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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정청래...그릇 깨질 위기? [이브닝 브리핑]

2026.06.15 17:49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장문의 SNS 글을 올렸습니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치적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이번에도 메타포는 '그릇'이었습니다. 여당의 정치는 신념윤리가 아닌 책임윤리에 따라야 하며, 진영이 아닌 국민 전체를 향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용과 개방은 필수"라는 말로 글을 맺었습니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 대부분은, 1주년 기자회견과 환송 행사에 이어 정청래 대표를 향해 내놓은 세 번째 '책임론' 메시지로 이해하고 있지만, 정 대표와 측근들은 이번에도 일반론이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해석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민주당이란 그릇이 깨질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여권 내 불안감도 감지됩니다.

정청래의 '딴청'?...조승래의 '김민석 저격'?

정청래 민주당 대표 / 조승래 사무총장
오늘(15일)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청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한껏 추어올렸습니다. "외교의 역량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월드클래스의 세계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불안불안했었는데 이 대통령이 순방할 때마다 뭔가 기대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상찬하는 발언이지만,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른바 '명청 갈등'의 압력을 조금이나 낮춰보려는 립서비스 같은 발언이라는 냉정한 해석이 나옵니다.

불과 닷새 전, 정청래 대표는 "국민은 영원하지만 정권은 짧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라는 이름을 구체적으로 쓰지만 않았을 뿐, 야당 대표가 정부 여당을 공격할 때 쓰는 문구를 골랐습니다. 6.3 지방선거를 사실상 실패로 받아들이고 여권의 리더십을 책임의 언어로 재정립하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들이받는 모양새였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에는 SNS에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 논의의 결론을 국회에 맡기겠다고 말했지만, 불가피하고 제한적인 상황에서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습니다. 이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거두절미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고 쓴 것은 결국 이른바 강성 지지층을 바라보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개인적 상상일 뿐입니다만, 만약 정 대표가 명청갈등 해소 또는 긴장 완화를 원했다면 아마도 "대통령의 고민에 공감한다. 충실하고 책임성 있게 논의하겠다" 혹은 "해법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뭐 이런 정도로 대응하지 않았을까요?
정청래 대표의 본심은 어디에?

6월 10일 "국민은 영원하지만 정권은 짧다"
6월 12일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SNS 글)
6월 15일 "이 대통령은 월드클래스 지도자"

이런 상황에서 조승래 사무총장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어제(14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조승래 사무총장은, 전날(13일) 있은 이재명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 "특정 개인이나 지도부라기보다는 여당이 지방선거 이후 어떤 자세로 국정 운영을 해야 될 것인지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한 걸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여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곡해'이며, 그런 곡해는 대통령의 큰 뜻을 오히려 좁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지방선거의 성과를 강조하다가 김민석 총리의 차기 당권설 관련 기사를 언급했습니다. 조 사무총장은 "평택과 전북에서 있었던 당내 균열적 구조를 차기 당권 구도와 연결짓게 하는 균열을 국민들께 보여줬다"면서 "그것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예를 들면 지방선거가 진행 중인데 총리 그만두고 당권 도전한다. 이런 게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줬겠느냐, 기사에 대해 당사자들이 부인하지 않았는데 그게 과연 적절했느냐"고 했습니다. 김민석 총리 당권도전 기사가 당의 균열을 더 도드라지게 했고, 그런 언론 기사에 제대로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질책의 뜻이 담긴 걸로 보입니다.

조 총장은 오늘 김어준 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 발 더 나간 언급을 했습니다. "사전투표 즈음해서 갑자기 전당대회, 당권 얘기가 나오면서 이게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김 총리 전대 출마설이 여권 지지층 분열을 심화한 것이 패배의 한 원인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른바 친명 진영에서는 사전투표일에 매불쇼에 출연해 김용남 후보를 공격했던 유시민 작가를 분열의 상징처럼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조 총장은 그 자리에 유시민 작가가 아닌 김민석 총리를 올린 모양샙니다. 정치권에선 정청래 대표 최측근인 조승래 총장이 김민석 총리를 연이틀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졌습니다.
(사진 출처 :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오늘 방송)
더구나 김어준 씨는 같은 방송에서 조국혁신당 합당론을 다시 꺼냈습니다. 김 씨는 "통합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앞으로 선거 (이기기) 어렵다"면서 "조국 대표가 떨어지는 등 동력이 많이 약화한 상태인데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합당이 이슈가 될 것으로 보느냐"고 출연한 (본인은 누구보다 친명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치권은 대체로 친청계로 분류하는) 최민희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이른바 친청 진영은 '진보 진영 내 통합과 협력'이 우선 관심사임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정청래 대표와 그 측근들은 이 대통령의 '그릇론'을 자신에 대한 메시지가 아닌 일반론으로 '해석'하고, 균열과 패배의 책임을 굳이 따지자면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거론할 수는 없으니) '김민석 책임론'을 함께 거론하고, 포용과 통합보다는 진영 내 연대와 통합에 더 강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큰 그릇론'의 완성 조건


그럼 다시 이재명 대통령의 '큰 그릇론'으로 돌아가 봅시다. 물론 대통령의 글에는 정청래 대표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같은 고유명사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막스 베버의 생각을 빌려 정치인 특히 집권여당의 철학과 역할 행동이 어떠해야 하는지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언론은 정청래 대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집권세력은 구호나 주장이 아닌 냉철한 균형감각에 의한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는 대목이나 "여당의 열정은 우리 진영이 아닌 국민 전체를 향해야 한다."는 대목이 특히 정 대표 체제 1년에 대한 성찰의 메시지로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현실이 없는 이상주의자는 해결책 없이 편가르기에 집중하는 무능한 선동가가 된다"는 대목을 아예 신문 머리기사 제목으로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통령이 지선 결과를 '자신과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경고'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은 대목은 마지막 문장입니다. "전쟁을 통해 점령한 것이라면 배제와 독점이 이상할 게 없지만, 경쟁을 통해 부분의 힘으로 승리하여 전체를 대표하게 되었다면, 이제 모두를 위한 포용과 개방은 필수입니다."라는 부분입니다. 부분의 힘으로 승리해 전체를 대표하게 됐을 뿐인데 점령군처럼, 지배자처럼 국민에게 비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한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청와대나 정치권의 이른바 친명계 반응을 봐도 이 대통령 메시지는 일반론이 아닌 특정인을 향한 것이라는 평가가 정확해 보입니다. "정권은 짧다"는 정 대표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을 쪼개자는 거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인 걸로 취재되고 있습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익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 또는 여권 관계자들에게서 정 대표 발언에 대한 격한 반응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여권 내 갈등이 표면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청와대에선 적어도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만이라도 입조심하라는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청와대와 정치권 또 언론의 해석이 이렇게 한결같다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균형감각'과 '진영이 아닌 국민 전체를 향해 나아가는 포용과 개방'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주문은 누구를 향한 것이겠습니까? 정청래 대표 말고 다른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여권의 해석 논란은, 엄존하는 갈등을 회피하려는 부질없는 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다만 한 가지, 큰 그릇론의 완성 조건에 관해 언급해 두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책임 윤리' '포용과 개방'이라는 이 대통령의 성찰이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을 향해서도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선거 국면의 가장 큰 변수였던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한 입장, 또 부동산이나 스타벅스 또 투표독려 과정에서 등장했던 '비판과 공격'의 단어들에는 대통령이 말하는 '큰 그릇' '포용과 개방'과는 거리가 먼 날카로운 '창'이 적지 않았습니다. 어떤 시점이나 형식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에 대한 대통령의 추가 설명이 나오고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야만 '큰 그릇론'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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