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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맞은 트럼프, 옥타곤으로 변한 백악관···“즐거우면 그만” VS “수치스러워”[현장]

2026.06.15 12:12

백악관에서 14일(현지시간) 열린 ‘UFC(종합격투기) 프리덤 250 대회’를 지켜보기 위해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모인 관중들. 공원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는 경기를 관람하러 나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앞쪽의 백악관 사우스론에는 대형 옥타곤이 설치돼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0번째 생일인 14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거대한 옥타곤(팔각형 링)으로 변했다. UFC(종합격투기) 애호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로 백악관 사우스론(남쪽 잔디밭)에서 ‘UFC(종합격투기) 프리덤 250 대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사우스론에 모인 4000여 명과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인근 엘립스 공원에서 수만여 명의 관중들이 지르는 함성 속에 14명의 UFC(종합격투기) 선수들은 피 튀기는 싸움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중석 1열에 앉아 경기를 즐겼다. 이를 두고 자신의 생일에 검투 시합을 개최한 로마 제국 황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회 시작 다섯 시간을 앞두고 찾은 백악관 주변 도로는 사방으로 겹겹이 펜스가 설치돼 통제되고 있었다. 도심 지하철역에서 백악관까지 이어지는 주요 도로마다 성조기가 펄럭였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UFC 선수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경기장 입구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경기 시작 다섯시간 전부터 입구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사우스론과 엘립스 공원 모두 입장권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었다. 경기를 가까이서 직관할 수 있는 사우스론 일부 좌석은 150만 달러(약 22억6000만원)에 판매됐으나,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는 엘립스 공원 입장권은 사전추첨을 통해 무료로 배포됐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듯 경기장 입구 주변에선 엘립스 공원의 무료입장권을 200달러에 파는 암표상들도 눈에 띄었다.

UFC 팬의 약 75%가 남성이며, 특히 18~44세 남성이 핵심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반영하듯 이날 관중 대다수는 젊은 남성들이었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테네시주에서 8시간 동안 운전해 달려왔다는 샘(19)은 경향신문에 “UFC는 미식축구와 비슷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육체적이고, 난 그게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레슬링을 했고, 시도어 루스벨트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권투를 했다”며 “트럼프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UFC 경기를 즐기지 못하는 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메릴랜드주에서 온 크리스(24)는 “화끈한 난타전과 시원한 KO승이 쏟아지는 밤이 되길 바란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19세 청년은 “트럼프 대통령 생일과 겹치긴 했지만, UFC는 원래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한다. 국적, 나이, 인종 상관없이 모두가 경기를 보며 열광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UFC 경기는 미국 독립 250년 행사로도 제격”이라고 주장했다.

‘UFC(종합격투기) 프리덤 250’을 보러 온 UFC 팬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그러나 잔뜩 흥분한 UFC 팬들과 대조적으로 경기장 입구 주변에선 “트럼프의 생일잔치에 우리의 세금을 낭비하지 말라”는 집회가 열렸다. ‘워싱턴의 민주주의를 더럽히지 말라’는 취지의 팻말을 들고 걸어가다 UFC 팬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한 저스틴은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온 후 워싱턴이 엉망이 돼 가고 있다”며 “백악관 잔디밭도, 링컨기념관 앞의 반사연못도 모두 공사판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수십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등 행정부 관계자들의 얼굴 모형을 들고 백악관에서의 UFC 개최를 비판했다. 알렉시스 존스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UFC를 좋아한다고 해도 (자신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 같은 곳에서 개최할 줄 알았지, 공공 장소인 백악관을 사유화해서 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처럼 스포츠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은 맞지만 이번 경우는 전혀 다르다”며 “납세자의 공공 재산을 이용해 자기 과시를 하는 것으로, 미국 독립기념 행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UFC 팬들이 이전 대통령도 격투기를 즐겼다면서 예로 드는 링컨·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백악관 내 체육관에서 스파링을 즐긴 것으로, 백악관 건물에서 상업적 경기 행사를 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행사를 개최하는데 소요된 예산 6000만달러는 UFC 관련 단체들이 부담했다지만, 7개 이상의 연방기관 소속 수백명의 직원들이 매일 경기장 건설 현장을 감독하는 등 정부에서도 상당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 앞에서 UFC 경기 개최를 규탄하는 시위대.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충돌 논란도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경기를 개최한 UFC 모회사 TKO그룹홀딩스의 소액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1만5000~5만달러의 이 회사 주식을 매입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기업인 월드리버파이낸셜은 이번 행사의 스폰서로 등록했다. 이날 경기 상금의 일부는 이 업체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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