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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일본만 안 온다, 패싱이냐” 충격받은 日…한국 AI 성적표 공개하며 위기 경고

2026.06.14 17:1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기아PV5 운전석에 탑승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공동취재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4박 5일간의 한국 방문이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에 예상 밖의 충격을 안기고 있다. 황 CEO가 대만과 한국을 차례로 찾아 대규모 인공지능(AI) 협력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일본은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단순한 출장 일정이 아니라 AI 시대 일본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은 파트너, 일본은 고객?”

14일 닛케이 등 일본 언론은 최근 대만에서 TSMC와 폭스콘 경영진을 만난 황 CEO가 한국으로 이동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단순한 사업 미팅을 넘어 AI 산업 전반에 대한 협력 논의가 이어졌다”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인프라, 로보틱스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공동 사업 계획이 연이어 발표됐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와 SK그룹은 2027년까지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HBM 공급을 넘어 AI 기반 반도체 설계와 생산 자동화까지 엔비디아와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영진을 만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네이버 역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공개했고, LG·현대차·두산 등도 로봇과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부품을 공급하는 관계가 아니라 AI 시대를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한국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일본 IT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최근 미국 AI 기업들이 일본을 찾고는 있지만, 공동 개발 파트너라기보다 서비스를 판매할 시장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닷새 동안 한국에 머문 젠슨 황

황 CEO의 행보도 일본의 위기감을 키웠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기업 총수들과 회동한 것은 물론 홍대 식당에서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인 만찬을 가졌고, 시민들에게 바나나우유를 나눠주며 대중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한 점에 주목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또 프로야구 시구에 나서고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도 참여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며 엔비디아가 추진 중인 한국 연구개발(R&D) 센터 인재 확보에도 나섰음을 전했다.

이에 일본 언론들은 “황 CEO가 시간을 쪼개가며 한국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AI 반도체 생산은 대만 TSMC가, 핵심 메모리인 HBM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있다”며 “AI 공급망의 중심축이 한국과 대만으로 형성되면서 엔비디아 역시 자연스럽게 이들 국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팬 패싱’이 던진 경고

일본은 과거 스마트폰 혁명 때 소니, TDK, 무라타제작소, 키옥시아 등 부품 기업을 통해 애플 생태계에 편입되며 성장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AI 혁명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닛케이는 “지금 일본에는 젠슨 황이 직접 시간을 내 찾아가 함께 혁신을 논의하고 싶어 할 정도의 AI 기업이 얼마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서비스 수입 증가로 인한 ‘디지털 적자’가 2035년 18조엔 규모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반도체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홀딩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젠슨 황의 방한을 일본 언론이 유독 크게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한국이 주목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AI 혁명의 중심에서 일본이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닛케이는 “AI 시대 일본이 엔비디아 같은 선도 기업의 고객으로 남을지, 아니면 진정한 파트너로 도약할지는 앞으로 일본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기업은 왜 없었나

사실 일본의 위기감은 이번 방한 이전부터 쌓여왔다. 올해 3월 열린 엔비디아 GTC 2026 행사에서 그 단면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CEO는 당시 AI 시대를 이끌어갈 ‘AI 네이티브 기업’ 103곳을 공개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xAI, 미스트랄AI, 코히어 등 미국·유럽·중국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일본 기업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본 경제계는 이를 단순한 우연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일본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초거대언어모델(LLM) 기업이 거의 없고, AI 스타트업 생태계 규모 역시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컴퓨팅 인프라,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도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AI 산업이 반도체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일본이 혁신의 중심이 아닌 소비 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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