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SMR 손잡았다
2026.06.13 00:46
공급망 공동 구축, 수출도 추진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10% 이상인 650억달러(약 100조원)를 미국이 주도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SMR 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미국은 일본 자본을 끌어들여, 차세대 원전을 대규모 증설할 예정이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정체돼 있던 미국 원전 정책의 대전환에 일본이 자금을 대는 구조다. 일본 정부가 막대한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의 SMR 공급망 구축에 깊숙이 관여할 경우, 미국 주도의 차세대 원전 사업에 올라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달 초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의 온라인 협의를 진행했다. SMR 투자 내용은 올여름 이후 발표될 일본의 2·3차 대미 투자 사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미국 GE버노바와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함께 추진하는 SMR에 최대 400억달러 투자하는 방향으로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 파워에도 최대 250억달러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미국 SMR 투자는 1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첫 사업 후보지로는 미국 남부 테네시가 검토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SMR 인허가 절차를 이미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SMR을 대규모 건설할 공급망을 미·일이 함께 구축하고, 그 기술을 세계에 수출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소형 원자로 사업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은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원전 신규 건설이 정체돼왔다. 2023년 가동한 보글 원전 3호기는 미국에서 약 30년 만에 완공된 신규 상업용 원전이었다. 미국 내 원자로 수는 1990년 112기를 정점으로 현재 약 90기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2050년까지 원전 발전 능력을 현재의 4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 5월엔 SMR 승인 절차 신속화 등을 담은 4개의 대통령령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를 새로 건설하는 계획도 내놨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은 대형 원전 신규 건설에도 일본 자본을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이 원전 정책 전환에 나선 것은 인공지능(AI) 호황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최근 10년간 3배로 증가했고, 향후 5년 동안 다시 2~3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발전 출력은 작지만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 옆에 설치할 수 있다. 미국에선 2050년까지 SMR 300기 이상이 건설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일본과 함께 SMR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과의 AI 개발 경쟁에 대응하는 한편, 차세대 원전 수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한국도 두산에너빌리티, SK그룹 등이 미국 SMR 기업에 투자하거나 협력하는 형태로 SMR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일본이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공급망을 장악할 경우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다. 한국 정부 역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 중 일부를 SMR에 투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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