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미토스 수출통제… ‘K-소버린 AI’ 구축 꾸물거릴 시간없다
2026.06.14 16:55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AI(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의 최신·최고 성능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을 전격 차단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첨단 AI를 ‘수출통제 자산’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이 조치로 앤트로픽의 글로벌 보안 협력체에 참여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 SK텔레콤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의 미토스 접근 권한도 불과 열흘 만에 박탈됐다. 혈맹(血盟)이라는 한국마저 자국 안보와 패권 앞에서는 예외 없이 쳐내는, 국제 정치와 기술 전쟁의 냉혹함을 보여준 셈이다. 첨단 AI가 언제든 국가 간 ‘비대칭 무기’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사태는 ‘소버린 AI’ 구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AI 기술이 곧 국방이자 국격이 되는 ‘AI 민족주의’ 시대로 진입했다. 오픈AI, 구글 등 미 빅테크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내 테크 생태계는 미 정부의 규제 한마디에 비즈니스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치명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국방·공공·금융 등 국가의 명운이 걸린 핵심 보안 영역에서 독자적인 거대언어모델(LLM)을 갖추지 못한다면, 향후 민감한 국가 데이터와 인프라 제어권을 통째로 해외에 저당 잡히는 ‘AI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AI 3강’을 내걸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7년 자립을 목표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개발에 나섰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다. 본선 1차에서 선정된 5개 업체 모델 가운데 업스테이지(Upstage)는 ‘기술적 독자성(표절) 시비’와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연루 ‘이해충돌 및 정책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오는 8월에야 2차 본선이 예정돼 있으며, 연말에 가서야 최종 평가를 거쳐 최종 2개 팀으로 압축된다. 이렇게 선정된 ‘독파모’가 미국과 중국의 쟁쟁한 모델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상위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AI 주권’은 민간 기업의 영리 활동을 넘어 국가 생존이 걸린 과제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글로벌 AI 생태계가 완성되기 전 우리만의 독자 영역 확보에 사활을 경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버린 AI’의 핵심 뼈대인 데이터의 자립과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 특히 산업 현장의 수많은 노하우(암묵지)가 외국산 AI 모델이나 클라우드로 유출될 위험을 막는 ‘제조 AI 데이터 주권’과, K콘텐츠의 경쟁력을 유지할 ‘한국어·문화 콘텍스트’는 절대적으로 지킬 필요가 있다. 더 머뭇거리다가는 기술 종속을 넘어 국가 안보까지 통제당하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 ‘K-소버린 AI’ 구축에 꾸물거릴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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