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이재명’이냐 아니냐… 민주당 전대는 당권 그 이상의 싸움
2026.06.16 00:52
더불어민주당의 8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 균열이 커지고 있다. 표면적으론 차기 당권을 둘러싼 명청 갈등처럼 보이지만, 이른바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민주당 신주류와 전통적 주류 지지층인 친노·친문의 세력 간 전면전 대결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이후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다.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당시 “이겨야 하는 곳에서 졌다”고 한 데 이어 소셜미디어 엑스(X)에선 “집권 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했다. 특히 지난 9일 유럽 순방 출국길 행사에 정 대표는 오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정 대표에게 당대표 연임 도전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이후 친명계는 공개적으로 정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와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처음엔 “승리”라고 했다가 책임론이 쏟아지자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며 일보 후퇴했다. 하지만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친청계에선 “당대표 연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란 말이 나왔다. 정 대표는 자신의 거취와 전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지만 이르면 이번주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 측근은 “당대표 연임 도전은 기정사실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친명·친청 갈등은 여권 지지층 내 뉴이재명과 친노·친문 등 세력 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외연 확장’을 외치며 민주당으로 유입된 뉴이재명은 차기 당권주자로 대통령과 가까운 김민석 국무총리 또는 송영길 의원을 미는 반면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은 정청래 대표를 지지하는 양상이다.
김민석 총리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지방선거에 대해 “승리라고 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했다. 김 총리는 “임기 중반으로 가면 여러 정치적 어려움도 있기 때문에 당이 더 안정적으로 정부와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것이 좋다”며 “제가 당에 가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친여 커뮤니티는 둘로 쪼개지고 있다. 친노·친문과 가까운 김어준씨의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면 안 된다” “민생이나 챙겨라” “출신도 알 수 없는 뉴이재명으로 민주당 물을 흐리고 있다” “김민석은 절대 지지 못한다” 등이다. 반면 이 대통령 팬 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선 “극단 세력을 업고 분열을 꾀하지 말라”며 정 대표 사퇴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 지지자들은 이 대통령의 X와 정 대표의 페이스북을 서로를 향한 비난 댓글로 도배하고 있다.
친여 유튜버들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대통령과 정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작년 당대표 선거 때 정 대표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김어준씨는 15일 유튜브에서 뉴이재명 세력이 반대해 실패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를 또 꺼내들었다. 김씨는 선거 다음 날인 지난 4일에도 “합당 실패부터 예견된 선거 결과”라며 서울시장 패배 등을 합당에 문제 제기를 했던 뉴이재명 세력 탓으로 돌린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6·3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 친명은 이 대통령이 영입했던 ‘뉴이재명’ 김용남 후보를, 유시민, 김어준씨 등 친문·친노 세력은 조국 후보를 밀면서 여권이 분열했다”며 “이미 민주당은 쪼개져 있는 셈”이라고 했다.
여권 분열 속 정당 지지율이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12일 1002명을 무선 ARS 자동응답방식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 민주당 38%, 국민의힘 44.3%로 오차 범위(±3.1%p) 밖 격차를 보였다. 이 대통령 지지율도 51.5%로 전주 대비 3.7%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친청계 박규환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 1년에 대해 국민이 ‘레드카드’를 꺼냈다”는 취지의 글을 썼는데, 이를 두고 친명계 황명선, 강득구 최고위원이 이날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소리냐”며 크게 반발했다고 한다.
여권 일각에선 현 상황을 두고 민주당의 향후 주도권을 둘러싼 신·구 권력 쟁탈전으로 보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권 재창출이 간절한 이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반드시 여당을 장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당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친청과 친문·친노가 연합하고 있는만큼 내부 세력간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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