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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손질엔 구조개혁 필요한데…전문가들 의견 '팽팽'

2026.06.14 06:21

연금특위 민간위, 내달 국회에 보고서 제출
의견 통일 안돼…소득보장론 vs 재정안정론 갈려
기초연금 조정하려면 구조개혁 필요
국회로 넘어간 공…하반기 논의 '주목'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하후상박’ 형식의 기초연금제도는 국민·퇴직·개인연금을 아우르는 연금체계 개편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논의의 출발점도 마련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이 모인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조차도 통일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자료가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들은 현재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보고서 최종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10차 회의까지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보고서는 여야 입장별로 따로 나갈 전망이다. 보고서 뒤에는 1차부터 10차까지의 발제문을 묶어 제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민간자문위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모수개혁)을 넘어 국민연금 체계 전반을 손보는 ‘구조개혁’ 방안 마련이 주요 목표였다. 양측은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재정 투입 여부에 대해 의견이 갈린 것으로 파악됐다.

소득보장론자들이 대다수인 여당 위원들은 국민연금 납부액 외에도 추가로 재정을 투입해 국가가 노후자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정안정론으로 대표되는 야당 위원들은 자동조정장치 등을 통해 연금 수급액을 조정하고 국가 재정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반박한다.

“공적연금은 곧 복지제도” vs “리스크 해소가 핵심” 시각 차이가 갈등 낳아

이 같은 상황은 소득보장론자와 재정안정론자가 국민연금을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달라 벌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소득보장론자들은 국민연금을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바라본다. 개인이 낸 보험료만큼 돌려받는 사적연금과 달리 공적연금은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와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소득보장론자들은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그 금액이 턱없이 낮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69만 6000원에 불구하고 30년 이상 가입자들도 월평균 128만원을 받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기초적인 생활도 꾸려나가기 힘들어 은퇴 후에도 불안정한 일자리를 찾아 노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측 위원은 “한국과 일본, 노르웨이를 제외하면 공적연금 기금을 보유한 나라는 없다시피하다”며 “지금은 기금 고갈을 논할 게 아니라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재정을 투입해 노후를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정안정론자들은 국민연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지속 가능한 공적연금’으로 본다. 노후소득 보장 기능도 중요하지만 현재 제도가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라면 결국 제도 자체가 신뢰를 잃고 지속 가능성이 훼손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을 연금제도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동조정장치는 기대수명이 증가하거나 재정이 악화하면 연금액 인상률이나 지급 수준 등을 자동으로 조정해 특정 세대에 부담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제도다.

올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이뤄냈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재정 악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출산율 하락으로 보험료를 낼 가입자는 줄어드는 반면 기대수명 증가로 연금 수급 기간은 길어지고 있어, 현행 제도만으로는 장기적인 재정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야당 측 위원은 “현재 약속된 지급액과 적립금 간 격차를 의미하는 미적립부채가 약 1700조원에 달한다”며 “이 경우 미래 세대가 보험료를 떠안게 되기에 재무 상태에 따라 급여 지출을 기계적으로 제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로 넘어간 ‘연금개혁’ 의제, 구조개혁 이뤄질까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하반기 국회에서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지방선거 이후에는 기초연금 하후상박 등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저소득 노인에게 재정을 집중하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서는 기초연금 개편안이 아직 본격적인 논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수급 대상을 현행 소득하위 70%보다 축소할지, 아니면 수급 범위는 유지한 채 인상분만 저소득층에 더 배분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초연금 개편은 단순히 급여 수준을 조정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기초연금 보장성을 강화할 경우 국민연금 수급자와의 형평성, 재정 부담, 노후소득 보장 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을 아우르는 구조개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국민연금 모수개혁도 18년 만에 가까스로 합의에 이른 만큼,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한 구조개혁은 훨씬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금특위 민간위원회에 속한 한 위원은 “여당 위원이라고 무조건 자동조정장치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야당 위원이라고 재정 투입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며 “다만 현재 양측이 토론을 할 분위기는 아니어서 결국 파행을 겪은 것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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