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에 태극기…정의선의 야망
2026.06.15 00:02
13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도시 르망의 ‘라 사르트 서킷’에서 ‘르망 24’ 본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제네시스의 ‘GMR-001’ #19는 첫 바퀴에서 5위까지 오르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차가 눈앞을 지나는 순간은 찰나. 소리는 반 박자 뒤에야 관중석을 때렸다. 서킷의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제네시스는 데뷔 무대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모습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르망 24시간은 세계내구선수권대회(WEC) 시즌의 핵심 라운드로, 24시간 동안 약 14㎞의 트랙을 반복해서 돌며 가장 긴 거리를 주행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 르망 24시간은 극한의 환경에서 자동차 신기술을 테스트해볼 수 있어 자동차 업계의 ‘기술 올림픽’으로 불린다. 각국 자동차의 기술력과 자존심이 맞붙는 국가 대항전이자,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을 동시에 입증할 수 있어 수조원 비용이 들지만 자동차 메이커에겐 ‘꿈의 무대’로 통한다.
제네시스가 출전한 하이퍼카 클래스에는 애스턴마틴·BMW·페라리·토요타 등 18개 팀이 참가했다. 프로토타입이 겨루는 LMP2(19팀), 양산차 기반의 LMGT3(25팀) 등까지 합하면 총 62팀이 트랙에서 경쟁을 펼친다. 제네시스 마그마는 내로라하는 명차들 사이에서 한때 4위까지 오르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이번 제네시스의 출전은 현대차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이기도 했다. 관람객 피에르는 “솔직히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잘 알지는 못했는데, 디자인과 존재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재키 익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어드바이저,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디자인책임자(CDO) 등과 대화하며 모터스포츠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이후 르망 24를 주관하는 프랑스 서부 자동차 클럽(ACO)의 피에르 피용 회장, 리차드 밀 국제자동차연맹(FIA) 내구레이스위원회 회장 등과 만난 뒤 제네시스의 질주도 지켜봤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모터스포츠를 유럽 등 전 세계 고객과의 접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가장 빠른 차가 우승하는 게 아니라, 품질·안정성·내구성·신뢰성 등이 결합해야 완주할 수 있다”며 “단순히 레이싱에서 경쟁력이 있는 팀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팀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제네시스의 ‘손님’ 철학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고 소개했다. 제네시스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손님을 융숭하게 대접하는 문화를 ‘SON-NIM’이라고 이름 붙여 고객 응대에 활용하고 있다. 호세 사장은 “고객들이 제네시스를 접할 때 ‘정말 중요한 손님’이란 느낌을 받도록 극진히 대접한다”며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운데, 유럽 등 다른 국가에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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