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전자]소방관보다 먼저 위험 속으로 들어간 로봇…'단비'가 바꿀 화재 진압
2026.06.15 09:28
화재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소방대원이 불길 가까이 접근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창고나 공장처럼 불에 타는 물질이 많이 쌓인 곳에서는 강한 열기와 짙은 연기 때문에 내부 진입이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 대신 화재 현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무인 소방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활약했습니다. 충남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의 무인 소방 로봇 '단비'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난 5일 새벽 충남 금산군 군북면의 한 생활폐기물 처리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폐기물 더미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졌고, 강한 열기로 인해 건물 구조물이 변형될 가능성까지 있어 소방대원들은 건물 밖에서 진화 작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때 단비가 투입됐습니다. 충남 지역에서 무인 소방 로봇이 실제 화재 현장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비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장 내부까지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물을 뿌리며 진화 작업을 도왔습니다. 짙은 연기와 높은 열기가 가득한 상황에서도 화점 가까이 이동해 집중적으로 방수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단비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 구역에서 대신 작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형 화재 현장에서는 소방대원이 무거운 소방호스를 직접 들고 불길 가까이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강한 수압이 발생하는 대형 호스를 오랫동안 들고 작업하는 것은 대원들의 신체적 부담을 극대화합니다.
반면 단비는 소방호스를 연결한 상태로 이동할 수 있어 많은 양의 물을 안정적으로 뿌릴 수 있습니다. 물탱크차와 연결하면 충분한 물을 공급받아 화점 가까이에서 지속적인 방수가 가능합니다.
단비는 높이 약 1.9m, 길이 약 3.4m, 폭 약 2.1m 크기의 2.3t 규모 로봇입니다. 섭씨 800도의 고온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차체 외부 분무 시스템과 특수 타이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는 장비 보호를 위해 방열 커버를 씌운 상태로 투입됩니다. 또 로봇 주변으로 물을 뿌려 열기를 낮추고 내부 전자 장비가 손상되는 것을 줄입니다.
단비에는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LiDAR) 같은 다양한 센서도 장착돼 있습니다. 덕분에 연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화재 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현장에서는 '시야 개선 카메라' 기능이 유용하게 활용됐습니다. 물을 뿌리면 수증기가 발생해 주변을 보기 어려워지지만, 운용자는 로봇에 달린 카메라 화면을 통해 계속 화점 위치를 확인하며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단비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 에어리스 타이어를 사용해 화재 현장에서 펑크로 움직이지 못하는 위험을 줄였습니다. 6개의 바퀴가 모두 움직일 수 있어 제자리 회전도 가능하며, 좁은 공간에서도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단비 한 대의 가격은 약 24억 원으로, 많은 지역 소방기관에 빠르게 보급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큽니다.
현재 충남에 배치된 단비는 1대이며, 충남소방이 직접 구매한 장비가 아니라 소방청과 현대차그룹의 협약을 통해 기증받은 장비입니다.
소방당국은 이번 첫 현장 투입 경험을 바탕으로 운용 방법과 표준 절차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공장이나 창고 화재뿐 아니라 연기가 많이 발생하는 지하주차장 화재 등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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