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선관위가 놓친 결정적 순간
2026.06.14 16:01
"문제는 인쇄량이 아니라 대응 능력의 부재"
요즘 정가의 초미의 관심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이다. 전직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문제는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한 것이 아니라 응급대응능력의 부재에 있다. 여기에 선관위의 해명은 의혹을 푸는 것이 아니라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논란의 시발점이 된 서울 송파구 투표용지 부족과 관련해 투표용지를 50%만 인쇄했다고 밝혔다. 사실 투표용지를 50%로 인쇄하기로 한 결정 자체는 적절하다. 총투표율 70%를 기준으로 판단할 때, 사전투표율이 20%였으면 본투표에서는 50%만 계산해서 인쇄해도 총 70%의 투표용지가 확보된다. 이는 투표용지 인쇄를 최소화하여 예산절약을 하던 그동안의 관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다. 필자가 봤을 때 다음 세 가지가 이번 사태에서 선관위가 보인 결정적인 문제다.
선관위가 신뢰를 잃은 이유
첫째 송파구 투표관리관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투표용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용지 부족을 낮 12시경 선관위 직원과의 단톡방에 게시하고 보고하였고, 오후 3시경에 투표가 중단되었음에도 선관위는 투표용지 제공을 하지 아니하고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경에 다시 투표하러 오라고 하여 다시 투표하려고 갔는데도 투표용지가 공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만약 필자가 재직했다면 사전투표용지 출력기로 출력하거나 복사기로 투표용지를 복사해 투표를 하게 하고 투표록에 사유를 기재하도록 지시하였을 것이다.
둘째, 중앙선관위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항의 방문을 받고 서울시 선관위에 미루고, 서울시 선관위는 중앙선관위에 통할권이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중앙선관위가 통할권을 가지므로 중앙선관위가 책임을 지고 응답하고 하급위원회에 지시하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임에도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서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
셋째, '재선거를 해야 한다'의 장 대표의 우문(愚問)에 대하여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195조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우답(愚答)을 내놓았다. 선거와 투표는 다른 개념이고, 재선거와 재투표는 다른 개념이다. 선거는 선거인명부 작성, 선거운동을 거쳐서 투표 및 개표의 전 과정을 의미하고, 투표는 투표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재선거를 한다는 것은 선거 자체를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재투표는 투표를 하지 못한 선거인만을 대상으로 다시 투표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 대표의 재선거 주장에 대해서 중앙선관위는 재투표를 하겠다는 현답(賢答)을 해야 했다.
공직선거법은 재선거에 관하여 제195조에, 재투표에 관하여는 제198조에 규정하고 있다. 재선거 사유는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바와 같이 '후보자가 없거나 당선인이 사망한 경우 등'에 한하여 실시해야 함으로 재선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재투표 사유에 대하여 제198조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어느 투표구의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와 투표함의 분실·멸실 등의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당해 투표구의 재투표를 실시한 후 당해 선거구의 당선인을 결정한다. 재투표가 당해 선거구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당선인을 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는 당해 투표소 전체의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경우만 규정하고 있고, 일부 재투표에 관한 규정이 없으나 동법 제12조 제1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사무를 통할·관리하며'라는 규정을 두어 중앙선관위에서 통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224조는 '선거쟁송에 있어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일부의 무효를 판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앙선관위는 통할권을 행사하여 투표소에서 번호표를 배부한 선거인만을 대상으로 재투표하게 하고 여비를 지급하는 방식의 해결이 합리적이다.
이런 세 가지 이유로 선관위는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됐다. 이번이 선관위를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다음 세 가지 방안을 선관위 개혁의 과제로 제시한다.
선관위 퇴직자의 대선 캠프행
첫째, 해결책으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과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사임했으나 이는 무책임의 극치이고 문제해결 방안이 아니다. 문제를 찾아 해결책을 제안하고 사임해야 한다. 가장 큰 책임은 상임위원이다. 선거관리위원회법 제6조(상임위원)는 ①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시·도선거관리위원회에 위원장을 보좌하고 그 명을 받아 소속 사무처의 사무를 감독하게 하기 위하여 각 1인의 상임위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상임 위원장 제도하에서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으로 중앙선관위에 상임하면서 사무총장 등 사실상 직원을 지휘 감독하는 위원장을 대행하는 직위다. 그리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사를 대변하고, 부총리급 대우와 장관급 보수를 받는 직책으로 가장 큰 책임은 상임위원에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므로 상임위원이 사임해야 한다.
둘째, 과거 대선 캠프에서 자문 활동을 하고 그 보은으로 대통령에 의해 상임위원으로 호선된 분이 있다. 그 후 상임위원이 되기 위하여 선관위 고위 퇴직자들의 대선 캠프 활동이 러시를 이룬다. 이를 막기 위하여 1급 이상의 선관위 퇴직자는 중앙선관위 위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셋째, 중앙선관위원장의 상임 제도 도입과 상임위원 제도의 폐지다. 헌법 제114조 제2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관행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 위원을 위원장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호선한다'고 하고 위원장이 상임을 하지 않고 상임위원을 두는 점이다. 이는 대통령의 의사를 대변하고 정부의 예산을 받기 위한 것으로 선관위의 중립성을 의심받는 이유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장이 위원 지명을 할 때 대법관을 제외하고 민간의 변호사나 학자를 지명하도록 제한입법을 해야 한다. 이 중에서 위원장을 호선하도록 함으로써 정당이나 대통령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회 추천 몫은 각 정당의 추천 몫이고, 대통령 임명 몫은 대통령의 의사를 대변하므로 순수하지 않지만, 대법원장 지명 3인이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위원장이 상임하면서 사무총장을 지휘하고 최종책임을 지도록 하되, 시도 및 구시군 선관위도 동일 원칙을 적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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