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韓佛 수교 특별전
카르노 대통령에 보낸 보물 ‘반화’
소나무·모란·난초 정교한 자태
옥장 김영희 장인 재현해 첫 선
세브르 도자기·고려청자·의궤 등
주고받은 선물 160여점 한자리에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서 선물한 ‘반화’의 복제품. 사진 제공=국가유산청금빛 가지 위로 초록색 잎들이 살아있다. 활짝 핀 꽃은 반짝이고 열매는 보석처럼 빛난다. 서울 덕수궁 돈덕전에 전시된 조선 시대 ‘반화(盤花)’의 모습이다. ‘반화’는 금속과 목재, 보석 등으로 꽃과 나무를 장식한 공예품을 말한다. 그릇(盤) 위에 담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반화는 각각 너비 23~24㎝ 한 쌍으로, 고종이 양국간 수교를 기념해 당시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다만 고종이 보낸 진품은 너무 오래돼 프랑스에서 이동이 힘들어 이번 전시에는 국내 장인이 만든 복제품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국가유산청 주최로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과 덕수궁 돈덕전에서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함께 걸어온 140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프랑스가 고종에게 선물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 사진 제공=국가유산청조불수호통상조약 원본. 사진 제공=국가유산청조불수호통상조약(불문본) 원본. 사진 제공=국가유산청전시는 두 나라가 주고받은 각종 선물과 서신, 문서 등 160여 점을 모았다.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1886년 체결한 조불수호통상조약 문서의 양국 언어로 쓰인 원본, 이듬해 발행된 조약 비준서, 이를 증명하며 발행한 문서 등을 볼 수 있다. 전시품 가운데는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조불수호조약을 기념해 선물한 명품 세브르 도자기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 고종이 답례품으로 보낸 고려청자, 국가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한 의궤(儀軌) 등이 눈길을 끈다.
1851년 프랑스에 전달된 ‘옹기 주병’. 사진 제공=국가유산청조선과 프랑스의 첫 만남 당시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옹기도 나왔다. 양국이 수교하기 전인 1851년 신안 비금도에 표류한 고래잡이배 나르발호의 선원을 구출하려고 온 프랑스 외교관이 조선 관원을 만난 뒤 받은 옹기병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병의 바닥면에는 주민들로부터 다과와 함께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잔치를 베풀었던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백범 김구와 프랑스 영사가 함께 촬영한 사진이라든지, ‘19세기 조선 시대 모습이 담긴 동판사진세트’ 등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선물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19세기 조선 사회의 모습이 담긴 동판사진 세트. 사진 제공=국가유산청이번 전시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고종의 선물인 ‘반화’ 한 쌍이다. 당시 조선의 공예기술이 총동원된 보물로, 카르노 대통령의 후손이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옥장(玉匠) 보유자인 김영희 장인이 재현한 복제품을 선보였다. 연꽃잎 무늬를 새긴 금속 화반 위에 정교하게 장식된 소나무, 측백나무, 모란, 난초의 자태에 관람객들의 감탄이 쏟아진다.
‘반화’ 원본. 프랑스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 소장중이다. 사진 제공=국가유산청‘반화’는 덕수궁 돈덕전 2층에서 ‘반화: 상서로운 마음’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전시 중이다. 고종이 선물한 반화를 중심으로 조선 왕실의 길상 문화와 근대 외교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청나라 때 유행한 ‘분경(盆景)’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구성, 도상 등이 다른 점이 눈길을 끈다.
이를 기리듯 올해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반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반화 오마주’를 선물해 양국간 140년 우정을 기념했다. 전시는 국립고궁박물관이 8월 2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은 8월 3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