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양산, 글로벌 진출, 그리고 '르망24시'…선대 유산 꽃피운 정의선의 꿈
2026.06.14 23:13
페라리·BMW와 어깨 나란히…극한의 24시간 레이싱 펼쳐
"3세 정의선 회장, 세계 최고 수준 브랜드로…중요 이정표"[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13일 오후 4시(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도시 르망(Le Mans)의 사르트 서킷. 94회 ‘세계내구레이스챔피언십(WEC)’ 제3라운드인 ‘르망 24시’ 대회가 열리는 트랙 위에 페라리·BMW·애스턴마틴·캐딜락·알핀·푸조 등 스포츠카 18대가 굉음을 뿜으며 24시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 대열에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팀의 하이퍼카 ‘GMR-001’ 17, 19호 두 대도 있었다. ‘마그마’라는 한글을 차체에 새기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선 제네시스 팀의 질주는 한국 자동차 산업 역사에 남을 중요한 순간으로 기록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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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출전한 GMR-001 17호차는 경기 시작 17시간가량 경과 후 서킷 가장자리의 연석을 밟은 뒤 서스펜션 고장으로 중도 포기했다. 특별한 문제 없이 4위와 10위 사이를 오가며 레이스를 이어갔던 터라 아쉬움을 더했다. 이번 대회에선 17호차를 비롯해 페라리 50호차, BMW 18호차, 캐딜락 38호차 등 총 4대가 중도에 레이스를 접었다.
혼자 남은 19호차의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19호차는 14일 오전 5시(현지시간) 주행 중 잠시 멈췄고, 전기 계통 문제로 피트(정비 구역)에서 약 70초를 더 사용했다. 이후에도 추가 문제가 발생하면서 제네시스 팀의 출전 차량 두 대 모두 중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됐다. 그러나 19호차는 주행 시작 18시간 경과 후에도 특별한 문제 없이 순항하며 24시간의 레이스를 마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경기 전 사르트 서킷을 직접 찾아 선수들과 정비사들을 모두 만나 격려하고 선전을 응원했다. 직접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며 르망 24시간 첫 출전을 앞둔 팀의 사기를 높였다. 경기 시작 전 프랑스 최대 자동차협회 ‘ACO’의 피에르 피용 회장, 리차드 밀 국제자동차연맹(FIA) 내구레이스위원회 회장 등과도 만나 인사를 나누고, 피트 라운지에서 경기를 관심있게 관전했다.
‘포뮬러1(F1)’이 100m 달리기 경기라면, 르망24시는 마라톤 경기와도 같다고 비유된다. 르망24는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24시간 동안 연료를 넣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시간 외에 계속 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차량의 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내구력도 필수다. 이번 레이스에서 선두권을 질주하던 캐딜락 38호 차량은 14일(현지시간) 오전, 기능고장으로 30분 이상을 정비구역서 ‘피트 스톱(Pit-Stop)’ 해야 했다. 유명 브랜드에도 결코 쉽지 않은 ‘극한의 지옥 레이스’로 불리는 이유다.
제네시스의 르망24시 출전은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75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의 ‘포니’ 개발·양산, 2000년대 초반 정몽구 명예회장의 글로벌 판매 확대를 거치며 3세 정의선 회장에 이르러 세계 최고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 140년 역사에서 후발주자인 현대차그룹이 빠르게 성장했고, 글로벌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선언이 이번 르망24 출전의 의미”라며 “르망24 도전으로 제네시스의 품질, 디자인, 내구성이 BMW, 메르세데스-벤츠 대비 뒤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유럽 시장에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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