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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후 처음 받은 강연 요청, SNS 인연이 천군만마 되다

2026.06.15 15:01

SNS에서 만난 글벗이 대구 강연장까지 픽업, 댓글 한줄이 서로의 마음을 잇다【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주 토요일, 기차가 드디어 서대구역에 도착했다. 작년 11월 책을 출간한 뒤 처음으로 떠나는 강연길! 가슴은 북소리처럼 쿵쾅거렸다. 그날을 위해 넉 달 동안 얼마나 쓰고, 고치고, 지우기를 반복했던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사 아래로 쭉 내려오는데, 사람들 사이에서 한 여인이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순간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고,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OOO 작가님이시죠?"

SNS 댓글로만 인사를 나누던 사람이 내 앞에 서 있다니! 우리는 반갑게 손을 내밀었고 처음 잡아본 손인데도 낯설지 않았다. 따뜻하고 단단한 악수에는 오랜 시간 댓글로 주고받은 응원과 믿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첫 만남이었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 갔다. 함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강연장으로 향하는 동안, 그녀의 동행은 나에게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주었다. 혼자였다면 더 긴장했을 첫 강연 길이었지만, 그날 만큼은 마음 한편이 따뜻하고 다정하게 채워졌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손주 육아와 액티브 시니어 삶에 관한 글을 올린다. 틈틈이 결이 맞는 작가들의 글을 찾아 읽는다. 손주 돌봄으로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댓글은 달지 못 하지만, 열정적인 작가는 거의 일대일로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글을 읽어주고 출간했을 때 서평을 쓰거나 댓글을 다는 것도 일종의 품앗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에게는 공감과 응원은 아주 큰 힘이 된다.

이번 6월 둘째 주 주말, 대구의 한 구청 가족문화센터에서 <행복한 조부모 육아 교실> 강연하게 되었다. 사실 인연은 작년 11월, 책이 출간되자마자 시작되었다. 내 책의 내용이 2026년도 기관이 준비한 <흥 할마, 할바! 육아 고수 만들기>라는 프로그램과 잘 맞는다며 담당자가 강연 문의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메일을 거의 확인하지 않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블로그에 공감이나 댓글이 올라왔다는 빨간불이 반짝거려서 반갑게 들어가 봤다.

"안녕하십니까? 대구광역시 OO구청 가족정책과 OOO이라고 합니다. 조부모 교실 출강 문의 관련 메일 확인 부탁드립니다."

메일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 OOO 작가님 되시지요? 저희 구청에서는 6월 토요일에 조부모 육아 교실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작가님을 모시고 1시간~1시간 반 정도의 특강을 하면 좋을 듯하여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흥 부자 할머니, 할아버지' 라는 테마를 구상 중에 있사오니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립니다."

그 메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출간 후 처음 받은 강연 요청이었기 때문이다. 거리가 멀어 망설였지만, 함께 공부하는 동아리 회원들은 "출간 작가에게는 한 줄 이력이 중요하다. 이번 강의가 또 다른 강의를 이끌어 줄 수 있다"라며 등을 떠밀어 주었다.

▲ 행복한 조부모 육아 교실 제가 대구 달서구청 가족정책과 <행복한 조부모 육아 교실> 강연 포스터
ⓒ 최윤순

고민 끝에 마음을 다독이며 이력서와 강의 계획서를 보냈다. 하지만 낯선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내 책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준비하면서도 마음 한편은 계속 불안했다. 주무관은 강연 PPT는 기한이 있으니 천천히 만들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참 여러 사람이 나를 도와주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중에 한 분은 필명이 '오즈의 마법사'이다. 나처럼 손주 육아를 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 그녀의 글을 꾸준히 읽고 있었다. 오마이 뉴스, 브런치 스토리에 댓글도 달고 우린 서로 무언의 응원을 주고받았다.

일면식도 없는 분의 따뜻한 제안

한 번은 MBC 여성 시대에 당첨된 작가님의 글이 올라와서 읽고 녹음 파일도 들었다. "대구 달서구에 사시는 OOO님의 글이었습니다" 하는 진행자의 목소리를 듣는데 정말 반가웠다. 댓글에 "대구 달서구라고 하니 더 반갑네요."라고 남겼고 "어떻게 달서구를 아세요?" 하면서 댓글을 주고받았다. 그곳에서 6월에 강연할 예정이라며 살짝 언급했다.

며칠 뒤, 그녀가 내 글에 찾아와 댓글을 남겼다.

"작가님이 제가 사는 지역에 강연하러 오신다니 당연히 강연 신청도 하고 차는 작지만 강연 날 픽업해 드리고 싶어요."

일면식도 없는 분의 따뜻한 제안에 감사했지만 주저주저했다. '아하, 어떻게 연락하지?' 하지만 그녀의 글 속에는 내 책에 추천사를 써주신 작가님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그분한테 연락하면 되겠구나.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마치 007 작전하듯이 마법사님의 댓글이 또 달렸다.

"제가 전화번호를 잠깐 남길 테니 확인하면 신호를 주세요. 그러면 곧바로 지우겠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맙던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한테 이런 환대를 받아도 되는 건가?

교직에 있었을 때 학생들과 <오즈의 마법사>라는 대본으로 영어 연극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연습하면서 아이들의 가능성과 끼를 꺼내 주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 이번에 만난 글벗 역시 발랄하고 상큼한 목소리로 낯선 곳에 첫발을 내딛는 손님에게 다정하게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또한 그녀가 강의 신청도 하고 밝은 에너지로 도와줄 것을 생각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다.

오래전 영어 연극을 지도했던 오즈의 마법사는 무서운 권력자가 아니었다. 도로시와 친구들이 이미 자기 안에 가지고 있던 지혜와 용기, 따뜻한 마음을 발견하도록 도와준 안내자였다. 이번 강연을 준비하며 만난 '오즈의 마법사'님도 내게 그런 존재였다. 소심해지는 순간에는 사자처럼 담대한 용기를, 자신감이 흔들릴 때는 따뜻한 격려를 건네주었다.

SNS에서 시작된 짧은 댓글 인연이 현실의 응원군으로 이어질 줄은 미처 몰랐다. 글은 혼자 쓰지만, 그 글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이번 대구 강연길에 강연 자료만 챙겨 가는 것이 아니다. 댓글 한 줄에서 시작된 따뜻한 우정과 응원의 마음도 함께 품고 갈 것이다. 그녀는 한 공모전에 <빨간 점을 누르면>이라는 SF 동화가 당선돼 등단 작가가 되었다. 마침 7월 초 여의도에서 시상식이 있어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다. 돌아보면 인연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글 아래 남겨진 짧은 댓글 한 줄이 서로의 마음을 잇고, 새로운 인연의 문을 열어 주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네이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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