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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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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 인기 넘어선 손흥민... '소니 컵' 구매, 별 따기보다 어렵다 [과달라하라 현장에서]

2026.06.14 14:50

한국엔 없는 '손흥민 컵' 찾아 삼만리
매장 3군데 도는 동안 재고 無
두 시간 9㎞ 걸은 끝에 어렵게 '영접'
본보 기자가 13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어렵게 구한 맥도널드의 한정판 '손흥민 컵'. 과달라하라=박주희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4·LAFC)의 인기가 '전설' 데이비드 베컴마저 넘어섰다. 적어도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만큼은 그렇다. 맥도널드가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준비한 '레전드 축구선수 한정판 컵' 중 손흥민 에디션의 인기가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숙소 근처 맥도널드로 향했다. 목표는 하나, ‘손흥민 컵’ 확보였다. 동기는 불순했다. 한국에선 손흥민 에디션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희귀템'을 당근마켓에 팔면 가계에 도움이 될 거란 계산이 섰다. 어린 자녀 둘을 둔 가장의 소박한(?) 경제 활동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한국에서 '손흥민 컵'이 출시되지 않은 이유는 국내 광고 계약의 관례 때문인 듯했다. 손흥민은 현재 도미노 피자 전속 모델인데, 유사 업종의 경쟁사 마케팅 활동에 그의 얼굴을 노출할 수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맥도널드 '월드컵 세트'의 주인공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호나우지요, 산티아고 히메니즈, 손흥민, 라민 야말, 데이비드 베컴, 맥도널드 마스코트 그리메이스, 티에리 앙리. 과달라하라=박주희 기자


한정판 컵의 라인업은 화려했다. 베컴, 호나우지뉴, 티에리 앙리, 라민 야말 등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이름 9명(멕시코는 7종)이 포함됐다. 손흥민이 '네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에, '국뽕'이 차오름과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멕시코 맥도널드는 한국과 달리 원하는 선수의 컵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전설들에 비하면 손흥민 에디션은 구하기 쉬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오산이었다. 첫 번째 매장에는 손흥민 컵'만' 없었다. 심지어 멕시코 국가대표 산티아고 히메네즈 에디션도 재고가 넉넉했는데, '소니 컵'은 이미 품절이었다. 곧장 구글 지도를 켜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과달라하라내 맥도널드 매장은 총 18곳. 우버를 호출해 8.8㎞ 떨어진 다른 매장으로 향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13일 방문한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한 맥도널드 매장의 '레전드 컵' 재고 상황. 손흥민 컵은 이미 다 떨어진 상태였다. 과달라하라=박주희 기자


다시 구글 지도를 켰다. 불과 5㎞ 떨어진 곳에 다른 매장이 있었다. 어차피 우버로 이동하는 판에 딱히 힘들 것도 없었다. 순간 '회사에서 이런 것도 경비 처리를 해주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당근마켓을 떠올리며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러나 세 번째 도전도 실패. 이날 열린 퀴어문화축제로 도로가 통제되면서 비 내리는 거리를 30분 가까이 걸어야 했지만, 그곳에서도 손흥민 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인 알리시아(23)가 한국인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라는 듯 "손흥민 컵이 제일 인기가 많다"며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오기가 발동했다. 이번에는 규모가 큰 매장을 노렸다. 거리는 7㎞. 다시 우버를 불렀지만, 이번에는 브라질 경기를 보려는 광장 인파 때문에 차로는 도저히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없었다. 결국 얼마 못 가 차에서 내린 후 습한 날씨와 싸워가며 매장까지 걸어갔다.

맥도널드에 들어서자 한 꼬마 아이가 손흥민 컵을 받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 녀석이 마지막 남은 컵을 가져 갔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부리나케 카운터로 다가가 손흥민 컵이 남았는지 물었다. 재고를 확인하는 시간이 월드컵 취재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대사관 앞에 서 있던 두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한 맥도널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월드컵 세트'. 과달라하라=박주희 기자


잠시 후 직원은 친절한 미소를 머금은 채 손흥민 컵을 들고 돌아왔다. 229페소(2만 200원)를 내고 빅맥·감자튀김·콜라·손흥민 컵을 받아 들자, 아까 그 꼬마를 보고 느꼈던 감정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머쓱한 마음에 마테오(10)에게 사진 한 장을 찍어 준 뒤 빅맥 세트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식사 도중 걸음 측정 앱을 켜보니, 2시간 동안 9㎞를 걸었다. 체코전 손흥민, 이재성(이상 7.3㎞), 이태석(7.7㎞)의 활동량보다 많았다. 물론 선수들은 뛰었고 기자는 걸었다는 차이가 있지만, 고지대 적응 훈련을 받은 적 없는 일반인에게 해발 1,560m의 9㎞는 녹초가 되기에 충분한 거리였다.

고된 원정 끝에 손에 쥔 '소니 컵'은 너무도 소중했다. 한참 동안이나 기쁨에 젖어 있는 마테오의 표정을 보며, 당초 계획했던 당근마켓은 접고 아들에게 이 컵을 선물하겠다고 결심했다.

두 시간 동안 9km를 걸은 끝에 어렵게 '손흥민 컵'을 구했다. 과달라하라=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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