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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을에서 우리가 놓친 것 [편집국장의 편지]

2026.06.15 06:43

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이재명 대통령은 예리한 언어를 구사하는 정치인이다. 지난 1년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걸 꼽으라면 “지방 균형발전은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는 말이었다. 균형발전이 당위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라는 표현은, 이제껏 어느 지도자의 말보다 더 와닿았다.

경기 평택을은 뜨거운 관심을 모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구였다. 언론에서 평택을을 흔히 ‘도농복합지역’이라고 불렀는데, 이 설명은 너무 얄팍하다. 이곳은 지역 불균형의 상징 같은 곳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동북부의 고덕신도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들어서면서 평택 안의 서울이 되었다. 반면 평택항이 자리해 물류와 산업 거점이었던 서쪽 지역의 발전은 더디다. 평택 인구의 20% 정도가 이곳에 살지만 문화시설이 거의 없다. 극장 한번 가려면 평택항이 있는 포승읍에서 고덕동까지 1시간 넘게 버스를 타야 한다.

2017년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 450만평(여의도 면적의 5배. 기존 기지 포함)에 세워진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시사IN 조남진


무엇보다 평택을은 대추리의 고장이다. 평택시 남쪽 팽성읍 대추리가 어떤 곳인가. 용산 미군기지의 확장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3년간 싸운 곳이다. 2006년 포클레인을 앞세운 군경 1만여 명이 일명 ‘여명의 황새울’ 작전을 펼치며 주민들의 집결지인 대추초등학교를 ‘부숴’버렸다. 주민들은 피투성이가 되고, 524명이 체포됐다. 대추리 옆 도두리가 고향인 가수 정태춘씨도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후 대추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가 들어섰고, 주민들 기억 속 마을은 사라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대추리의 아픔 위에 건설됐다. 대추리 사태 이후 평택 민심을 달래기 위해 만든 ‘평택지원특별법(주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 씨앗이 되었다. 특별법이 없었다면 수도권 규제의 벽을 뚫고 평택에 삼성전자를 유치하기 어려웠다. 어딘가의 희생을 대가로, 어딘가는 ‘번영’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는 공보물에서 ‘팽성읍의 희생’을 강조했다. 사실 대한민국 전체가 이렇게 어딘가의 희생 위에서 성장했다.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였다. 선관위 사태와 거대 정당의 욕망으로 기억될 선거여서는 안 되었다. ‘국가의 생존 전략’이 마땅히 선거의 화두여야 했다. 4년 뒤, 또 4년 뒤에도 우리는 지방 의제 없는 지방선거를 계속 치를 것인가.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놓친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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