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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날아도 '대졸 백수' 50만…AI의 고학력자 일자리 대체 시작됐나?

2026.06.14 19:01

5월 대졸 이상 실업자 전년比 13.6%↑
실업자 중졸 이하 6.7%·고졸 9.0% 감소
고학력층 선호 일자리 사라져…AI 영향도
"AI 확산하면 지식층 일자리 더 크게 준다"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취업 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 실업자가 지난달 5년 만에 50만 명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호조 덕에 한국 경제가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반도체 산업 자체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인공지능(AI)이 청년·고학력 노동자의 일자리부터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대졸 이상 실업자는 50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만 명(13.6%) 증가했다.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2021년 5월 54만1,000명을 기록한 뒤 50만 명 선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눈에 띄는 건 대졸 이상 고학력의 실업자 수만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중학교 졸업 이하 실업자는 7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00명(6.7%) 줄었고, 고등학교 졸업 실업자도 29만8,000명으로 3만 명(9.0%)이 감소했다. 지난달 전체 실업자는 87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5,000명(3%) 증가했다. 실업률은 2.9%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반도체는 호황인데…사라지는 양질의 일자리



고용 한파가 유독 대졸 이상에게 가혹한 건 고학력층 선호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8만9,000명(5.9%) 감소해 6개월 연속 줄었고, 제조업 취업자도 14만 명(3.2%) 감소했다. 이는 2019년 2월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이지만, 제조업 취업자 중 반도체 비중은 4%에 불과해 제조업 고용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반도체는 취업유발계수가 낮은 업종으로, 반도체 수출 증가가 고용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졸 이상 실업자만 골라 늘어나는 배경에는 AI 탓도 있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이 지난해 10월 펴낸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에 따른 주당 업무시간 감소율은 석사 7.6%, 4년제 대졸 5.0%로 가장 컸다. 이에 반해 고졸은 0.8%에 그쳤다. AI가 대체하기 쉬운 정형화된 지식 업무를 고학력층이 주로 맡는 만큼 대졸 이상일수록 대체 위험에 더 노출된다는 뜻이다.

4월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이 같은 충격은 특히 청년층에 집중됐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년간 줄어든 청년 일자리 21만1,000개 중 20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 여기에 경력직 선호로 인한 공채 축소,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용시장 냉각까지 겹치며 대학 진학률이 높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채용 위축이 대졸 실업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25만5,000명 줄어, 2021년 1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AI가 확산하면서 앞으로 지식 계층의 일자리가 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노동 조건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조정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과 내수 산업도 활성화해야 고용시장이 고루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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