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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민주당을 혐오하는 이유 [여의도깔깔깔]

2026.06.14 06:00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계속되는 지난 6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 티켓 부스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photo 뉴스1


여지없는 각설이 타령이 시작됐다. 선거 때마다, 정확히는 선거가 끝난 직후 세대별·성별 투표 양상이 공개되면 벌어지는 한마당이다. 특히 이번 2026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청년의 표심은 더불어민주당에 더없이 참혹했다. 서울 20대 유권자의 57%, 30대 유권자의 60%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선택하며 승리의 결정적 기반이 된 것이다.

이번에도 진보 진영의 충격은 상당하다.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킨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맞붙었던 2022년 대선, 그리고 2025년 대선까지. 지표는 민주당에 악화일로기 때문이다. '오호통제라' 개탄의 목소리가 진영을 넘실대고 모두가 청년의 극우화를 진단하기 바쁜 이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동안 진보진영은 이를 제대로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왔을까.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기 위해 촛불집회의 선두에 서고, 문재인 정부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했던 청년들은 어쩌다 국민의힘의 지지자로 변모했을까.

주류 학설의 한계

언제나 직면보다 회피가 쉽다. 진보진영 내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도시전설형 진단이 이에 해당한다. 이른바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심리전단팀에서 시작된, 모종의 '세력'이 만든 극우화라는 주장이다. '세력'이 만든 온라인 콘텐츠가 청년들을 현혹하고 선동했다는 설명이다. 때로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100여명의 극우 요원들이 국정원 지하에서 모여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있던 것이라면, 집권한 진보 정부 혹은 일군의 탐사보도 언론인들이 그것을 밝혀내기만 한다면 문제는 손쉽게 해결된다. 단숨에 국정원 지하로 진입하여 그들을 소탕하고 극우의 진앙지를 발본색원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의 존재는 아직 유니콘이나 해태와 같은 미지의 존재로 남아있다. 규명되지 않은 허상과 싸우는 일은 자못 헛헛한 일이지만 이 학설의 순기능은 눈앞의 인지부조화를 급격히 해소해 준다는 데에 있다. 손가락질할 대상을 빠르게 찾아 개탄하고 훈계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교육의 문제라는 학설도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화를 이끈 세대가 누구보다 군사정권의 반공·국가주의 교육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즉각 기각된다. 하물며 최근 비난받는 청년세대가 곧 그 비난의 주체인 민주당 지지성향 86세대, X세대의 아들딸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은 더 힘을 잃는다.

조금 더 나은 학설로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가 만든 보수화라는 주장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학설을 채택한다. "기회 총량이 부족한 시대"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러한 뉴노멀 시대가 갑자기 2020년대 청년세대에게만 떨어진 날벼락일까?

2000년 전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 비정규직 청년의 현실을 짚은 '88만원 세대'라는 개념이 나왔던 것이 벌써 20년 전이다. 언제나 입시는 전쟁이었고, 청년의 취업은 고단했으며,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다. 한마디로 2020년대부터 감지된 청년시대의 급격한 보수정당 표심을 설명하기에는 변수보다 상수에 가까운 요인이라는 점이다. 소위 '기회 총량' 학설이 일부의 진실만 담고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결국 답은 다른 곳에 있다. 저 멀리 우주 밖으로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지구촌 도처에 단서가 가득하다. 미국의 트럼프, 프랑스의 마리 르펜,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영국의 개혁UK, 독일의 Afd(독일대안당), 최근에는 일본의 참정당까지. 모두 한 가지 동력으로 집권하거나 대안우파 돌풍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바로 문화전쟁이다. 문화전쟁이란 주로 이민, 여성, 환경 등 사회문화 의제를 둘러싼 갈등을 말한다. 이민자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부터, 여성 나아가 성소수자의 권리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에 대한 토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더 이상 전 세계 선진국의 진보진영은 계급투쟁에 주력하지 않는다. 국내 진보 진영이 널리 인용하는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 진보 언론에 큰 쟁점은 트랜스젠더 화장실에 관한 것"이었다며 "포스트모던 좌파는 실제 노동계급과 연결되는 것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며, 소수자와 제3세계 문제만을 선호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더 이상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이 대중적 호응을 얻기 어려워진 시대, 이미 상당부분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보수정당도 더 많은 복지를 약속하며 진보정당과 경쟁하는 시대다. 그리하여 '가진 자와 가난한 자' '사용자와 노동자'를 갈랐던 진보 진영의 투쟁 전선이 문화전쟁 이슈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빛이 있으라

대한민국의 경우 2010년대부터 그 흐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에 문재인 정부라는 창세기가 있었다. 청년들, 특히 청년 남성들에게는 가히 제네시스와 같은 5년이었다. 기점이 될 만한 사건들이 쉼없이 이어졌다. 평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 조국 사태, 혜화역 시위 등 모두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민주당을 향한 청년세대의 분노가 퇴적된 사건들이다. 비판은 간명했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별을 이유로 할당과 가산점을 주는 방식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성차별의 후과를 특정 세대, 특정 성별의 개인들이 짊어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어느덧 '군무새' '군캉스'라는 멸칭으로 대표되는 모욕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군복무를 특정 성별이 전담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청춘 시절의 헌신과 사회적 존중을 맞바꾸던 일종의 사회적 합의는 이미 붕괴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문화콘텐츠를 해체하여 혐오를 감별하고, 그리하여 불편이 곧 정의가 되는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피해호소인'의 진술만으로 '가해지목인'을 범죄자로 손쉽게 확정하는 성인지감수성 판결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지목하여 "기분 나빠하기보단 자신은 가해자들과는 다른 부류임을 정성스레 증명해 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국가기관의 교육자료 역시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를 관통한 2010년대 말과 2020년대 초 온·오프라인 상에서 수많은 전투, 성별갈등을 중심으로 한 피 튀기는 문화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집권여당 민주당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여론조사에서 20대가 생각하는 가장 큰 사회갈등으로 성별갈등이 꼽히던 시기, 이른바 문화전쟁의 광풍이 특히 청년세대를 휩쓸었던 것이다.

