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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페리
케이티 페리
월드컵에서 나타난 K의 위상 [하재근의 이슈분석]

2026.06.14 08:01

ⓒ연합뉴스
[데일리안 = 데스크] 지난 1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멕시코 개막식에서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다. 2026 월드컵 주제가 공연 때 우리말 가사가 울려 퍼졌다. 한국 월드컵이 아닌 북중미 월드컵 주제가에 한국어가 포함됐다는 점이 매우 이채롭다.

이번 월드컵 공식 주제가 중의 하나인 ‘디엔에이’(DNA)인데 데이비드 게타 등이 만든 국제적 프로젝트로 안드레아 보첼리와 이재가 가창자로 선정됐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성악가 중의 한 명인데 그 파트너로 이재가 선정된 것이다. 이재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을 만들고 부른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국인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청소년기를 거쳤기 때문에 문화적 정체성은 한국인에 가깝다. 그 스스로도 자신을 한국인이라 생각한다고 했었다. 국적과 별개로 케이팝 뮤지션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한국 대형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고 케이팝 작곡가로 활동했으며, 케이팝을 내세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로 유명해졌으니 말이다.

이러한 한국계 케이팝 뮤지션이 북중미 월드컵 멕시코 개막식에서 주제가를 부른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그 안에 한국어 가사까지 들어가서 놀라움이 더하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생방송으로 개막식을 보던 시청자는 축하 공연 때 갑자기 한국어가 들려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받았을 것이다.

어디서든 한국적 문화 코드를 내세우는 이재가 이번 주제가 작업에 참여하면서 한글 가사를 넣었다고 한다. 바로 ‘또 넘어져도 나 다시 일어나’라는 내용이다. 아이돌 데뷔에 실패했던 이재의 개인사와 맞물려 다시 일어난다는 내용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아무리 이재가 한국어를 넣고 싶었어도 개인의 뜻 만으로 성사될 일이 아니다. 이 곡은 피파 월드컵 공식 주제가로서 피파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멕시코 개막식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는 것은 피파와 북중미 월드컵 조직위 측에서 한국계 가수 출연과 한국어 가사 가창에 동의했다는 뜻이다.

피파와 조직위 측에선 당연히 이 노래를 통해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길 원할 것이다. 그들이 케이팝적인 느낌을 세계에 통하는 코드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한국계 가수와 한국어 가사에 동의를 한 것이다.

그동안 케이팝에는 항상 ‘하위문화’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하위문화는 주류문화가 아닌 특정집단의 소수문화라는 의미다.

월드컵 개막식에 나올 정도라면 하위문화의 수준은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물론 케이팝 그 자체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남의 나라 월드컵에 케이팝 뮤지션과 일부 한국어가 나왔다는 것은 케이라는 코드가 그만큼 국제적인 차원에서 메이저 급 인기를 끈다는 뜻이다.

이번 월드컵은 개최국이 3개국이기 때문에 개막식도 세 번 열린다. 첫 번째로 열린 멕시코 개막식에서 이재가 한국어 가사가 포함된 주제가를 부른 데 이어 미국 개막식에선 리사가 케이티 페리, 퓨처 등과 함께 공연한다. 리사도 국적은 한국이 아니지만 케이팝 그룹인 블랙핑크의 멤버이기 때문에 케이팝 스타로 분류된다. 개막식에만 케이팝 스타가 두 번 나오는 것이다.

결승전에는 방탄소년단(BTS) 출연이 예정돼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이벤트인 슈퍼볼 하프타임쇼처럼 이번에 피파가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쇼를 처음으로 시작하는데 거기에 방탄소년단이 섭외됐다. 마돈나 등과 함께 공동 헤드라이너다.

피파 입장에선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결승전 하프타임쇼를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최고의 스타를 선정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방탄소년단인 것이다. 이렇게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선 개막식부터 결승전까지 케이팝 스타들이 대회의 얼굴 역할을 하게 됐다.

4년 전인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선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주제가 ‘드리머스’를 불렀었다. 2회 연속으로 케이팝 스타들이 월드컵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폐막식에는 갑자기 슈퍼주니어가 등장해 많은 이들이 놀랐었다. 그때 슈퍼주니어는 잠시 인사만 하는 수준이 아니라 ‘Sorry, Sorry’, ‘Mr. Simple’, ‘미인아’ 등 히트곡들을 메들리로 부르며 분위기를 주도했었다.

한국 가수가 외국 대회에 등장한 모습이 굉장히 놀랍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론 한류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하게 한 사건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시아 지역의 인기를 느끼게 한 수준이었는데 2022년 카타르와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한류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물론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신드롬이 예외적으로 돌출한 성격도 있지만 그래도 한국의 대중음악과 드라마를 필두로 한국문화 전반에 걸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얼마 전 내한한 잰슨 황도 ‘뭐든지 앞에 케이가 붙으면 다 인기다’라고 얘기했었다. 그런 케이 부흥의 시대의 한 단면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드러났다고 할 수 있겠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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