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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무성 연이틀 '말 폭탄'…한미 대적 기조·핵보유국 입지 부각

2026.06.14 12:05

외무성 대외정책실장·10국 대변인·외무성 대변인 연속 담화
북러·북중 밀착 따른 '자신감' 드러내고…'핵보유' 전제 회담 포석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최선희 북한 외무상.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 외무성이 이틀간 세 번의 담화로 한국과 미국, 서방 국가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최근 한·미, 한·유럽 간 대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등이 언급된 것에 대한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 강화를 위한 공세적 외교를 펼치는 것으로 14일 분석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오전 담화에서 최근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미일 간 확장억제대화(EDD)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지속 추진한다는 입장이 나온 것에 대해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무의미한 반공화국 비난 수사와 핵위협 공조는 되돌릴 수 없는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에 아무러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라고 반발했다.

대변인은 "우리가 결행하는 핵방패 구축은 외부로부터의 간섭과 위협을 억제하고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담보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합법칙적 과정"이라며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미·일·한 3개국이 아무리 강변해도 핵보유국으로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현 지위를 절대로 변경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그 누구도 시대적 흐름 속에 영구적으로 실종된 '비핵화'를 건져낼 수 없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는 전날 외무성 대외정책실장, 외무성 10국 대변인이 발표한 글에 이어 세 번째 입장문이다. 북한은 앞선 두 글에서는 최근 미국이 한국에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AIM-120C-8 암람(Advanced Medium Range Air-to-Air Missile·AMRAAM)' 70기와 암람 유도 섹션 2대에 대한 대외군사판매(FMS)를 승인한 것과, 한-유럽연합(EU)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한의 비핵화라는 외교 기조를 유지한다는 합의가 나온 것을 겨냥했다. 북러 관계가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되고 북중 밀착도 복원한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과 서방 중심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25년 9월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쇼전쟁승리(전승절) 80돌(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번 담화는 지난 8~9일 북·중 정상회담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고, 북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북한의 전략적 입지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자 북한도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미와 서방의 '비핵화' 정책이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평양에서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에서 과거와 달리 북핵 문제나 비핵화 이행 요구를 언급하지 않고 양국 관계 발전과 전략적 소통 강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북핵 현실론'을 전제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중국은 이례적으로 북중 간 '군대 협력'도 언급하며 전략적 동맹국으로서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문제에 있어 러시아에 이어 중국의 암묵적 지지를 받는 최상의 성과를 얻어낸 셈으로, 이틀간 이어진 '말 폭탄'도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핵보유국 입지 강화를 위한 공세적 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담화가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과거 북미 정상회담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과의 관계를 언급한 시점과 맞물려, 북한이 협상 국면에 대비해 자신들의 요구 수준을 높이기 위한 카드를 쌓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 정상회담 등 최근 북한의 대내외 행보와 연쇄 담화문을 관찰해 보면, 김정은의 최우선 순위는 '협상을 통한 타협'이 아니라 '핵무력의 질적·양적 고도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과거 2018~2019년에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핵무기를 흔들었다면, 지금은 핵 보유 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장기 구조전을 준비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 로이터=뉴스1
외무성 10국 대변인의 존재도 전날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식별됐다. 10국 대변인은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한국이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와 북러 군사 협력을 규탄한 것에 대해 "한국은 역시 적대와 대결을 체질화한 불변의 적국"이라고 비난했다.

10국 대변인은 이어 "한국이 그동안 내세워온 '체제 존중'과 '적대행위 불추구'는 위장에 불과했다"며 "한국은 우리 국가에 대한 적대를 떠나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제1의 적대국"이라고 날을 세웠다.

북한은 '남북 두 국가' 선언 이후 노동당 산하의 대남 전문부서인 통일전선부를 축소해 '10국'으로 재편하고, 이 조직을 당이 아닌 외무성 산하로 옮긴 바 있다. 지난 9차 당 대회 때 전 통일전선부장인 장금철이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10국이 현재 북한의 대남사업 창구임이 재차 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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