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sayonbeat
sayonbeat
9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농민의 눈으로 보고 농민의 언어로 쓴 ‘글쟁이’

2026.06.15 18:50

[가신이의 발자취] 글로 살다 글로 남은 사람 , 작가 한만수
고 한만수 소설가.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5 일 오후 7 시 , 한만수(사진) 작가로부터 메시지 한통이 도착했다 . “ 아들입니다 .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아버지 전화기로 보내드립니다 . 안 좋은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 라는 글과 함께 ‘ 고 한만수 향년 71 (1955 년생 ) 로 별세 ’ 부고장이 함께 있었다 . 한동안 믿기 어려운 소식 앞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

사람은 누구나 떠난다 . 그러나 어떤 사람의 부재는 오랫동안 실감 나지 않는다 . 한만수 형이 그럴 것이다 . 그는 늘 어딘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 그들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만 같다 . 세상 구석구석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소설을 썼고 , 특히 고향 학산(충북 영동군)과 인근 농촌 풍경과 삶을 정겹고 생생하게 그려냈다 . 부음을 접한 순간에도 슬픔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글쟁이 한만수 형의 모습이었다 .

한만수 형과의 인연은 1991 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당시 나는 신경림 선생을 모시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에서 일하고 있었다 . 아마 첫 시집 ‘벙어리 연가’ ( 실천문학사 , 1991) 를 펴낸 직후였을 것이다 .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 그는 좀 들뜬 목소리로 1990 년 월간 ‘한국시’ 로 등단했으며 , 고향이 학산이고 나보다 중학교 5 년 선배이며 동창 한만규의 친형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 그리고 머지않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살겠다는 뜻을 밝혔다 . 오직 글만으로 생계를 꾸리겠다는 그의 결심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그 첫 통화의 인상 때문이었을까 . 나는 한동안 직접 만나기를 주저했다 . 대신 가끔 전화로 안부만 주고받았다 . 그러다 국제통화기금( IMF) 외환 위기가 닥치며 내가 다니던 실천문학사도 위기를 맞았고 , 결국 나는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 고심 끝에 1999 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낙향했을 때 깜짝 놀랐다 . 그는 이미 작심한 대로 17 년간 다니던 은행과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먼저 고향에 내려와 있었다 .

고 한만수 소설가. 시에 제공

그 후 우리는 수시로 만나 문학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 한만수 형은 술자리에서 늘 소주를 큰 잔에 따라 단숨에 비우고 바로 일어났다 . 술 마시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편소설 ‘하루’ ( 실천문학사 , 2002) 가 당선돼 주목을 받으며 본격적인 소설 창작에 들어섰다 . 시인으로 출발했지만 그의 문학은 점차 소설이라는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고 있었다 .

전업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더욱이 오직 글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상당한 각오와 집념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 그러나 한만수 형은 끝내 이겨냈다 . 대하장편소설 ‘금강’ 전 15 권을 비롯해 장편소설 100여 권 , 시집 6 권 등을 펴냈다 . 그의 소설은 양적으로도 놀라웠고 , 무엇보다 꾸준했다 . 그 결과 이무영문학상 , 경희문학상 , 류승규문학상 등의 수상 영예를 안았다 .

그의 삶은 곧 글쓰기였고 , 글쓰기는 곧 삶이었다 . 2014 년 완간된 ‘금강’ 은 한만수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 언젠가 정지창 문학평론가 ( 영남대 명예교수 ) 와 함께 이 작품의 무대가 된 모산마을(충북 영동군)을 답사할 기회를 가졌다 . 안내를 맡은 한만수 형은 “1950 년대 전쟁 이후부터 2000 년도까지 반세기에 걸친 한국 현대사의 변화상과 민중의 삶을 이곳 모산마을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 고 밝히면서 작품 속 장면을 생생하게 설명해 주었다 .

정지창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 한국문학사상 독보적인 농민 대하소설로 기록될 것 ” 이라고 극찬하며 , “ 농민의 눈으로 보고 농민의 언어로 쓴 한 마을의 역사이자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 ” 이라 치켜세웠다 . 답사를 마친 뒤 읍내 시장에서 올갱이국밥을 먹으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쉽게 말을 보탤 수 없었다 . ‘ 금강’ 전권이 책장에 꽂혀 있었지만 , 그 방대한 분량 앞에서 나는 끝내 마저 읽지 못한 채 먼지만 쌓아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 정지창 문학평론가는 이미 작품을 깊이 읽고 작가와 대화를 끝없이 나누고 있었고 ,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

지난 2024년 제19회 류승규문학상 수상 기념사진. 왼쪽부터 안후영 시인, 고 한만수 소설가, 황규철 옥천군수. 안후영 시인 제공

한만수 형은 지금 여기 없지만 그가 보고 싶어 페이스북을 다시 열었다 . 2026 년 4 월 17 일 , 그가 가사를 쓰고 인공지능( AI)이 작곡해 노래한 ‘꿈속에서 본 어머니’ 가 마지막 게시물로 남아 있다 .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지금 다시 읽고 듣고 보니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유언처럼 느껴진다 . “ 어머니 , 어머니 , 사랑하는 어머니 /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날에는 / 어머니 품이 저절로 그립네요 ./( … )/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은 어머니 ” 라는 애절한 노랫말은 쉽게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 이제는 “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닌 날 ” 이 아닌, 사는 게 사는 것처럼 어머니 품에서 평안히 쉬시길 빈다 .

그리고 먼저 떠난 ‘ 영동시파 ’ 의 권구현 , 고원 , 김석환 , 윤중호 시인 등과 다시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시고 , 늘 단숨에 비우던 술잔 대신 다정한 잔을 나누면서 이승에서 다 쓰지 못한 고향 이야기도 마음껏 쓰시길 바란다 .

양문규 시인

세상은 여전히 흐르고 , 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 그러나 “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닌 날 ”, 그의 문장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

한만수 형 , 부디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길 ….

양문규/시인, 사진 시에 제공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중학교의 다른 소식

sayonbeat
sayonbeat
1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1시간 전
[빅데이터가 점지한 오늘의 운세] 2026년 6월 16일 화요일(음력 5월 1일, 신유일)
sayonbeat
sayonbeat
4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4시간 전
[언중언]참교육
sayonbeat
sayonbeat
4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4시간 전
내일부터 도교육청 전자칠판 품평회… 강삼영 "무리한 중단보단 취지 살려야"
sayonbeat
sayonbeat
4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4시간 전
정선 청소년들 과학·문화 체험하며 창의력 키웠다
sayonbeat
sayonbeat
4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4시간 전
대구 미래교육 배우러…교육부장관·경기교육감 당선인 잇단 방문
초등교사
초등교사
4시간 전
중3 전원 해외 진로체험…세종 교육 확 바뀐다
sayonbeat
sayonbeat
6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6시간 전
수업 부담 덜고 학교 업무에 집중
sayonbeat
sayonbeat
6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6시간 전
'제25회 아마추어무선방향탐지(KARDF) 전국대회' 성료…“내년 세계 ARDF 선수권대회 성공 개최 다짐”
sayonbeat
sayonbeat
9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9시간 전
"한국어 능력 따라 교실 이동" 다문화교육 사례 나눈다
sayonbeat
sayonbeat
9시간 전
중학교
중학교
9시간 전
[여적]드라마 밖으로 나온 ‘교권보호국’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