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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오너 승계 못해 줄폐업…생산적금융 최대 리스크"

2026.06.14 15:51

김유재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본부장이 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상혁 기자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톱니바퀴예요. 시간이 지나도 일정하게 기능하도록 유지하는 것보다 중요한 생산적 금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유재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본부장은 8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지금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요한 건 은퇴가 가까워진 오너들의 노하우를 후대에 제대로 전달해 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은행권 최초로 회계·세무·인수합병(M&A)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 조직인 기업승계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신설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안정적인 승계를 지원하고 있다.

▶2세대 경영인 찾는 베이비붐 세대, 불발 시 경제 타격 불가피=김 본부장은 기업승계지원센터를 ‘폐업 방지 센터’로 설명한다. 제때 승계 작업을 하지 못해 폐업하는 일이 다반사인 만큼, 은행이 사전 예방 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한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가 맨땅에서 시작해 사업을 일군 경우가 많은데, 지금 60~70대 기업 오너들이 그 세대”라며 “그들의 은퇴세대가 다가오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중소기업 상당수는 최고경영자(CEO)의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승계 대상을 찾지 못해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폐업한 기업은 총 79만1000개였으며, 이 가운데 15.8%가 ‘가업승계 실패 및 CEO 고령화’를 폐업 사유로 꼽았다. 또한 전체 기업 중 대표이사가 50대 이상인 곳은 52.4%에 달했다.

김 본부장은 “자녀에게 경영자 마인드를 심어주기도 해야하고, 세금 납부에 필요한 기간도 필요하다”며 “보통 승계에 필요한 기간은 10년에서 15년 정도인데, 자녀가 받지 않겠다고 하면 재빨리 인수 의향처를 찾아야 한다. 그조차도 찾지 못하면 폐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승계 대상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오너 리스크이자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고 생산성도 저하되면서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승계 실패로 기업이 폐업할 경우 임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경쟁력 있는 기술이 해외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도 커진다.

김 본부장은 “대형 조선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있는데, 회사 오너의 나이가 7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승계 대상을 찾지 못했다”며 “이 회사가 부품 생산을 중단할 경우 고용뿐만 아니라 공급망 자체에 문제개 생길 수밖에 없어, 결국 대기업에서 인수했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에서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우리은행 제공]


▶기업 승계, 고용 유지하고 생산성 높이는 과정=기업승계지원센터는 현재까지 총 554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승계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자녀 승계 의향이 있는 곳은 상속세 납부 같은 컨설팅을 지원하는 한편, 그러지 않은 기업은 임직원 승계(MBO), 종업원 승계(EBO) 등 제3자 승계를 위한 방안을 수립해 주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러한 기업승계 지원이야말로 금융회사가 수행해야 할 ‘생산적 금융’이라고 강조했다.김 본부장은 “생산적 금융은 금융사의 투·융자를 통한 사업확장이 이뤄져야하는데,이 사장님이 만약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아무리 시설을 잘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향후 5년간 매년 100개 기업의 가업승계를 성공시킬 경우, 누적 500개 기업 기준으로 ▷고용 1만명 유지 ▷매출 기반 10조7000억원 보전 ▷생산유발효과 4699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934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승계는 국가를 막론하고 금융회사의 새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 미즈호금융그룹은 대출, 메자닌, 지분투자, 신탁 등을 결합한 원스톱 패키지로 기업승계 지원 체계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회계법인과 협약을 맺고 기업승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김 본부장은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과 다르게 기업그룹 산하에 기업승계지원센터를 뒀다”며 “기술력 보존과 고용 및 공급망의 안정적 유지라는 기업 본업의 가치에 방점을 두고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2017년 한국종합기술, 2018년 BHC 등의 EBO·MBO 사례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제3자 승계는 여전히 생소한 분야다. 일본은 제3자 인수 방식으로 기업을 승계할 경우 관련 세금을 이연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와 같은 유인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지원센터(센터)를 통해 은행 거래 기업 중 고용과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 가운데 연간 500개, 향후 5년간 2500개 이상의 기업에 기업승계 컨설팅 제공을 목표로 삼았다. 향후 3조원의 자금도 투자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기업들도 세대 교체에 접어든 만큼, 기업승계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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