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관위 20년차 실무자 “업무 줄이려고 투표지 인쇄 축소… 곪은 게 터졌다”
2026.06.15 12:04
“외부기관 감사 거부 명분없어
용지부족 사태 처음도 아닐것”
사실상 예고 된 ‘참정권 훼손’
| “민주주의 사망”… 선관위 근조화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등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 ‘애도 한국 민주주의 사망’이라는 글귀가 쓰인 화환이 놓여 있다. 백동현 기자 |
“그동안 근본적인 방법보다는 ‘이번 선거만 넘기자’는 식으로 해 왔다. 결국 언제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 곪아 터졌다.”
현직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 20년 차 실무자 A 씨는 지난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에 대해 “선관위 해체 수준에서 시작해, 선거 체계를 새로 짜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중앙 및 시·군·구 단위 선관위 등 일선에서 근무해 왔다.
A 씨는 “투표지 부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라며 “이전에는 투표 중단까지는 가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시·군·구 선관위에서 업무량을 줄이는 차원에서 투표용지 축소 인쇄를 먼저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업무량을 줄이면 사건·사고가 덜 발생할 것이라는, 그 생각으로 일을 줄이는 데 매몰돼 있었다”며 “그러다 더 큰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본투표 용지의 인쇄 비율 축소(선거인 수 대비 50% 하한)는 지난 2024년에도 내부에서 건의됐다가 반려됐다. 시·군·구선관위에서 꾸준히 요구하면서 중앙선관위도 이를 수용하게 됐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소쿠리 투표’ 등이 벌어지고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오면서 선거 관리 업무 등이 늘어났고, 직원들이 계속 업무량 경감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조직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선관위 사무처는 ‘사전투표지 반출’(2025년) 등 논란이 있던 해마다 50여 명씩 인력도 늘렸고 올해 3000명대에 진입했다. 일은 줄이고 사람은 늘렸는데 결과적으로 선거 관리에 실패했다.
A 씨는 선관위 내부의 인사 문제 등도 있음을 인정했다. 10여 년 근무 기간에 7년간 육아휴직으로 전국 선거 업무는 한두 번 해본 직원과 휴직 없이 선거를 대여섯 차례 치른 6년 차 직원 중, 우선 승진은 연차대로 전자가 했던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주요 선거가 다가오면 휴직자 수가 증가한다는 지적에 대해 “휴직자를 향한 손가락질이 내부에 없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공무원법상 육아휴직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고 현실적 어려움도 토로했다.
A 씨는 선관위 조직 개선 방향에 대해 “선관위 개혁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선관위를 내부적으로는 바꾸기 어렵다”고 털어놨고, 감사원 등 외부 통제에 대해서도 “이제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선관위 비공개 게시판에는 “우리 스스로 해체될 준비를 해야 한다” “선관위 역량의 한계라는 것을 인정하자” 등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등에 대한 선관위 조사권 폐지도 언급했다. A 씨는 “그 권한을 유지하기에는 선관위가 너무 멀리 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선배 세대의 시각에서는 중요하고 큰 권한이지만, 그것을 지켜내려다가 망하게 생긴 것이라는 공감대가 젊은 세대 구성원을 위주로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 대안이 정교하게 잘 설계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목적으로 권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A 씨는 “법과 현실의 일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선거 관리의 법적 주체는 선관위인데, 현실은 지방자치단체 등 ‘일시 파견’ 인력이 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법을 바꿔 선거 관련 지자체 대행 업무 영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사전 투표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