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건설업
건설업
스위스의 '인구 1000만' 상한 투표가 한국에 던진 질문 [여기는 논설실]

2026.06.15 18:04

인구 상한 1000만 명이라는 ‘21세기 쇄국령’ 시도
과반 반대로 부결…제노포비아 대신 경제 실리주의 선택

한국은 5000만 마지노선 붕괴 위기에도 침묵
땜질식 쿼터에 갇힌 외국인 고용…인력난 악순환
국가생존 전략 차원에서 이민정책 공론화 할 때
사진=AFP

지난 14일 스위스에서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국민투표가 열렸다. 우파 성향의 제1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주도해 발의한 ‘인구 1000만 명 상한제’를 두고 찬반 투표가 실시됐다. 2050년 이전까지 스위스 영주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지 않도록 국가가 강제로 빗장을 걸어 잠그자는 것이 골자였다.

법안의 강제력은 무시무시했다. 인구가 950만 명에 도달하면 정부는 난민 수용, 가족 초청 이민, 거주 허가증 발급을 즉각 제한해야 한다. 만약 2년 연속으로 이를 초과하거나 2050년 전에 1000만 명 선을 돌파하면 스위스는 유럽연합(EU)과 맺은 인적 자유 이동 협정을 강제 폐기하도록 했다. EU 단일시장 접근권의 박탈이라는 위험을 내포했다는 점에서 외신들은 이를 ‘스위스판 브렉시트’라 부르며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SVP의 전략은 노골적이었다. 발의안의 이름을 ‘지속가능 계획’으로 포장했다.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마케팅이었다. 여기에 ‘이민자 10명 중 1명만이 숙련노동자’, ‘망명 신청자는 스위스인보다 강간범죄를 11배 더 많이 저지른다’는 공포스러운 광고판까지 등장했다.

스위스 정부는 경제 위기론을 앞세워 맞불을 놨다. 2002년 EU와 상호 거주·취업 제한을 완화한 이후 스위스 인구는 23% 증가했고 같은 기간 GDP도 24% 늘었다. 법안이 가결되면 EU와 맺은 인력 자유이동 협정을 종료해야 한다. 스위스 정부와 재계는 이번 발의안을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결과는 반대 54.8%, 찬성 45.2%로 부결됐다. 투표율은 58.9%를 기록해 최근 스위스 국민투표 평균 투표율인 48%를 크게 웃돌았다.

인구와 이민 문제가 스위스 사회를 얼마나 뜨겁게 달궜는지 증명하는 수치다. 절반에 가까운 45%가 찬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민자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사진=EPA

찬반은 지역별로 갈렸다. 농촌 지역에서는 찬성표가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제네바 등 대도시와 프랑스어권 서부 지역에서 반대표가 우세해 전체 부결로 이어졌다. 찬성론자들은 2002년 EU와의 자유 이동 협정 이후 인구가 23% 급증해 현재 910만 명에 이르렀으며, 외국인 비율이 거의 28%에 육박해 주택 부족, 임대료 폭등, 교통과 의료 등 국가 기간시설 과부하가 임계점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위스 유권자들은 ‘외국인 혐오(제노포비아)’ 대신 경제적 실리주의를 선택했다. 인구 상한선이 설정되면 금융, 제약, IT, 헬스케어 등 스위스를 지탱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 전문 인력과 돌봄 노동자를 확보할 길이 막힐 것이라는 경고가 먹혔다.

한국은 스위스와 다른, 정반대의 질문을 안고 있다. 스위스가 인구 과밀을 고민한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한국 인구 5000만 명 붕괴 시점을 기본 시나리오에서 2041년, 최악 시나리오에서 2031년으로 봤다. 지난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약 36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20만 명 감소했다. 향후 10년간 매년 약 25만 명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조선업, 건설업, 음식점업, 돌봄과 간병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더 이상 ‘보충재’가 아니다. 지난 3월 기준 E-9 비자 외국인 근로자는 33만 명에 달했다. 이들 없이 중소 제조 현장은 돌아가지 않는 산업 구조가 이미 굳어졌다. 그런데 현행 고용허가제는 체류 기간 최대 4년10개월에 가족 동반·국내 정착이 원칙적으로 제한돼 있다. 상시적인 인력난을 단기 비자 발급으로 때우는 처방으로는 노동력 공백이라는 발등의 불을 끌 수 없다.

스위스 국민투표는 우리에게 이민 정책을 국가 생존 전략 관점에서 공론화할 때가 됐다는 점을 환기한다. 이민을 무조건 많이 받자는 게 아니라 그동안 금기시해온 이민 논의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숙련된 외국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장기 정착 인재로 키울 사람을 어떻게 구분할지, 교육 주거 의료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부터 설계해야 한다. 스위스 국민투표가 촉발한 갈등의 뿌리도 여기에 있다. 스위스는 이민자를 생산요소로만 받아들이고 사회 구성원으로 설계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사회 불안과 정치적 갈등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한국이 이민 확대를 결정한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지점이다. 스위스는 인구 상한 설정이라는 ‘틀린 결론’을 시도했지만, 사회적 논의를 위해 국민 투표라는 ‘정치적 과정’을 밟았다. 반면 한국은 인구 감소의 부담을 계산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로 인구 성장을 선택한 나라는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축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민정책은 더 이상 노동력 땜질이 아니라 국가 운영 전략이어야 한다. 정서적 거부감과 표심 이탈을 두려워해 인구 재앙이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민 논의조차 꺼내지 못하는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건설업의 다른 소식

건설업
건설업
3시간 전
‘제조업체 대표’ 현대차 인정에… 조선·반도체 등도 비슷한 요구 예고
건설업
건설업
3시간 전
종전 수혜 기대… 건설·항공주 급등
건설업
건설업
3시간 전
상용 근로자 26년 만에 감소… 20, 30대 19만여명 줄어 ‘직격탄’
건설업
건설업
4시간 전
실업급여로 생계 전전…강원 실업급여 지급액 코로나 이후 최고
건설업
건설업
5시간 전
가장 일찍 출근하는 업종 가장 늦게 출근하는 업종 [서베이 행간읽기]
건설업
건설업
7시간 전
중노위 “한화오션, 급식·세탁 하청업체와 교섭 나서야“
건설업
건설업
10시간 전
호르무즈 열린다…건설업계, 업황 회복 기대감 속 신중론 여전
건설업
건설업
11시간 전
코스피 5% 급등, 8500 돌파…미·이란 종전 합의 효과
건설업
건설업
12시간 전
미·이란 종전 수순에 건설업계 기대감…중동 수주 재개 주목
건설업
건설업
2016.08.27
[브리핑] 구글 지도 반출, 외교문제로 가나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