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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로봇이 1500도 쇳물 채취하고 미세한 고장도 감지… AX가 바꾼 공장

2026.06.14 15:30

韓 제조업, 인력난·중국 추격 속 AX 속도
위험하거나 사람에게 벅찬 작업부터 전환
AI가 예측·판단, 로봇이 물리적 행동해
정부, M.AX 얼라이언스 구성해 협업 촉진
속도 제각기... 데이터 구축부터 현장 투입도
경북 포항의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시험장에서 11일 KIRO와 포스코가 개발 중인 용선 샘플링 로봇이 용선 표본을 채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항=오지혜 기자


11일 경북 포항의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시험장. 은색 방열복을 입은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이 7㎏짜리 기다란 철봉을 천천히 기울여 바닥에 있는 작업구 안으로 밀어 넣었다가 빼냈다. 사람 대신 철광석을 녹여 만든 쇳물(용선)의 표본을 채취하는 작업에 8월부터 투입될 예정인 이 로봇은 다리 대신 탱크용 바퀴(트랙)로 이동하고, 몸통에 달린 두 팔이 있어 손쉽게 해냈다. 연구원은 "용선 표본을 주기적으로 채취해 품질을 관리해야 하는데 용선이 섭씨 1,500도에 달해 사람이 하기엔 위험하다"며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현장 환경, 작업 절차를 학습한 로봇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로봇은 작업 일정에 맞춰 사람 개입 없이 표본을 채취할 수 있고 이상 상황 발생 시 회피·복귀도 가능하다.

AX가 뭐길래... 제조업계 생존 전략이 됐나

HD현대중공업이 인공지능 전환(AX)을 추진 중인 협동 용접로봇이 12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선각2공장에서 작업자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 로봇에 도면 정보를 입력해 사람 개입 없이 숙련된 장인처럼 용접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울산=오지혜 기자


제조업계가 다양한 AI 전환(AX)을 시도하고 있다. 그간 공장 기계들은 프로그램에 따라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최근 AI와 로보틱스 기술이 발달해 작업 환경과 공정을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센서로 상황을 인식·판단하고 품질 예측·이상 탐지 작업도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했다. 물리적인 행위가 필요할 땐 로봇이 실행하는 식이다.

AX에 속도를 내는 건 결국 경쟁력 때문이다. 우리 제조업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력난과 고질적인 산업재해, 저렴한 인건비·정부 지원에 힘입은 중국 제조업의 추격 등 안팎으로 위기다. 이차전지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의 송호준 대표는 "이차전지 분야는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이젠 우리가 뒤처져 선도적 AX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 제조업 명운이 AX에 달렸다는 점을 인지한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M.AX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관련 기업을 분야별로 모아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위험하고 사람이 하긴 힘든 일부터 AI와 로봇에게



기자가 11~12일 둘러본 철강·이차전지·조선 업계 현장에서는 위험하거나 인간에게는 벅찬 작업을 중심으로 AX가 한창이었다. 사람과 AI, 로봇이 각자 맡은 바를 수행해내는 식이다

KIRO·포스코는 철광석 운반용 벨트컨베이어의 롤러 고장을 소리로 파악, 자동으로 수리까지 해내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시끄러운 작업 환경 속에서 사람이 놓치기 쉬운 소리도 척척 잡아내고, 4명이 공정을 멈추고 해야 했던 일을 기계 혼자 5분 안에 중단 없이 할 수 있어 안전성·효율성 향상이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은 도면 정보를 입력해 사람 개입 없이 숙련된 장인처럼 용접할 수 있는 용접 로봇을 개발 중에 있다.

에코프로가 소성로 시설을 점검하는 데 사용하는 자율주행로봇. 마이크와 카메라 등 센서를 활용해 문제를 파악해 알린다. 에코프로 제공


에코프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양극재 원료를 굽는 가마인 '소성로'에 센서를 설치, 데이터를 모아 AI로 품질을 예측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80m에 달하는 소성로는 깜깜하고 온도도 700~800도로 높아 실시간으로 작업 환경을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소성로 옆에는 각종 센서를 활용해 18시간 동안 시설 이상을 꼼꼼히 살피는 로봇도 있다. 에코프로는 이 같은 AX를 통해 생산성을 30% 이상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속도는 제각기... AI·로봇만으로 운영하는 곳도

울산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의 선각5공장에서 12일 러그 생산 로봇들이 러그 생산을 시연하고 있다. 울산=오지혜 기자


다만 속도는 제각기였다. AX 핵심이자 첫 단계인 데이터 체계 구축에 한창인 곳도 있는 반면, HD현대중공업은 AI와 로봇만으로 '러그'를 만든다. 러그는 선박 블록의 인양·이송을 위해 다는 연결용 부품으로, 주문제작 기반인 조선업에서 유일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6명이 수작업으로 하루 100개 만들던 러그를 이동·보조·결착 로봇 세 대가 합심해 자동으로 만들고 있었다. 윤대규 HD현대 중형선사업부 상무는 "AI 비전 기술 등을 접목해 비정형 작업을 할 수 있게끔 개발도 하고 있다"며 "사람이 할 수 없는 곳에 2·4족보행, 휴머노이드를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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