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중동천일야화] ‘전쟁은 해결책이 아니다’는 교훈 남긴 이란 전쟁
2026.06.14 23:36
동맹 흔들고 러·중만 웃어… 이라크 전쟁과 비교하며 깨닫기를
전쟁 발발 108일째다. 끝이 보이는 듯하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가 체결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양해각서가 상황 종료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일단 원칙에 합의하고 이후 치열한 협상을 하게 된다. 협상 진척 여부에 따라 종전이 될 수도, 전쟁이 재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포연이 멈추고 호르무즈가 다시 뚫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미국은 전쟁을 자주 해 온 나라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기이하다. 시작부터 그렇다.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든 개전 조건, 즉 와인버거-파월 독트린에 들어맞지 않았다. 목표는 계속 바뀌었고, 반전 여론도 높았다. 전쟁 비용 및 위험도 평가도, 출구전략도 불명확했다. 4월 7일 뉴욕타임스 보도가 맞다면 백악관 내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이 먹힌 셈이다. 기사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 래드클리프 CIA 국장은 이란 정권교체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의 이란 체제 붕괴 낙관론에 손을 들어주었다. 이 전쟁이 자국 각료 다수가 회의론을 펼쳤음에도 제3국 지도자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란 핵 문제 해결은 트럼프의 숙원이었고 임기 내 결론을 맺고 싶었을 터다. 방법이 문제였다. 그 고민을 읽은 네타냐후는 트럼프의 심중을 잡아챘다.
전황도 이례적이다. 21세기 미국이 벌인 두 전쟁, 즉 이라크에서는 3주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38일 만에 각각 수도를 점령하고 정권을 교체했다. 이후 친미 정권을 세웠다. 올 1월 베네수엘라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무혈 입성하다시피 정권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란에서는 여전히 신정 공화국이 유지되고 있다. 개전 첫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체제 핵심 인사 40여 명을 순식간에 제거했다. AI 기반 참수 작전의 백미였다.
이 정도 되면 이란 정권은 무너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체제는 굳건해 보인다. 지도부를 계속 제거해도 대체된 후임자들이 즉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참수 작전이 먹히지 않는 것은 이란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모자이크 방어전략’ 때문이다. 지도부 유고 시 예정된 인사로 즉시 투입되는 준비 태세와, 지역 단위로 위임된 자율 방어 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지상군 투입 전면전이 부담스러운 미국으로선 참수 작전이 먹히지 않으면 대안이 마땅치 않다. 공습과 봉쇄로 내부 교란과 붕괴를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반면 이란은 가진 지렛대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드론 등 저비용 공격자산을 양산하며 걸프 국가를 공격하는 수평 확전에 나섰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가 현실화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미국·이스라엘과의 싸움을 걸프 및 세계와의 싸움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후폭풍도 거세다. 특히 동맹이 흔들린다. 미국 혼자 싸우다시피 하고 있다. 일단 전쟁을 시작하면 동맹을 규합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은 전쟁 중 우방을 타박했고 나토 주요국, 심지어 영국과 척지기까지 했다. 스페인의 미 공군기 영공통과 거부는 충격적이었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중동 우방국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이란을 간신히 달래가며 눌러오고 있었는데 급작스럽게 전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군 기지를 유치해 안전을 확보하려던 걸프 왕정국가들은 오히려 이란의 공격 목표가 됨에 따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종전 협상과 관련, 미국·이스라엘 관계도 삐걱거린다.
반면 경쟁국이 유리해지는 역설도 특이하다. 러시아가 최대 수혜자다. 중동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이 나쁘지 않다. 특히 미국과 나토의 균열이 반갑다. 이란에 대한 예방전쟁 논란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국제법 위반 질타 부담을 덜었다. 제재 명분이 약화돼 일시적이나마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금지도 풀렸고, 호르무즈 봉쇄 고유가로 이익도 커졌다. 중국은 어떨까? 양가감정이 있지만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초기엔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과 기술력을 목도하며 바짝 긴장했을 법하다. 특히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산 원유공급 차단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압박에 대한 공포도 있었다. 그러나 교착 국면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승했다. 중재국으로 급부상한 파키스탄과 공조하며 중동에서 중국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번 전쟁을 이라크 전쟁과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 정부의 네오콘을 전쟁광이라 비난했다. 쓸데없는 전쟁에 휘말려 국력을 낭비했기에, 자신은 현존하는 전쟁을 중단시키고 중동에 관여하지 않겠노라 선언했다. 마가 진영이 트럼프에게 열광한 이유다. 이라크 전쟁 때도 미국은 일방주의와 선제공격이라 비판받았지만 나름대로 국제법과 다자 규범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파월 국무장관은 유엔안보리에서 무력행사의 적법성을 강조하며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일단 개전하자 압도적 무력을 전개, 파죽지세로 사담 정부를 붕괴시켰다. 정권교체 및 민주주의 이라크를 수립한다는 목표도 명징했다.
하지만 와인버거-파월 독트린을 지키려 노력했음에도 이라크전은 21세기 미국의 최대 정책 실패로 비판받고 있다. 테러가 준동했고, 중동 곳곳의 내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담이 무너진 이라크는 이란의 영향력에 포획되고 만다. 미국의 비용과 희생으로 이란을 이롭게 한 전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사람들은 깨달았다. 사담의 이라크가 분명 위험한 정권이었고, 세계 평화의 걸림돌이었지만 전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이번 전쟁이 끝날 때 사람들은 어떤 깨달음을 얻고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까?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미군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