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 회복 목소리만 내고 싶어” 극우가 삼킨 잠실 떠나는 2030
2026.06.14 21:09
일부 커뮤니티는 “혐오 구호 금지”
대학생들 “정치 프레임 벗어나야”
전문가 “중도 목소리 잇는 새 공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의 주축이었던 20·30대가 잠실을 떠나 새로운 공간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부정선거’ 등 극우세력의 구호와 선을 긋고 ‘참정권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참정권 갤러리’가 개설됐다. 이 갤러리 이용자를 위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이날 기준 257명이 참여 중이다. 이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참정권 보장’ 요구에 집중하자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채팅방에는 ‘특정인 비하 및 혐오 구호 금지’ ‘특정 국가 및 외국인 폄하 금지’ 등의 규칙이 공지됐다.
오프라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태극기를 제외한 모든 깃발을 금지하고 ‘재선거’ 팻말만 허용한 시위가 열렸다. 주최자는 SNS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많은 국민이 모인 것은 정치적 구호 때문이 아니다”라며 “참정권 침해가 일어났고 그 투표장을 지키던 국민이 제지당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위에는 약 40명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시작될 때부터 참여했다는 이모씨(34)는 “하루에 두 번씩 참여할 만큼 열성적이었지만 부정선거 구호가 나온 이후로는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 분위기가 갈수록 ‘윤석열 어게인’ ‘부정선거’ 구호가 울려퍼지는 광화문 집회같이 됐다”며 “특정 정치 진영에 힘을 싣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잠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 대학 학생회 성명을 모은 홈페이지 ‘한 표의 기록’이 대표적이다. 홈페이지 운영자는 “이 기록은 어느 편을 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참정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표의 기록에 따르면 215개 대학에서 나온 성명 396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은 민주주의(96%)이고 참정권(94%), 신뢰·공정성(87%) 등의 순이다. 고려대 재학생 이정현씨(24)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잘못했다는 주장 자체는 명백한 상식의 문제인데, 정치적 해석과 프레임이 들어오는 순간 사안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 문지연씨(24)도 “친구들 모두 투표용지 부족은 대학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문제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극단적인 정치 진영과는 연관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기존 보수 집회 문법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은 집단적 이익에 익숙한 이념지향적 세력”이라며 “반면 ‘내 개인적 권리가 침해됐다’는 데 분노하는 20·30은 집단주의적 문법이 통하지 않으니 따로 나가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양극화가 극단화된 사회에서 (20·30이) 참정권이라는 합리적 어젠다로 많은 시민의 공감을 얻었는데, 이것이 강성 우파의 부정선거 주장에 오염되자 중도적 목소리를 이어가려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난 11일 시작한 중앙선관위 서버 압수수색을 전날 마무리했다. 합수본은 압수물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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