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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김주형
"배우 활동의 마음 3% 정도... 무당으로서 우선 잘하고 싶어"

2026.06.14 11:56

[생존하셨습니다 ⑤-2] '운명전쟁49' 곽현준씨, 신내림을 거부할 수 없었던 이유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순위를 남깁니다. 출연자의 이미지도 남깁니다. 그 이미지는 때로 한 사람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노출 시간이 짧은 탈락자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방송에서 다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습니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의 의견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출연한 용도령(곽현준).
ⓒ 정채빈

* '용도령' 곽현준씨 인터뷰 1편에서 이어집니다.

배우 데뷔 나이 스물넷. 다소 늦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SBS 드라마 <나쁜남자>(2010)를 시작으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그가 올해 2월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무당 용도령으로 출연했고, 주변에선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결과적으론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주위에서 재밌게 봤다며 안부를 묻고 응원한다는 연락이 많았다"고 전했다.

데뷔 당시 이름은 지후였다. 이후 곽현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그는 2025년 1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신내림을 받았다. 지난 5월 20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신당에서 만난 곽씨는 "방송을 통해 무당임을 알린 이후로 마음이 훨씬 편하고 좋아졌다"며 "스스로 무당이 됐음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당장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연기자 활동 당시의 인터뷰를 여럿 찾아볼 수 있다. <나쁜남자>에서 신입 형사 이범우 역을 맡아 호평받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배우는 나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높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거부할 수 없었던 신내림

그때로부터 15년이 흘렀다. <운명전쟁49> 2화에서 그는 "배우로 이름을 못 날렸으니, 무당으로 이름을 나게 해주겠다는 신의 말씀을 받았다"고 했다. 물론 전혀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특히 2016년 종영한 KBS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에선 신민아 배우를 따라다니는 훈남 스토커 역을 소화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나영, 류승범 등 톱스타들이 거쳐 간 유명 의류 브랜드 모델로 발탁돼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스물아홉 때 연기 활동을 접고 부산에 내려갔던 적이 있었다. 배우로서 가장 좋은 시기였다. 황정민 선배와 <한반도>(2012)를 찍은 이후 주조연 캐릭터를 하게 됐고, 중국과 합작 드라마에 캐스팅돼서 해외로 나갈 기회가 왔는데, 주변 상황이 갑자기 힘들어지더라. 소위 말하는 신병도 있긴 했지만, 그것보단 제 가족, 연인, 금전 문제 등으로 힘들게 됐다. 연기도 제가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어느 순간부터 과부하에 걸려있기도 했고.

그래서 중국에 갈 수 없었다. 솔직히 무서웠다. 가면 왠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중국 스타 배우들과 나란히 주연을 맡은 거라 누가 봐도 황금 티켓이었다. 그걸 포기한 것이다. 부산에 사는 친구가 운영하던 술집에서 일했는데 몸과 마음은 편했지만, 매일 눈물이 났다. 그간 너무 긴장하며 살았더라. 그러다 6개월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부모님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배우로 성공하든 안 하든 꿈을 좇는 모습을 응원하는 재미로 사셨다는데 제가 부산에서 그러고 있으니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고 하셨거든."

다시 서울로 온 그는 "어떻게든 서른다섯까지만 연기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연기 지도를 받으며 기본을 다듬은 뒤 만난 작품이 <오 마이 비너스>였던 것. "아는 작가님을 통해 감독님을 뵐 기회가 있었고, 합류하게 됐다"며 "스스로 캐릭터에 몰입되는 느낌을 처음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스토커 역에 너무 몰입했던 것일까. 곽씨는 "대기하는데 계속 그 인물에 머물다 보니까 신민아 선배님께서 저보고 무섭다고 할 정도였다"며 웃어 보였다.

연기자 생활을 한 번 멈췄다가 재개했던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다섯까지만 해보려던 연기를 서른아홉까지 이어갔다. 중국의 한한령,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그는 "더 이상 신을 거부할 수 없었다. 딱 10년을 기다려주신 거더라"고 말했다.

