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우연의 일치… 부정선거 땔감 제공하는 선관위
2026.06.14 07:00
이번 지방선거를 둘러싼 논란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천시장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관내 사전투표에서 1·2위 후보가 동시에 동일한 득표를 얻은 곳이 나타났다. 인천 연수구 송도1동과 송도2동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 3030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 1440표로 쌍둥이 득표 현상이 발생했다. 광주 송정1동과 전남 고흥군 금산면의 득표수는 민형배 민주당 후보 1401표,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 120표로 각각 일치했다. 호남에서는 이런 상황이 모두 10곳(5쌍)에서 벌어졌다. 시민들은 "비상식적인 결과이고,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설명하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에 요구했으나, 선관위 측은 "우연한 결과"라고 이 상황을 설명했다.
'우연한 수치적 결과'라는 선관위의 해명이 부정선거의 증거라는 해석은 비상식적인 것이 사실이다. 0%의 가능성이 아닌 한 어떻게든 이런 결과는 발생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선거인명부 누락, 중복 투표, 증거물 유실 등 관리 부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선관위 해체론'까지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수만 명 규모의 대규모 시위가 연일 열리는 중이다. 상황을 중립적으로 지켜보던 정부와 여당조차 '해체 수준의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관위 측에서 말하는 '우연한 결과'라는 해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선관위가 신뢰받을 수 있는 기관'이라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연일 커지고 있다.
인천과 호남 지역에서 쌍둥이 득표 현상이 발생한 것이 알려지자, 시민 대다수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주요 언론과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사태 이전에 여론은 선관위 측의 부실 관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측을 '해괴망측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자'로 치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정선거론 자체가 음모론인 것이 사실일지라도, 과거부터 선관위는 스스로 자신들의 신뢰도를 낮추고 부정선거론의 땔감을 직접 제공해왔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는 투표인원보다 투표수가 더 많은 경우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인천 미추홀구, 부산 해운대구 등을 포함한 총 1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교부수보다 투표수가 더 많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논란에 대해 지역 선관위는 "원인규명 불가"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총선에서도 약 30곳 이상의 투표소에서 동일한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선관위는 "고령의 유권자가 떨어트린 투표용지를 사무원이 투표함에 실수로 넣었다"며 "개표 과정에서 다른 지역 투표지가 섞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투표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부정선거를 일으킨 것은 아닐지라도, 선거 관리 부실과 미약한 해명은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수치적 오류에 따른 혼란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주간조선 취재에 따르면, 대구 북구 복현2동 대구시장 선거 투표용지 집계 과정에서 대구선관위는 투표용지교부 매수를 잘못 기재해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계 과정에서 선거일 투표용지교부 매수에는 9976매로 기재됐다가 1만1387매로 바꿔서 발표됐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유권자들은 '선관위가 투표용지 수를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선관위 측은 "잔여 매수 기재와 계산을 잘못했다"며 "처음에 투표소에 들어온 개수인 9976개는 최종수치가 아니었고 실제로 개표를 해보니 1만1387개로 집계됐다"고 답했다. 다만 일부 유권자들은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대구 지역 한 유권자는 "최초 결과가 1만1387개이고 9976매가 실제 투표용지 교부 수"라며 "현재 공식 발표된 집계 결과는 허위"라고도 주장하는 상황이다. 전북교육감 선거에서도 한 투표소의 개표 결과를 다른 투표소에 중복 입력해 유권자 약 1100여명의 득표가 유실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연이은 과실, 해명 없이 변명만
선관위의 과실을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측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하는 두 집단은 서로를 설득시키지 못한다. 양측이 세워놓은 기준이 뚜렷하고 각자의 세계관 안에서만 주장의 논리가 정립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론자들은 쌍둥이 득표 결과를 '선관위가 개표 결과에 개입하여 조작한 것'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수학적으로 자연스럽게 발생 가능하다' '구조적으로 개표결과를 조작할 수 없다'라고 반박한다. 이 때문에 양측이 공통적으로 합의 지점에서 결론을 도출하려면 선거 이후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와 진상을 규명하고 투개표 과정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선관위가 투표 과정에 대한 수치·행정·관리 차원의 오류를 멈추지 못하면 스스로의 신뢰를 깎고 의혹 대처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불리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대처하는 모습과 태도를 소극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취하고 있어 이러한 비판이 더 커지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경우에도 선거 당일에는 14곳의 투표소에서 부족을 호소했다고 발표했으나, 선거 당일 기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91곳으로 늘어났다. 이 중 42곳은 선거인수의 50%보다 적게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용지 인쇄에 대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았고 사태에 대한 보고도 제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태의 증거로 지목돼 법원이 보전을 명령한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를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폐기한 점도 드러났다. 이로 인해 투표용지를 유권자 수보다 적게 준비했는지 여부를 밝힐 증거가 사라졌다. 증거보전 명령보다 이전 시점에 폐기했다 하더라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쌍둥이 득표 등 수치적 현상은 우연적 결과로만 다뤄졌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선관위 자체를 더 이상 믿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게 되고 해명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언론들도 선거 관리에 대한 지적과 의혹 제기를 일절 다루지 않고 언급조차 금기시해오다가 이번만큼은 앞다퉈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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