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액예금 썰물에…은행, 자산관리 안간힘
2026.06.14 17:47
3년새 잔액 40% 넘게 감소
채권·신탁·대체투자 등 이동
초고액자산 자금 재배분 활발
WM전담 조직 신설·확대 등
자산관리서비스 강화 경쟁
10억원 이상 초고액 예금자들의 돈이 움직이고 있다. 특별금리를 적용받던 거액의 자금이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재배분되면서 은행권 경쟁의 무게중심도 예금 유치에서 자산관리(WM)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14일 매일경제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금 잔액이 10억원 이상이면서 특별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예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예금 잔액은 2022년 67조5027억원에서 2025년 39조2139억원으로 41.9% 감소했다. 감소액만 28조2888억원에 달한다.
특별금리를 적용받은 고객 수도 줄었다. 2022년 1만2858명이었던 고객 수는 지난해 9585명으로 감소했다. 3년 동안 25.5%(3273명)가 줄어든 것이다. 고객 수 감소폭보다 예금 잔액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은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금 재배분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10억원 이상 특별금리 예금 잔액은 올해 5월 말 기준 18조1583억원으로 집계됐다. 고객 수도 4764명에 그쳤다.
은행권은 이를 단순한 자금 유출로 보지 않는다. 자금이 증권사로 빠져나가기보다는 은행 안에서 채권·신탁·랩어카운트·대체투자 등 다양한 상품으로 이동하는 측면이 크다는 설명이다. 초고액 자산가들은 투자 성격이 비교적 뚜렷해 증권 투자 성향이 강한 고객은 애초부터 증권사를 주거래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을 주거래로 이용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중시한다"며 "특별금리 예금이 줄었다고 해서 자금이 외부로 대거 유출됐다기보다는 같은 은행 안에서 채권이나 신탁 등 다른 자산으로 재배분되는 흐름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특별금리를 앞세워 거액의 예금을 유치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투자상품 공급 역량과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 입장에서도 자산관리 사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금은 금리 경쟁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지만 자산관리 서비스는 수수료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초고액 자산가 유치를 위해 프라이빗뱅커(PB) 조직 확대와 투자상품 라인업 강화 등 자산관리 역량을 키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패밀리오피스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전담 조직인 'F/O솔루션팀'을 신설했다. 투자와 상속·증여, 가업승계 등을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KB국민은행은 현재 1조1000억원 수준인 패밀리오피스 관리 자산을 연내 2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나은행도 글로벌자산관리센터(GWM)를 중심으로 초고액 자산가 대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투자와 국제조세, 자산승계 컨설팅 기능을 확대하며 단순 금융상품 판매를 넘어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WM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예금 금리 경쟁력이 초고액 자산가 유치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떤 투자 기회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초고액 자산가 시장에서는 예금 경쟁보다 자산관리 경쟁이 훨씬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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