"무당의 길, 가족도 응원... 배우 활동은 가능성만 남겨둬"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출연한 용도령(곽현준).
ⓒ 정채빈

"제가 긍정적인 편이라 신이 조금씩 쳤음에도 버티며 살았던 것 같다. 다른 배우들처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며 연기자 생활을 했는데 대본 리딩하다가 캐스팅에서 잘리기도 하고,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스물아홉 때 좋은 연기 선생님을 만나서 그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문제는 캐릭터에 몰입하는데 자꾸 제 안에 다른 뭔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일종의 빙의 상태였던 것 같다. 캐릭터를 연기하려니 자꾸 어느 지점에서 눈물이 나왔다. 연기 선생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더라."

결국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먼저 무당의 길을 걷고 있던 친누나가 눌림굿(신의 기운을 정리해주는 굿)을 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고 자신도 모르게 "마흔둘까진 연기하게 해줄게"라는 말을 내뱉고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3년 뒤에 하든 지금 하든 무슨 차이인가 화가 나기도 했지만, 결국 누나를 통해 신내림을 받기로 한 것"이라 그는 말했다.

"재밌는 사실이 제가 서른 살까지 기독교인이었다. 그래서 무당이나 스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신내림 받기 전까지도 거부하고 부인했다. 그러다가 신을 받기로 했는데, 외할머니가 보였다. 굿을 하던 누나가 울면서 '곽씨 자손이 또 무당이 돼야 합니까'라고 물어보는데, 저도 모르게 '가겠습니다. 가야 해'라는 말이 마치 창을 하듯 나오더라."

두 살 터울의 누나 또한 연예인의 꿈을 키웠기에 누구보다 그의 활동을 응원해 왔다고 한다. 곽씨는 "처음엔 그 시련에 누나가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온 가족이 다 응원해 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신내림을 앞둔 2024년 연말, 그는 한 중국 쇼츠 드라마 촬영을 진행했다. 이후로 연기 활동을 무업과 병행할 것인지 묻자 "신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기에 제 인생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한 것"이라며 "정말 정신없는 일정이었는데 한국에서 비상계엄이 터졌다는 것도 나중에 들었을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 마음을 들여다보면 배우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3% 정도랄까. 무당으로 우선 배울 것도 많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소속사에서도 감사하게 제 상황과 결정을 인정해 주고 있다. 이상우 선배님이 회사와 20년을 함께 하셨는데, 저도 그렇게 길게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근데 왜 3%냐면, 대본이 들어온다면 너무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서다.

그래서 가능성만 희미하게 남겨둔 것 같다. 신께선 아마 둘 다 하는 걸 좋아하진 않으실 테니 제가 억지로 찾아다니며 하진 않을 것이다. 하라고 하면 해야지(웃음). 종종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박수무당과 관련한 자문이 들어오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선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속인들 음지에만 머물지 않도록 역할하고 싶어"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에 출연한 용도령(곽현준).
ⓒ 정채빈

최근 그는 무당으로서 또 다른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3년간은 많은 것을 배우고 기도하며 초심을 다지는 시기로 삼되, "나라를 위한 기도를 하는 식으로 시선을 넓혀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내에 머무는 게 아니라 해외 쪽, 타국과 인연이 생긴다면 이어가면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 신할아버지(신내림을 진행한 무당의 스승)가 무형문화재인데 굿을 잘하신다. 황해도평산소놀음굿(국가무형문화재 제90호)를 하시는 김주형 선생님이다. 정말 보존해야 할 우리 문화재인데, 저도 뭔가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가능하다면 제 주변에 무용하는 친구들, 연출가, 음악감독과 아티스트들이 많으니 뭔가 우리나라 굿을 접목해 해외에 알릴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무속, 무당이 어떤 면에선 선입견과 왜곡된 역사로 핍박당했던 적도 있거든. 너무 음지의 것으로만 여겨지기도 했고. 그런 이미지를 전부 바꿀 순 없겠지만, 긍정적인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운명전쟁49> 제작진에게도 툭 던져놓기도 했다. 나중에 기회 되면 재밌는 걸 하자고 말이다. 그게 예능이 될지 공연의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뜻있는 분들이 모이면 뭔가 이룰 수 있지 않나 싶다."

해외 길거리에서 한국 가수들이 버스킹 공연을 하는 예능 프로 <비긴어게인>의 굿판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말에 그 또한 맞장구쳤다. "제가 아는 무당 어르신들을 모시고 파티에 나가기도 하고, 문화생활을 안내해 드리기도 한다"며 "우리 고유의 문화를 외부에 알리면서, 안으로는 무속인들이 너무 갇혀 있지만은 않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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