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전
[기억할 오늘]마법의 원료에서 고부가가치 의약산업의 원료로
2026.06.15 04:30
AIDS 감염 혈액 제제로 인한 혈우병 환자 등의 감염-소송사태가 잇따르던 1990년대 말, 미국 보스턴대 언론학자 더글러스 스타(Douglas Starr)가 ‘피의 역사’란 두툼한 책을 출간했다. 피가 마법의 재료로 쓰이던 시대부터 의약산업 원료가 된 자본주의 시대까지 피의 신화와 문화, 산업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그가 책을 집필하던 당시 원유 1배럴(159리터) 가격은 약 13달러였지만 같은 양의 ‘가공되지 않은’ 혈액은 2만 달러 이상 가격에 팔렸다. 원유를 정제해 다양한 석유(화학)제품과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듯, 혈액 역시 원심분리로 적혈구와 혈소판, 백혈구, 혈장 등을 분리해 다양한 약제를 만든다. 그는 원류 1배럴을 가공하면 42달러 선까지 부가가치가 높아지지만 혈액의 가치는 6만7,000달러까지 치솟는다고 썼다.
90년대 말 혈액은 전 세계를 통틀어 연간 약 1,600만 갤런이 채혈됐고, 여러 규제와 인권의식 신장으로, 근년 채혈량도 연간 1,400만~1,570만 갤런(WHO 2023~25년 기준) 수준이다. 혈액의 가공 가치는 지금도 원유의 수백 배에 달해 ‘액체 금’이라고도 불린다.
매혈(혈장 포함) 허용 여부는 국가마다 다르다. 한국은 100% 무상 헌혈로 피를 확보해 정부 산하 비영리 특수법인인 대한적십자사가 원칙적으로 비영리 인도적 활동에 재분배한다. 영리 혈액산업은 전 세계 수요 혈장(의약품 원료)의 약 70%를 공급하는 미국이 선두다. 당연히 매혈도 합법이어서 건강한 성인 남성이면 주 2회, 연간 104회까지 허용치만큼 팔아, 회당 30~85달러를 벌 수 있다. 매혈 빈도가 높아질수록 인센티브가 붙는 구조라고 한다.
1667년 6월 15일, 프랑스 루이 14세의 주치의였던 소르본대학 교수 장 밥티스트 드니가 과다 출혈로 쇠약해진 15세 소년에게 양(혹은 송아지)의 혈액 약 340ml를 수혈했다.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인체 수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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