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벼르던 베네수엘라 갱단 두목, 2년 추적 끝에 사살
2026.06.15 00:45
수감 때 교도소에 동물원까지 지어
호화 생활하며 자유롭게 외부 출입
트럼프 “마약왕 찾아내 지옥 보낼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지구상에서 가장 피에 굶주린 테러 조직 중 하나인 ‘트렌 데 아라과(TdA)’의 지도자 게레로를 처형하기 위해 신속하고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면서 “잔인한 살인자와 마약왕을 찾아내 지옥의 심연으로 보내버릴 것”이라고 했다. TdA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밀매를 구실로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면서 집중 표적으로 삼았던 카르텔(범죄 조직)이다. 맨해튼 연방지검은 지난해 12월 게레로를 테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TdA의 두목 ‘니뇨 게레로(Niño Guerrero·소년 전사라는 뜻)’가 미국의 작전으로 사살되면서 생전에 그가 누렸던 호화 수감 생활이 주목받고 있다. 마약 밀매와 살인, 인신매매 등을 일삼으며 중남미는 물론 미국·유럽까지 손을 뻗쳤던 TdA를 소탕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정보기관 등에 따르면, TdA는 강도 사건과 경찰관 살해 등에 연루된 니뇨 게레로(본명 엑토르 루스텐포르드 게레로 플로레스)가 드나들었던 베네수엘라 아라과주의 토코론 교도소에서 2010년대 초 결성됐다. 이곳에서 복역 중이던 게레로가 두목 자리에 오르며 규모가 크게 팽창했다. 이후 토코론 교도소는 TdA의 거점이자 호화 요새가 됐다. 교도소 안에 조직원과 가족을 위한 수영장, 도박장, 야구장, 레스토랑, ‘도쿄’라는 이름의 나이트클럽을 지었고 동물원에선 플라밍고(홍학)와 타조를 길렀다고 전해진다.
게레로는 교도소 내 2층짜리 개인 주택에 거주하며 비밀 터널을 통해 외부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고 한다. 콜롬비아의 전설적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1990년대 호화 생활을 했던 ‘라 카테드랄(대성당)’ 교도소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TdA는 2011년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로데오 교도소 폭동을 발판으로 토코론의 통제권을 장악했다. 우고 차베스 정권이 폭동을 일으킨 갱단 두목과 협상해 사태를 수습한 뒤로 교도 당국이 수감자 통제를 사실상 두목들에게 위임하는 관행이 굳어진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조직 범죄 전문 싱크탱크 인사이트크라임에 따르면, 당시 열악한 처우 등을 구실로 들고일어난 수감자들과 군 병력의 대치가 27일간 이어지자 차베스 대통령은 상황을 종식하기 위해 교도소 내 두목들과 협상했다.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는 여러 교도소의 두목들에게 사실상 자치권을 허용했다. 베네수엘라 저널리스트 론나 리스케스는 CNN에 “두목들은 국가경비대와 교도소장까지 명령에 복종하게 했다”며 “수감자에게서 세금을 걷고, 밀수를 통제하면서 외부에서 사람을 납치해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2023년 토코론 교도소에 군인·경찰 1만1000명, 장갑차, 헬리콥터를 투입해 작전을 벌였다. 그러나 “질서를 바로 세웠다”는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게레로는 지하 터널로 유유히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TdA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악용해 배를 불린 집단이었다. 경제 붕괴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독재, 치안 붕괴 등으로 2018~2022년 사이 나라를 떠나는 사람이 늘자 이들을 상대로 통행료를 갈취하거나 인신매매를 자행했다. 이를 통해 연간 수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 TdA는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 주변 국가에 세포 조직을 설립하고 미국과 스페인에도 세력을 확장해 마약 사업 등을 벌였다. 조직원이 최대 5000여 명에 달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TdA를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앞서 2024년 조 바이든 행정부는 게레로의 목에 500만달러(약 76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이후 종적을 감췄던 게레로는 미국의 집요한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TdA가 마두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미국에 들어왔다고 주장하며 소탕 작전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엔 미군이 베네수엘라 내 마약 은닉 시설을 타격했다. TdA가 마약을 보관하고 선박을 통해 해외로 유통하는 거점으로 의심되는 곳이었다.
게레로가 사망하면서 TdA도 약화·소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이트크라임은 “2022년 이후 콜롬비아, 칠레, 페루 당국이 TdA 조직원 수백 명을 체포했다”면서 “미국 정부의 주요 표적이 된 TdA가 힘든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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