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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훼손되는 ‘숨겨진 보물’

2026.06.14 19:54

| 허은주 수의사

얼마 전 내장산국립공원 초입 내장호에서 흰목물떼새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지역 시민생태조사단을 따라간 자리였다. 도요목 물떼샛과인 흰목물떼새는 예전에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하천 준설 공사와 하천을 곧고 넓게 만드는 직강화 사업으로 서식지가 감소해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보호받고 있다. 호수 옆에 자리를 잡고 새를 기다렸다. 후다닥 조용하고 빠른 움직임이 보였다. 쌍안경 화면으로 자갈 사이 알을 품는 새가 보였다. 동그란 머리에 이마는 흰색이었고 눈 사이를 연결하는 검은색 띠가 선명했다. 잠시 생각이 멈췄고 평화가 찾아왔다.

최근 내장산에 파크골프장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가 알을 품던 곳 근처였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내 골프장 조성은 엄격히 금지된다. 잔디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엄청난 농약과 비료는 땅과 하천으로 스며들어 오염과 부영양화를 유발하고 생태계를 교란한다. 게다가 골프장 규모가 축구장 10개에 달하는 초대형이었다. 도시공원 내 파크골프장도 국토교통부가 6홀 이하로 크기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국립공원 내 그에 6배에 달하는 32홀을 승인받은 것이다.

이 불법적인 사업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내장산 단풍철이 아닌 비수기에 주차장 시설을 활용한다는 명분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터 잡고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비수기란 없다. 그저 여기서 매일의 고단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흰목물떼새와 꼬마물떼새는 그곳 자갈밭에서 짝짓기하고 둥지 트는 연습을 한다. 내장산 서래봉 수리부엉이에게 이곳은 최고의 사냥터 중 하나일 것이다. 비 온 후 물 고인 땅에는 고라니 발자국이 보인다. 멧비둘기와 어치는 일 년 내내 거기에 산다. 해 질 녘 구석에 숨어 기다리면 바로 옆 계곡에서는 수달 가족을 볼 수도 있다. 단풍철이 끝나야 생물다양성 확대라는 국립공원의 본래 목적에 걸맞은 공간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내장산(內藏山)은 안에 깊숙이 숨겨진 보물이라는 뜻이다. 흰목물떼새 역시 그렇다. 가만히 멈춰 숨죽여 바라보아야 감췄던 자기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일하는 동물병원은 내장산 자락에 있다. 병원 일로 고민이 많은 날, 가슴이 답답해지면 종종 흰목물떼새의 깨끗한 흰 이마를 떠올린다. 가까운 하늘 아래 흰목물떼새가 오늘 하루 잘 살아내고 점박이 어여쁜 알에서 어린 새가 깨어난다면 나도 하루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6월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끝내 국립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설치하는 내장산국립공원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단풍철 주차장으로 전환되는 성수기에 훼손될 파크골프장 잔디 복구를 위해 매년 4000만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세워져 있다. 불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이 동원될 이 사업이 왜 이곳 청정 국립공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파크골프장 때문에 터전을 빼앗기게 될 흰목물떼새, 수달, 물총새, 깝짝도요, 꼬마물떼새, 원앙을 떠올린다. 이들이 사라진 내장산을 상상할 수 없다. 비(非)단풍철에 할 일은 그 안에 깃든 생명들의 안위를 살피고 훼손된 생태를 복원하는 것이지 파크골프가 아니다. 생태계 최후 보루인 국립공원, 소중한 지역의 보물을 망치는 자멸의 길을 막아야 한다.
허은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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