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전
은행 로비에 미술관이 들어왔다… 기업은행이 여는 '모두의 예술'
2026.06.15 06:00
남다현·박소희 작가 전시...신진 작가 지원
발달장애 작가 17명, 120여 점 작품 선보여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로비에는 작은 숲을 닮은 미술관이 펼쳐졌다. 고객들이 오가는 넓은 로비 천장에는 식물의 잎과 뿌리, 줄기가 주렁주렁 매달렸고, 흰 대리석과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금융공간은 초록빛으로 물들며 한순간 식물원처럼 변했다.
다소 딱딱하게 여겨지는 은행 로비가 누군가에게는 뜻밖의 미술관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바쁜 일상 속 잠시 숨을 고르는 쉼터가 됐다.
은행 로비, 신진 작가 '전시회'로 탈바꿈
IBK기업은행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신진 작가에게는 작품을 선보일 무대를 제공하고, 발달장애 작가에게는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는 예술 활동으로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을 전시장 안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일상과 더 가까운 곳으로 옮겨놓는 방식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IBK 아트스테이션 2026'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과 IBK파이낸스타워 로비를 신진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개방했다. 첫 전시는 남다현 작가의 개인전 '초특가전'이었다. 3월 9일부터 27일까지 운영된 전시에서는 인형뽑기, 마트, 환전소 등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장치가 들어서 예술과 소비의 경계를 재구성했다.
남 작가는 현대사회의 소비문화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를 탐구한다. 현대미술의 대표작을 변주한 작품을 선보이며 미술시장의 가치 체계와 소비사회의 규칙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백남준 작가의 로봇 시리즈를 동시대적 시선에서 다시 풀어낸 미디어 아트가 들어섰다. 작품명 '로봇 K-소비자'다. 약 3m 높이의 로봇은 쇼핑과 패션, 금융 광고 영상을 반복해서 내보내며 끊임없이 소비를 권유하는 미디어를 빗댔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은행에서 소비사회와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을 되묻는 작품이 전시됐다는 점이 아이러니를 자아냈다.
두 번째 전시는 박소희 작가의 개인전 '순환의 풍경'이었다. 박 작가는 식물의 가지와 잎, 뿌리 등 자연에서 채집한 소재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해 자연의 순환을 표현하는 보태니컬 아티스트다. 금속 구조물과 자연물이 어우러진 대형 설치 작품은 도심 한복판에 작은 숲 같은 풍경을 만들며 관람객에게 잠시나마 머물고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을 선물했다.
발달장애 예술가의 성장 도와...'IBK드림윙즈'로 창작 지원
은행 로비에 마련된 무대는 신진 작가만을 위한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은행은 발달장애 예술가의 성장과 사회·경제적 자립을 돕는 'IBK드림윙즈'도 운영하고 있다. 2023년부터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이어온 이 활동은 발달장애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창작을 지속하고, 자신의 작품으로 더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예술 사회공헌 사업이다.
올해 열린 IBK드림윙즈 전시회에서는 지난 1년간 전문 멘토링을 거친 작가 17인이 회화와 민화, 도예 등 1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주제는 '작업의 순간들'이었다. 작가들이 몰입과 반복 끝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그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 작가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창작의 공간과 마음까지 함께 담아냈다.
이렇게 성장한 작가들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2026 대한민국민화아트페어'에도 참가하며 창작 역량을 뽐냈다. 전시에 참여한 임희찬 작가는 "작품 활동에 대한 자신감과 동기를 얻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 활동'으로 다문화 아이들의 경계 허물어
예술을 매개로 아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자리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기업은행은 한국메세나협회와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IBK충주연수원에서 'IBK 모두다 아트캠프 2026'을 열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이 캠프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문화예술 활동 속에서 사회적 소속감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150여 명은 2박 3일 동안 함께 뛰고, 만들고, 표현했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을 설명하기보다 함께 몸을 움직이고 웃으며 가까워졌다. 캠프에 참여한 한 학생은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를 체험할 수 있었고, 여러 친구와 함께 활동하며 친해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예술 후원은 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 행사나 고가 미술품 전시에 머무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기업은행은 그와는 조금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은행 로비를 시민에게 열린 전시장으로 개방하고, 발달장애 작가에게는 창작의 무대를,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술의 시간을 선물하는 식이다. 기업은행의 사회공헌은 예술과 사회의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작가들이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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