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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경제, 잃어버린 5년]포스코와 포항시 두 수장 간 갈등 속에 휘청거린 포항경제

2026.06.14 15:01

광양으로 투자 중심축 옮겨지면서 포항 경제 신음
포스코, 올해부터 투자 속도 높이면서 내년에는 미소 기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매일신문DB


경북 포항 경제는 IMF 외환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정도로, 철강업 중심의 탄탄한 후방산업을 일궈왔다. 이강덕 전 포항시장 시절 2차전지 산업 유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배터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에코프로 그룹 생산기지를 포항에 뿌리내리게 했다.

하지만 2018년 7월~2023년 3월, 최정우 전 포스코 회장이 이 전 시장과 각을 세우면서 주요 투자가 전남 광양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은 2차전지 산업마저도 휘청이게 했다.

포항을 이끌던 거대한 두 개의 엔진동력이 힘을 잃으면서 인구는 줄고 부동산은 가치를 잃어가는 '지역소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는 7월부터 새 단체장인 박용선 당선인이 포항을 이끌겠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사업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고, 인근 영덕군에 신규원전 유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포항을 비롯한 경북동해안 지역 산업이 다시 한번 부흥할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포항 영일만일반산단에 위치한 에코프로포항캠퍼스 전경. 포항시 제공


◆반토막 난 지방소득세

1973년부터 포항제철소를 중심으로 한 포항의 경제구조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 때문에 포스코의 실적악화는 포항시 재정을 직격한다.

포항시의 법인지방소득세 징수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1천490억여만원에서 23년 767억1천여만으로 반토막 났다. 25년 571억1천여만원을 나타내는 등 3년 사이 919억원(감소폭 62%)이 사라졌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꺾이는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영업이익은 2022년 2조2천950억원, 24년 1조4천730억원으로 하락하다 지난해 1조7천800억원으로 가까스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포항시는 44개 기업으로부터 11조7천777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고군분투했지만 철강업 중심으로 구축된 포항 경제에 단비를 내리기엔 부족함이 컸다.

에코프로 5조원, 포스코퓨처엠 4조원 등 대부분 2차전지에 치중된 투자는 전기차 캐즘과 맞물려 이렇다 할 수익이나 고용세수가 지역에 적용되진 않았다.

포항상의 한 관계자는 "철강업과 2차전지 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AI, 에너지산업 등이 더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뚜렷한 청사진이 없다"고 했다.

포항제철소 4선재 공장에서 생산한 직경 23mm급 대형 현가용 스프링강 시제품. 포스코 제공.


◆광양은 웃고 포항은 울었다

포스코의 미래 투자가 광양으로 쏠리는 흐름에는 복합적인 배경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 가 본사 이전으로 촉발된 포항시와 포스코의 갈등이다.

포스코는 2023년 주주총회에서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포항 지역사회에서는 "사람도 없는 껍데기 본사"라며 반발 중이다.

또 포스코의 미래 신산업인 수소환원제철 사업도 부지 인허가가 발목을 잡혔다.

23년 6월 열린 1차 합동설명회는 주민 반발로 파행했고, 7천455건에 달하는 주민 의견이 제출됐다. 포스코는 24년 말까지 인허가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1년 이상 지연됐고, 최종 완료는 26년 3월에야 이뤄졌다.

행정 공백과 갈등 비용이 포스코의 투자 결정에 부정적 신호로 작용하는 동안, 광양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포스코는 23년 4월 광양제철소에 향후 10년간 4조4천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 소재·수소 등 차세대 신성장 사업을 더한 미래형 산업단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이 본사 이전 공방에 에너지를 쏟던 시기에 나온 발표였다. 이후 포스코그룹은 광양국가산단 에너지 사업에만 9천460억원을 추가 확정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도 8천40억원을 들여 에너지 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가 광양은 모빌리티 강재 특화, 포항은 에너지용 강재 특화로 역할 분담을 공식화하면서 고부가가치 신성장 영역에서 광양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흐름이다.

게다가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임기가 끝난 23년 3월을 전후한 5년간 10조원에 달하던 포항침상코크스 공장이 포항을 떠나 광양에 둥지를 틀었다. 당초 17년 약 59만5천㎡(18만평) 규모의 공장 건립이 포항에 예정됐지만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포스코는 광양행을 택했다. 또 공장 투자비만 1조원에 달하는 전기강판 4공장이 광양행 버스를 탔다. 포항제철소 내 조성된 1, 2, 3공장과 연계해 지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깬 광양 투자였다.

포항 블루밸리산업단지 전경. 앞쪽에 보이는 것이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이며, 뒤쪽은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 음극재 포항공장이다. 포항시 제공


◆철강이 멈추면 골목도 멈춘다

포스코 실적 악화의 충격은 협력업체를 거쳐 골목 상권까지 전달된다. 제철소 경기가 나빠지면 1·2차 협력업체가 흔들리고, 협력업체 직원들의 지갑이 닫히면 인근 식당과 카페, 소매점까지 타격을 입는 구조다.

포항철강산업단지 인근의 한 식당 사장은 "최근 1년 새 매출이 약 30% 감소했다"며 "철강사 직원들의 회식과 미팅이 줄면서 손님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포항 인구는 지난 10년간 감소세가 지속되며 49만명 수준으로 축소됐다.

최근 10년간 순유출 인구의 90%가 청년층에 집중됐고, 23년 고령화율이 20%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부 상권 공실률도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공동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양질의 철강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 유출과 도심공동화라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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