 재테크’ 흥행
2026.06.16 04:36
한달 최대 1만 원 지역화폐 지급
누적 참여인원 2만8696명 달해
의료비 부담 줄이고 군민 건강↑
2022년 2월 충북 괴산에 귀농해 6만6115m² 규모의 콩 농사를 짓는 정승환 씨(39)는 올 2월부터 일주일에 서너 차례 저녁마다 동호회원들과 동진천 종합운동장을 3㎞ 정도 뛴다. 10대부터 70대까지로 구성된 이 동호회의 이름은 ‘자연울림 뛰산’이다. 회원들은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걷거나 슬로우 조깅을 하며 건강을 챙긴다.
정 씨는 “걷고 뛰는 습관이 쌓이면 병원 갈 일도 줄어들고, 많지 않은 액수지만 돈도 챙길 수 있어 회원들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이 올해 2월부터 시작한 생활밀착형 건강 증진 정책인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이 새로운 농촌형 건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하루 7000보를 걸으면 500원을 적립해 주고, 적립금은 월 최대 1만 원까지 지역화폐인 괴산사랑상품권(포인트)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헬스케어 앱 ‘워크온’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도입 첫 달 3423명으로 시작한 참여 인원은 4월 6419명으로 늘었고, 이달 10일 기준 7552명을 기록했다. 누적 참여 인원은 2만8696명에 달한다. 군은 사업 참여 대상인 괴산군 인구 3만5888명(올 2월 말 기준·14세 미만 1886명 제외)의 21.4%가 참여한 것으로, 군민 5명 중 1명이 매일 걷기 운동에 나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5월까지 누적 인센티브 지급액은 1억3438만6000원으로 집계됐고, 이 기간 인센티브를 받은 연인원은 1만8225명이다.
괴산군이 걷기 정책에 공을 들인 것은 의료비 부담 때문이다. 군에 따르면 괴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만6347명(5월 기준·전체 인구의 43.67%)이다. 노인성 질환에 따른 의료비 관련 예산은 2024년 64억 원에서 지난해 99억 원으로 35억 원 늘어나 공공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괴산군은 예방 중심의 복지 행정 전환을 구상하다 이 정책을 도입했다. 사업 초기에는 경로당에 포스터를 게시하고, 11개 읍·면 이장단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상으로 홍보에 나섰다. 또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직접 방문해 참여를 독려하고, 지역화폐 혜택을 도입해 걷기가 일종의 ‘재테크’로 인식되도록 했다.
문광면에 사는 박순자 씨(68)는 “우연히 홍보물을 보고 이 정책을 알게 됐는데, 보건소에서도 직접 홍보를 나와 자세히 설명해줘 참여하게 됐다”며 “매일 밤 집 근처 문광저수지 둘레길을 30∼40분 정도 걷는데 다리에 힘도 붙고 돈도 벌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군은 4월부터 당초 매달 20일까지였던 걷기 참여 기간을 말일까지 확대하고, ‘자동 참여 및 자동 참여 정보 연계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무작정 보조금을 지급하는 시혜성 복지보다 주민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걸으면서 건강해지고, 장기적으로는 노인 의료비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예방 행정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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