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전
과학 유튜버 이민환 “실험 목적은 ‘왜?’를 찾는 과정에 있어요”
2026.06.15 17:56
베이킹소다, 식초, 페트병, 물감 등이 실험재료
‘틀려도 괜찮아’…정답에 연연해하지 않게 해야
초등 시기 경험이 중·고등 개념 담는 그릇돼
미술관·박물관 자주 가는 것도 상상력에 도움
“코딱지를 먹으면 몸에 안 좋을까?” “좀비 버섯이 정말 있을까?” 인공지능(AI)이 1초 만에 답을 내놓는 시대, 정작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구독자 20만, 누적 조회 1억7000만 뷰의 과학 유튜브 채널 ‘지식인미나니’ 운영자이자 ‘질문 하나에 과학이 와르르’를 펴낸 이민환 저자에게, 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과학 공부법을 들었다.
–엉뚱한 질문이 과학적 사고력의 출발점인 이유는 무엇인가.
“보호자 입장에서는 ‘으이그, 또 쓸데없는 소리!’ 하고 넘길 수 있는 질문들이지만, 이 엉뚱함이야말로 아이들의 과학적 사고력을 깨우는 가장 강력한 스위치라고 생각한다.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가 훨씬 중요해진 시대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좀비 버섯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있다 없다의 정답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럼 어떻게 곤충을 조종하지?” “우리 주변 생태계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지?”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 자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훈련이다.”
–책에는 질문, 예측, 교과 개념 이해, 실험 확인 과정이 반복된다. 정답을 바로 알려주지 않고 스스로 예측하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나.
“정답을 바로 알려주는 건 아이 머릿속에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될까?”하고 예측하게 만들면, 아이의 뇌는 정답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상태에서 교과 개념을 만나면, 지식이 겉돌지 않고 머릿속에 찰싹 달라붙는다. 학습 효율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틀려도 괜찮다’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과학에서 예측이 틀리는 건 실패가 아니다. 훌륭한 과학자들도 수천 번의 예측이 빗나가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진리를 찾아낸다. 아이들은 자기 힘으로 예측하고 실험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 내 생각이 틀렸네? 그럼 왜 그런 거지?” 하고 실패를 새로운 호기심으로 바꾸는 경험을 한다. 정답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하는 마음 근육을 만들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집에서 과학 실험을 하는 것이 보호자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재료는 어디서 사지?’ ‘집이 엉망이 되면 어쩌지?’라는 걱정부터 앞설 수 있다. 그래서 책에서는 주방이나 책상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재료만 엄선했다. 베이킹소다, 식초, 페트병, 물감처럼 당장 집안을 뒤지면 나오는 것들이다. 이런 일상의 재료로도 얼마든지 과학 실험을 할 수 있다. 예상한 대로 결과가 안 나올 때가 많을 텐데, 이때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책이랑 다르게 나왔네? 물을 너무 많이 넣었나? 온도가 달랐나?” 하고 아이와 함께 탐구해보는 태도가 핵심이다. 실험의 목적은 예쁜 결과가 아니라 ‘왜?’를 찾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
–집에서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는 실험 한 가지를 추천해 준다면?
“식빵을 활용한 손 씻기 실험을 추천한다. 밖에서 놀다 온 아이에게 백 번 “손 씻어라!” 해도 잘 안 듣지 않나. 잔소리 대신 식빵 두 장과 지퍼백을 꺼내보는 거다. 밖에서 놀고 온 손으로 식빵 한 장을 조물딱거리게 하고, 비누로 꼼꼼히 씻고 나서 나머지 한 장을 만지게 한다. 두 식빵을 각각 지퍼백에 밀봉해 따뜻한 곳에 며칠 놔두면 된다. “안 씻은 손으로 만진 빵이랑 깨끗한 손으로 만진 빵, 어디에 균이 더 많이 자랄까?”라는 질문을 하면 아이들은 매일 지퍼백 앞을 서성이며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초등 시기에 다진 과학적 사고는 어떻게 중·고등 과학으로 어떻게 이어지나.
“초등학교 때는 “왜 비가 오지?” “왜 지진이 날까?”를 궁금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갑자기 복잡한 수식과 기호가 등장하면서 ‘어떻게’ 비가 오는지 대기압을 계산해야 한다. 초등 시기에 ‘왜?’라는 호기심을 충분히 발산해 본 아이들은 중학교 교과서를 펴도 ‘아, 내가 그때 궁금했던 비의 원리가 이 공식이구나!’라며 흥미를 이어간다. 이 기반이 없는 아이들은 그저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외우다 지쳐버리고 만다. 예를 들어 ‘꼬마 화산 실험’으로 땅속의 압력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본 아이들은 다르다. 나중에 대륙 이동설이나 윌슨 주기 같은 개념을 마주했을 때 무작정 외우지 않는다. ‘아, 그때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그 힘 때문에 거대한 대륙이 쪼개지고 합쳐지는구나!’ 하고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다. 초등 시기의 경험이 중·고등 개념을 담는 튼튼한 그릇이 되는 것이다.”
–아이의 과학적 사고력을 위해 보호자가 가져야 할 중요한 자세는 무엇인가.
“완벽한 ‘정답 자판기’가 되려는 부담부터 내려놓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보호자가 완벽하지 않을 때 아이의 사고력은 오히려 더 크게 자란다. 답을 바로 내놓거나 찾아주는 대신, 함께 답을 유추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그 과정에서 AI를 함께 활용해도 좋다. 이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나중에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갖게 된다.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과 박물관에 자주 가는 활동도 추천한다. 박물관에서 옛날 유물을 보며 “옛날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을까?” 하고 상상해보게 하고, 현대미술관에서 엉뚱해보이는 작품 앞에서 “왜 이걸 만들었을까?”라고 질문하고 함께 상상해보자. 이때 정답을 맞추려 하면 안 된다. 부모도 아이와 함께 그냥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과학을 어렵게 느끼는 아이나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내외 수많은 연구 현장에서 만난 훌륭한 과학자들은 모두 어릴 적 알아주는 ‘엉뚱쟁이’들이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을 절대 부끄러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왜 그럴까?”하고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이 AI 시대에는 훨씬 더 강력한 무기다. 마음껏 질문하고, 마음껏 틀려도 괜찮다.”
박은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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