이준석이라는 첫사랑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국내에 도입했다면 높은 확률로 불가촉천민의 지위를 획득했을 이 청년 남성들에게도 날카로운 첫사랑의 기억은 있었다. 2020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의 등장이다. 흔히 이준석 의원을 '갈라치기'의 대명사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는 노정돼 있던 갈등을 정치의 테이블로 올린 것에 불과하다. 그를 정치적으로 비판하려면 오히려 테이블에 올려놓았지만 끝내 방치했다는 혐의를 말하는 것이 정당해 보인다.

한국 사회의 전방위적 난타 때문이었을까. 어느샌가부터 청년 남성의 정치 아이돌은 더 이상 그 첫사랑의 무게를 감당하지 않기로 한 듯하다. 관련 의제에 관한 발언은 줄었고 어느덧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 가겠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준석 의원의 변곡점은 지난 대선 TV토론에서의 실언이 아니라 2024년 총선 직전 도모한 이낙연, 금태섭, 류호정 등과의 합당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더 이상 자신들의 정치 아이돌이 대변자를 자처하지 않는다고 느끼자 많은 이들 종으로 횡으로 흩어졌다. 그동안 공분의 에너지를 제도권의 방파제 안으로 수렴했던 정치인이 사라지니 남는 것은 더 매운맛의 무언가였다. 윤어게인과 반중 정서로 무장해 이내 법원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기까지 이르게 된 연유다.

탱크와 몽둥이의 노래

이 모든 서사에 민주당은 언제나 집행부의 위치에 있었다. 주로 주도했고 때로 편승하고 외면했다. 해법은 자주 규제와 억압의 방식이었다. 이에 저항하면 째째하다고 낙인찍고 한심하다고 손가락질했다. 최근 "탱크"와 "몽둥이"를 운운한 모 진보 유튜브 출연자들의 발언이 청년세대에게는 크게 놀랍지 않은 이유다.

한때 진보진영은 국가의 검열에 맞서 자유를 수호하던 이들이었다. 보수세력은 군사정권의 후예라 몰아세우며 공정과 정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했다. 청년세대가 민주당에 느낀 위선과 배신감의 격차가 컸던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청년세대가 보수정당을 택하는 이유는 국민의힘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가장 손쉬운 심판 도구'여서가 아닐까.

학생운동을 했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된다. 군사정권에 대한 분노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공부하고 북한을 보다 정통성 있는 민족주의 정권으로 인식했던 청년들이 부지기수였다. 대부분 그 과거는 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보정되었다. 그렇다면 현세대 청년들의 보수정당 표심도 그렇게 해석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자신들이 과거 그렇게 주장했듯, 주체사상을 공부했다고 잡아넣어 고문하기 이전에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무엇보다 이제 이 정서는 청년 남성에게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 2030 여성도 보수정당 후보에게 상당한 표심을 보냈다. 여성주의 정책으로 인해 청년 여성이 진보 진영을 지지한다는 가설도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애초에 모든 세대, 모든 성별의 집단적 의사를 단일의제로 판정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최근 10대 여성의 정서는 더 가혹하다는 평가도 많다. 문화전쟁에서 진보 진영의 관성적인 입장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배척받고 있는 셈이다.

용기에는 비용이 든다

이재명 정부를 평가할 대목은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진보 진영과 달리 이러한 문화전쟁 의제에서 손쉽게 선악을 재단하지 않았다. 개명한 성평등가족부(구 여성가족부)에는 역차별을 조사하기 위한 성형평성기획과도 생겼다. 대통령도 여러 차례 경도되지 않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제 보수정당의 차기주자들, 오세훈 시장, 한동훈 의원도 2030 청년 표심의 힘을 톡톡히 확인했다. 청년의 압도적 지지 없이 보수정당이 승리하는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음을 역력히 체감한 것이다. 더 이상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도 묵혀두고 우회하는 방식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많은 분야에서 오랜 민주당의 관성을 거부했다. 일본과의 관계를 실용외교 중심으로 개선하고, 탈원전 기조를 뒤집었으며, 상대 진영 인사를 과감히 등용했다. 규제개혁에 앞장서며 대통령이 직접 고용유연화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지난 1년간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70%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다. 용기에는 언제나 비용이 든다. 이재명 정부가 40% 남짓 지지층의 안온한 동굴에서 벗어나 60%가 넘는 다수파 블록을 형성하려고 했던 것은 그럴 때에야 비로소 역진불가능한 개혁, "오래 걸리지만 오래가는 개혁"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정부 2년차, 바야흐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승부처가 시작된다. 정권의 명운이 걸린 전당대회를 앞둔 지금 우주의 기운이 필요할 것이다. 또 회피하게 되면 지난했던 과거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무한도전 정준하씨의 말처럼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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