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쓸어가더니…" 마트서 고등어 집었다가 '화들짝' [권 기자의 장바구니]
2026.06.14 13:01
노르웨이산 고등어 수입가격 강세
중국향 수출 늘고 경매서 웃돈 거래
오징어 어획 급감·갈치·활어도 올라
정부, 낮은 가격에 비축물량 방출
“고등어가 원래 이렇게 비쌌나요.”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만난 60대 황모 씨는 최근 장보기가 겁난다고 했다. 예전엔 부담 없이 집어 들던 고등어와 갈치, 오징어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다. 그는 “생선구이 한 번 해 먹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고등어 가격이 심상치 않다. 간고등어 같은 단순 가공 수산물뿐만 아니라 일반 고등어와 수입 냉동 고등어까지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오징어와 갈치, 광어 등 주요 수산물 가격도 줄줄이 오르면서 밥상 물가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1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산식품의 중국 수출액은 6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전체 수산식품 수출액도 33억3000만달러로 9.7% 늘었다. 특히 고등어 수출액은 2억달러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며 김, 참치에 이어 주요 수출 품목으로 올라섰다. 중국 내 수산물 소비가 확대되고 한국산 수산식품 수요가 늘면서 국내 원물 확보 경쟁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수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매장에서 중국 쪽으로 나가는 물량을 잡으려는 매입상들이 가격을 높게 부르는 일이 잦아졌다”며 “국내 도매상 입장에서는 같은 물량을 사려 해도 이전보다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소비되는 고등어는 노르웨이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최근 노르웨이산 고등어 공급이 크게 줄었다. 노르웨이 정부는 올해 고등어 어획 쿼터를 지난해보다 대폭 줄였다. 지난해 11월 기준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 수입 단가는 ㎏당 3.3달러로 전년보다 27%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국내 유통 가격을 밀어 올렸다.
세계 수산물 수급을 분석하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고등어 가격 강세를 주요 이슈로 지목했다. 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냉동 고등어 수입이 가격 상승에도 8.87% 증가했으며, 베트남이 주요 수입국 지위를 유지한 가운데 중국이 인도네시아를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공급은 줄었는데 아시아 수요가 버티면서 고등어 국제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다른 수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지난달 말 노량진수산시장에 입하된 주요 어종 가운데 킹크랩, 갈치, 대게, 낙지 등의 평균 경락가가 전주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킹크랩 평균 경락가는 1㎏당 7만200원으로 전주보다 56.35% 뛰었다. 갈치는 2만4400원으로 29.1%, 대게는 3만7300원으로 28.18%, 낙지는 2만1200원으로 24.71% 각각 상승했다.
횟감용 수산물도 오름세다. 자연산 광어는 1㎏당 8100원으로 전주 대비 30.65% 올랐고, 양식 광어는 2만원으로 9.89% 상승했다. 자연산 농어는 1만5300원으로 11.68%, 양식 참돔은 1만2400원으로 12.73% 각각 올랐다. 여름철 고수온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활어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한 셈이다.
오징어도 불안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17~23일 오징어 근해채낚기어업 어획량은 9t으로 작년 같은 기간 40t보다 76.9% 감소했다. 어획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냉동 재고와 수입 물량까지 비싸지면 하반기 오징어 가공식품과 외식 메뉴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수산물 가격 상승이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생선구이, 회, 해물탕, 오징어볶음처럼 원재료 비중이 높은 메뉴는 원가 상승분을 흡수하기 어렵다. 특히 개인 음식점은 대형 유통업체처럼 장기 계약이나 대량 매입으로 가격을 방어하기 어려워 수급 불안에 더 취약하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육류보다 수산물은 산지와 날씨, 수입 상황에 따라 가격이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며 “고등어, 오징어, 갈치처럼 대중적인 어종까지 오르면 식당 입장에서는 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버티기 어렵다”고 했다.
여름철 고수온도 변수다.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 양식장 폐사 위험이 커진다. 광어와 우럭, 참돔 등 활어류는 수온 변화에 민감하다. 고수온 피해가 현실화하면 출하량이 줄고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 수산물 방출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다음 달 15일까지 정부 비축 수산물 최대 8000t을 시장에 공급한다. 품목별 물량은 명태 5500t, 고등어 1000t, 오징어 900t, 갈치 600t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온·오프라인 도매시장, 기업 간 거래 채널 등을 통해 시중가보다 최대 30~40% 낮은 가격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비축 물량만으로 가격 불안을 완전히 잡기는 어렵다고 본다. 수산물값 상승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금어기나 명절 수요처럼 계절 요인에 따라 가격이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기후와 환율, 유가, 해외 수급이 동시에 가격을 흔들고 있다.
수산물업계 관계자는 “고등어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수출 수요도 붙는 품목은 국내 가격이 더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오징어와 갈치, 활어류까지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장바구니 부담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기자의 장바구니는 기자가 직접 담은 현장 체감 물가와 식품·유통 트렌드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을 오가며 실제 장바구니에 담긴 가격 변화를 추적하고, 신제품 출시와 소비 흐름까지 함께 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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